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등장하는 가공의 국가 오세아니아의 최고 권력자 '빅 브라더'.
소설 발표 이후 빅 브라더는 갖가지 장치를 이용해 시민들의 생활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독재 정권을 대표하는 명칭이 됐다.
1984가 세상에 나온 게 1949년이다. 이보다 수십년 더 지난 현대의 기술 수준은 놀랍다. 그리고 그 기술을 활용한 인권 침해 수준 또한 놀랍다.
중국의 사례를 보자.
복수의 국내외 언론매체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정권은 폐쇄회로TV(CCTV) 등 각종 영상감시장치를 이용해 시민들의 얼굴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있으며, 수집된 정보를 인공지능(AI) 기술로 분석해 개인별 동선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사회신용제도를 통해 수집된 각종 개인 정보를 근거로 시민들의 사회 생활을 통제하고 있는 상황으로, 사회신용점수가 낮은 사람은 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하거나 공공기업 취직에 제한을 받는 등 사회·경제적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보도 내용은 섬짓하기까지 하다.
금융기관이 개인의 금융정보를 토대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정부가 개인의 사생활 전반을 살펴본 다음 평가한 결과물로 금융 서비스에 차별을 두겠다니 깜짝 놀랄 일이다.
그런데 경기 부천시가 최근 CCTV 인프라에 AI 시스템을 접목, 시민들의 동선을 파악하는 데 활용하는 '역학 시스템'을 개발하겠다고 나섰다.
부천시는 신속한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AI 기술을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아울러 데이터 비식별화와 종단간 암호화 등의 기술을 이용해 수집 정보가 악용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부천시의 입장 발표에도 불구하고 시스템 개발에 우려를 표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의도되지 않은 정보 유출이 일어날 가능성 뿐만 아니라, 국가가 제도적으로 개인 정보를 감시하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옆나라 중국의 사례가 시민들의 불안감 확산에 일조했으리라 생각도 든다.
소설이 현실로 되지 않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노력해야 한다. 신뢰할 수 있는 정보보호 조치 뿐만 아니라 정보 관리 절차에 있어서도 허점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인권 보호를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도 시스템 개발·구축·운영 과정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