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경기도 "조달 행정 공정성 강화" 각자 선언
조달청·경기도 "조달 행정 공정성 강화" 각자 선언
  • 박광하 기자
  • 승인 2021.03.26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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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청
신고센터·모니터링단 운영
MAS·적격심사 기준 개선
차세대 나라장터 구축 준비

경기도
조달청 독점 체제 탈피 강조
자체 조달 시스템 구축 추진
시장가격 비교 기능 강화 초점
조달청은 지난 19일 디지털 조달혁신 포럼 회의에서 차세대 나라장터 구축 방안을 논의했다. 한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조달 체계 개선을 역설하며 자체적인 조달 시스템 구축을 추진 중이다. [사진=조달청, 경기도]
조달청은 지난 19일 디지털 조달혁신 포럼 회의에서 차세대 나라장터 구축 방안을 논의했다. 한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조달 체계 개선을 역설하며 자체적인 조달 시스템 구축을 추진 중이다. [사진=조달청, 경기도]

조달 행정이 더욱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조달 체계 개선 움직임이 활발하다. 조달청은 나라장터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점을 개선하는 동시에 차세대 조달 시스템 구축을 위한 전문가 의견 수렴에 나서고 있다. 한편, 경기도는 자체 조달 시스템인 '공정 조달 시스템'을 구축해 현행 조달청 중심의 독점 구조를 개혁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 국가 전체 조달 행정의 공정성 강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달청 "조달 행정 개선해 공정성 강화"

나라장터 쇼핑몰의 등록 제품 수는 지난 2월 기준 약 66만개에 달한다. 이들 제품 중에는 가격이 수시로 변동하는 경우가 많아 모든 물품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조달청의 설명이다.

이 같은 허점을 이용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의 제품을 등록해 폭리를 취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자, 조달청은 쇼핑몰 상품가격에 대한 일제점검을 실시하고 가격질서 위반 시 엄정 대응하는 등 조달 가격관리를 대폭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조달가격 신고센터'를 만들어 우대가격 유지의무 위반, 부정한 방법에 의한 고가계약 등을 신고 접수토록 한다는 것이다. 또한 누구나 신고센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조달청 웹사이트·나라장터·종합쇼핑몰 등에서 눈에 띄는 위치에 배치키로 했다.

익명신고 제도를 도입해 신고자 보호를 꾀하고, 온라인·스마트폰·우편 등 신고수단을 다양화해 누구나 쉽게 신고가 가능하도록 해 신고 활성화를 유도한다는 계획도 시행한다.

지자체·관계부처·협회·조합 등과 공동으로 '민관합동 공공조달가격 모니터링단'을 운영해 쇼핑몰 가격감시를 강화한다.

현재 조달청 직원만 이용 가능한 '민간가격비교시스템'을 수요기관 등에게도 개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 시스템은 에누리닷컴 등 민간쇼핑몰 가격과 조달가격을 실시간으로 비교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57개 물품에 대해 민간 가격과 실시간 비교가 가능하다.

조달청은 가격조사 전담부서인 조달가격조사과 조사인력을 보강해 이 같은 조치를 실효성 있게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조달청은 4월부터 다수공급자계약 등 조달 핵심 구매 규정 8종을 개정해 시행한다.

이번에 개정되는 구매규정은 다수공급자계약(MAS), 적격심사 기준 등 물품구매와 관련된 핵심 행정규칙 8종이다.

조달청은 개정 구매규정에 대해 조달기업의 각종 부담을 완화하고 상생·협력의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품질·안전이 중요한 물품에 대해서는 MAS 계약 전에 실시하는 사전심사 시 인증보유 개수에 따른 평점차등을 폐지하는 등 인증취득 부담을 완화키로 했다.

MAS계약의 경우 MAS 2단계경쟁 시 가격비중은 축소하고, 품질비중은 확대한다.

구매업무의 공정성·경쟁성을 제고하기 위한 규정 마련도 눈에 띈다.

부당이득 환수금 부과방식을 변경해 부정행위 유형별로 사전에 약정된 산정기준에 따라 환수금을 징구하는 방식을 물품구매규정에 공통으로 도입한다.

MAS 2단계경쟁 시 평가요소로 활용되는 계약이행실적평가의 평가기준도 강화할 방침이다.

MAS 계약연장 시 시험성적서 등 필수서류를 점검 가능한 근거를 신설한다.

일반 물품구매 입찰 시 입찰참가자격으로 정한 요건에 대해서는 적격심사 가점에서 제외해 중복가점을 해소한다.

특히 적격심사 신인도 평가항목 신설·삭제 심사근거를 마련해 체계적인 기준에 의해 정기적으로 신인도 항목 신설 및 삭제를 검토키로 했다.

MAS 2단계경쟁 시 일자리 관련 가점의 증빙자료와 기술인증 가점의 대상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기로 했다.

창업기업 확인 절차를 간소화하며, MAS에서 그동안 사용해 왔던 '옵션계약'이라는 용어를 '추가선택계약'으로 변경하는 등 업계편의도 높이기로 했다.

