AI 활용 감염병 방역 강화… "공익-인권 절충점 찾아야"
AI 활용 감염병 방역 강화… "공익-인권 절충점 찾아야"
  • 박광하 기자
  • 승인 2021.03.04 17: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기 부천시, 지능형 역학시스템 구축 사업 분석

감염병 발생 주기 단축 추세
기존 역학조사 느린 속도 한계

얼굴인식 동선파악 체계 개발
조사관 업무 피로도 저감 기대

시민 감시·통제 악용 우려에
비식별화·암호화 기술 도입키로
거리에 설치된 다목적용 CCTV 카메라.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거리에 설치된 다목적용 CCTV 카메라.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폐쇄회로TV(CCTV) 영상 정보를 분석해 시민 개개인의 동선을 파악하는 시스템이 국내에서 도입될 예정이다. 부천시가 인공지능(AI), CCTV 촬영 얼굴 영상을 활용해 시민들의 동선을 파악하는 '지능형 역학시스템'을 구축키로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신속하고 효율적인 방역이 이뤄질 것"이란 긍정적 기대와 "시민들의 활동에 제약이 가해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섞여 나오고 있다.

 

■"AI 활용해 전염병 확산 막아야"

부천시는 기후변화로 인한 감염병 주기 단축에 따라 코로나19 이후의 질병 확산 사태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1970년대 이후 등장한 신종 감염병은 에이즈, 니파바이러스 등 30개 이상이며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H1N1), 2013년 조류인플루엔자(H7N9),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2016년 지카바이러스 등 2000년대 들어 감염병 발생 주기가 점차 짧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점차 주기가 짧아지고 있는 감염병에 대한 역학조사는 확진자 면담 기반의 이동 동선 파악으로 인해 속도가 느리다고 부천시는 지적했다. 정보 누락에 대한 교차 검증 방안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현재 질병관리 등 관련 기관에서 코로나 확진자 동선 및 밀접접촉자 신원 파악은 확진자 진술을 토대로 △CCTV 영상 확인 △접촉자 신용카드 이용내역 △접촉자 이동통신 정보 △QR 전자서명부를 근간으로 추적하고 있다.

확진자 진술에 근거한 동선 및 접촉자 파악은 미진술 및 번복, 거짓말, 개인정보 공개 기피 등으로 동선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후 이동통신 기지국 정보와 QR 및 방명록 정보 취득을 통한 이동 동선 비교·확인 과정에서 누락 동선 및 오류 발견 사례가 많은 실정이다.

이에 따라 확진자 동선 추적 및 접촉자 파악 과정이 여러 차례 반복되며 역학조사에 오랜 시간이 소요돼 확산 차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부천시의 설명이다.

부천시는 역학조사를 위한 CCTV 영상 취득 절차가 복잡하며 취득한 영상정보는 수기 확인함에 따라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리고 부천시가 보유한 CCTV 인프라 밀집도가 높아 ICT 융합 사업에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부천시는 현재 CCTV가 총 8310대 설치돼 있어 도시 면적 53.44㎢로 계산하면 1㎢당 약 157대의 영상 관제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전국에서 CCTV 밀집도가 가장 높은 도시라는 것이다.

또한 지난 2019년 저화질 방범용 CCTV 교체사업으로 기존 저해상도 CCTV 전체를 고화질로 교체했으며 개인영상정보 보호·관리시스템을 도입한 바도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해 국·도비 41억원을 지원받아 CCTV 중 AI가 탑재된 지능형 CCTV를 488대 추가하는 등 양질의 CCTV 영상 확보를 위한 지속적인 예산투입 및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기 구축 CCTV망에 AI 시스템 결합

부천시는 AI와 CCTV 영상을 이용한 지능형 역학시스템 구축을 통해 ICT와 융합한 CCTV 영상분석방법 도입으로 역학조사 분석방법이 개선될 뿐만 아니라 관련 업무 담당자들의 업무피로도 또한 최소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주관하는 2021년도 디지털 공공서비스 혁신 프로젝트 과제로 예산 규모는 약 21억7600만원에 이른다.

