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들의 이동통신망 구축은 정보통신공사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수조원대 규모로 추진되는 통신공사업 자체가 드물기 때문에 관련 투자의 유무에 따라 업계의 기상도가 맑음과 흐림을 거듭한다.
투자 이슈가 끊이지 않는 5G에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2019년 1월 세계 최초의 5G 상용화를 시작했다. 기술적 특성상 4G 보다 전파 도달 거리가 짧아 더 많은 기지국을 세워야 한다. 공사업계 일감이 대폭 증가할 수밖에 없음이 당연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5G는 그야말로 구색만 갖춰 놓은 상태다. 5G 기지국 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16만6250국으로 집계됐다. 4G 기지국이 87만여개인 것을 감안하면 전국망은커녕 수도권 지역도 다 커버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공사 이전에 기술 개발단계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그간 핵심기술이 모두 외산으로 이뤄졌다며 여론의 비난을 면치 못하던 네트워크장비다. 특히 5G는 4G와 연동이 힘들어 새 판을 짜야 한다.
초기 인프라가 어떤 장비로 이뤄지느냐에 따라 향후 10년의 시장구조가 결정됨을 몸소 체험한 산업계는 토종업체와 공공 연구기관이 합심해 상용화 훨씬 이전부터 5G의 국산화를 이뤄내고자 노력했다.
성과는 두드러졌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외산의 벽이 조금씩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새롭게 성장한 기업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5G의 장밋빛 미래가 여기까지였음을 누가 알았으랴.
네트워크장비 업체는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사업을 수주해야 돌아가는 업종인지라 통신사가 망 투자를 하지 않으면 매출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다. 지난해 주요 5G 장비 업체들의 실적이 반토막난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가히, 설렁탕은 사놨는데 먹지를 못하고 있는 격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의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가 어렵다는 말은 그야말로 변명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들린다.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거세지고 있는 비대면화, 디지털화 트렌드는 통신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더욱 요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앞뒤가 안 맞다.
5G는 아직 시작도 안 했다. 미래 먹거리 산업들이 줄을 섰는데 5G를 염두해두지 않은 산업이 없다.
지금부터라도 속도를 내야 한다. 국산화의 성과가 단순 ‘운수 좋은 날’로 치부될지, 세계 5G 시장을 선도할 중심축이 될지 기로에 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