조달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조달 행정을 혁신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조달청은 지난 19일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차세대 나라장터 구축에 대한 전문가 의견수렴을 위해 '디지털 조달혁신 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은 디지털 뉴딜시대의 조달업무 혁신을 위해 2019년에 구성됐으며, 이번이 세번째 회의다.

3차 회의는 4월 초로 예정된 '차세대 나라장터 구축 사업' 발주에 앞서 전문가들의 의견 청취를 위해 마련됐다.

분야별 전문가들이 참여한 이번 포럼에서는 차세대 나라장터 구축 사업의 과업과 적용기술의 적정성에 대해서 논의했다.

차세대 나라장터 구축사업은 조달업무 재설계, 신기술 적용, 자체 조달시스템 통합 등을 반영한 새로운 나라장터를 만드는 약 1320억원 규모의 사업으로 올해부터 2023년까지 3개년에 걸쳐 진행된다.

 

■경기도 "독자 시스템 구축 공정 조달 실현"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5일 페이스북을 통해 "기획재정부 산하 조달청이 정부·지자체·공공기관 등 공공 조달시장을 독점함으로써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가격 비교조차 불가능한 시스템 탓에 효율적으로 쓰여야 할 공공재정이 낭비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공공 조달임에도 (조달 등록 제품 가격이) 일반쇼핑몰보다 오히려 가격이 높다"며 "비싼 제품을 강제로 구매하도록 하면서 막대한 수수료까지 거둬가지만, 이 같은 수수료가 지방정부에는 일절 지원되지 않고 조달청 자체 운영비나 일반회계로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소상공인·중소기업은 제품이 좋아도 여러 제약으로 인해 조달시장 접근이 어렵다"며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11.6%만이 나라장터에 참여했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특정 제품을 거론하며 "시중에서 165만~200만원에 불과한데 조달청을 거치며 550만원으로 가격이 부풀려진 채 전국의 소방관서에 납품됐다"며 "이렇게 40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취한 게 사실이라면 공공 조달시장의 독점·독식 구조가 낳은 범죄적 폭리이자 형사고발을 검토해야 할 중대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도는 조달시장의 경쟁을 복원하고 재정 운용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정한 조달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며 "기획재정부와 조달청 등 중앙부처의 전향적 자세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의 조달 시스템 비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 지사는 지난해 7월에도 "현재의 조달시장은 조달청이 독점하고 있다"며 "조달시장에도 합리적 경쟁체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 이 지사는 "경쟁이 배제되면 부정이 생기기 마련"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반드시 조달체계에도 경쟁이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제 나라장터 물품 가격 비교를 해본 결과 시장가보다 더 비싼 경우가 90개 발견됐다"며 "대량 구매하니까 더 싸야 하는데 강제로 비싸게 사는 것"이라고 현재 드러난 조달 문제점을 강도 높게 비판했던 것이다.

이 지사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비양심적인 기업들이 조달청의 독점 구조를 악용해 바가지를 씌우는 일이 더는 없도록 합리적인 경쟁 체제를 만들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이 지사의 의지는 경기도의 자체적인 조달 시스템 구축 추진으로 이어졌다.

경기도는 최근 추정가 1억8181만원 규모의 '경기도 공정조달시스템 구축 타당성 조사 및 기본설계(ISP) 용역'을 추진하는 등 구체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용역 제안요청서(RFP)에 따르면 경기도는 정보통신기술(ICT) 등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을 활용, 입찰담합 등 불공정 조달행위를 상시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시장단가 연동형 제3자단가 계약제도를 도입하고, 민간쇼핑몰 연계를 통한 가격경쟁력 강화 등 가격관리에도 중점을 뒀다.

가격비교 기능을 강화해 시장가격과의 비교를 더욱 신속·편리하게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다.

또한 시중 유통 제품 위주로 조달 물품을 등록하도록 해 모델명을 조작한 다음 높은 가격으로 폭리를 취하는 문제를 예방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조달청 종합쇼핑몰에서는 민간 시장에서 유통되는 제품의 모델명을 일부 다르게 해 마치 다른 제품인 것처럼 속이고 가격을 높게 등록하는 사례가 다수 발견되고 있다. 이 같은 '모델명 바꿔치기' 수법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시중 유통 제품을 등록토록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도 공정조달시스템 담당자는 통화에서 "설계 용역 결과물이 나오는대로 조달청에 시스템 구축에 대한 승인 신청을 할 계획"이라며 "승인 이후 시스템 구축을 속도감 있게 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경기도는 자체 조달 시스템이 구축되면 예산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9년 기준 경기도(시·군, 공공기관 포함)의 조달수수료 총액은 약 91억원으로, 공정 조달 시스템 도입 시 조달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절감 수수료는 중소기업 제품의 품질·디자인 개선, 마케팅 교육, 기업 매칭, 기술개발 컨설팅, 해외·중앙 조달시장 진출 지원 등의 사업 예산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자체 조달 시스템과 조달청 나라장터의 경쟁 관계가 형성돼 국가 조달 체계 전반에 걸쳐 개선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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