시스템 구축은 △영상 AI 데이터셋 구축 및 AI 고도화 △얼굴 인식용 시·군 보건소 담당자 확진자 영상정보 취득·전송 △AI·CCTV 영상 이용 지능형 역학시스템 구축 구동 △얼굴 인식 및 사람추적 AI 구동을 통한 트래킹(도보, 대중교통 등) 정보 △이동동선 트래킹, 역학조사 지원시스템(EISS)상 이동 동선 정보 교차 검증 △빅데이터 분석(확진자 위험 분석) △서비스 가시화 등 7단계로 추진된다.

시스템이 구축되면 감염병 전파경로 탐색시간을 줄임으로써 빠른 방역 조치가 가능하게 돼 감염병의 확산 방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부천시는 기대하고 있다. 고도화된 AI 영상 분석을 통해 확진자 및 접촉자 이동 동선 조기 발견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방역 최전선에서 근무하는 역학조사관과 보건소 직원의 업무 피로도를 낮춤으로써 감염병 대응 역량 강화도 이뤄질 수 있다.

확진자 및 접촉자의 동선 파악과 접촉자의 신원 파악을 위한 정보 수집에 걸리는 시간과 노력을 줄여 방역 시스템의 효율화에 기여하고, 감염병 확산 정보 분석·예측 및 분석 정보의 방역 담당자 및 시민 제공을 통해 선제적 방역 수행도 가능해진다고 부천시는 설명했다.

EISS와 단일 시스템 내에서 연계를 통해 감염병 확산 차단 및 예방 지원 부가서비스 확대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양질의 AI 데이터셋을 구축해 감염병의 확산 방지 및 예방을 위한 AI 데이터 분석 시스템의 지속적인 고도화 기반 조성 마련도 가능해진다.

 

■블록체인으로 개인정보 유출 방지

시민들은 부천시가 추진하는 지능형 역학시스템 사업에 대해 얼굴 식별 기능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중국 등 해외에서 시행 중인 얼굴 식별 기반의 시민 감시·통제 정책이 우리나라에서도 시행될 수 있다는 걱정 어린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얼굴 전체를 가리는 가면을 써서 개인 식별이 아예 이뤄지지 못하게 방해하겠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부천시도 이 같은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

부천시는 사업 제안요청서(RFP)를 통해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하고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탈중앙화신원인증(DID, Decentralized Identity) 기술로 데이터 접근제어·관리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DID를 이용해 데이터의 생성 요청, 생성, 처리, 조회 등 모든 데이터 접근제어·관리 활동에서 이용자 인증을 전자서명을 통해 수행하고 그 이력을 기록하겠다는 것이다.

부천시는 이 같은 조치를 통해 추적 대상자 정보를 익명·비식별화하고, 원본 데이터와 처리 결과 간의 연결고리를 끊는 게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이렇게 데이터가 처리되면 데이터 재조합으로 인한 개인추적이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아울러 기관간 및 시스템간의 데이터 이동에서 종단간 암호화(End-to-End Encryption)를 적용해 통신과정에서 해커가 데이터를 가로챌 수 없도록 개인정보 유출 차단 조치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부천시는 데이터 암호화에 필요한 키 관리를 위해 '키 관리 서버(Key Management Server)'를 도입할 계획이다. 키 관리 서버는 암호화 키를 생성하고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 암호화 전용 서버로, 부천시는 RFP에서 이 서버가 AES·RSA·ECDSA 등의 암호 알고리즘을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사항으로 정했다.

시스템 관리 직원이나 검역 업무 공무원 등 내부자에 의한 정보 유출을 방지하는 조치도 시행한다. 부천시는 "개인 소유의 PC 및 보조기억장치 반입·반출 통제를 시행할 것"이라며 "검역조사관이 자료를 요청할 경우 확인 절차를 거쳐 제공하는 등의 체계를 갖출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보보안 솔루션 컨설팅 종사자는 통화에서 "시민들의 우려는 기술적 취약점에 의한 개인정보 유출보다는 얼굴 식별 기술이 제도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얼굴 정보 수집을 거부하는 행위를 보장하는 게 훼손돼서는 안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 "시스템 개발은 어디까지나 기존 역학 분석 방법을 보완하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라며 "시스템의 원활한 가동을 이유로 내세워 시민들에게 지나친 통제나 제한 조치를 한다면 주객전도가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감염병 역학조사의 신속·정확성 제고라는 '공익'이 '인권 침해'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