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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찬칼럼]보궐선거 결과를 보며 생각한다
[채수찬칼럼]보궐선거 결과를 보며 생각한다
  • 박남수 기자
  • 승인 2021.04.23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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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찬 • 경제학자 • 카이스트 교수
채수찬 카이스트 교수
채수찬 카이스트 교수

이번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 데 대하여 이런저런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여당의 내로남불, 부동산가격의 급등 등의 요인을 많이 얘기한다. 그런데 진짜 이유가 하나 있다.

“그건 세금이야, 멍청아!” 코로나 경제위기에 따른 정부지출 때문에 재정이 악화되어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증세는 필요하다.

그러나 급격한 증세가 문제다. 역사적으로 증세는 정치적 파멸의 비법이다. 프랑스혁명도 루이14세의 증세 시도로 촉발되었다.

근대 정치사에서도 마가렛 대처 총리의 인두세, 캐나다 브라이언 멀로니 총리의 연방부가세 등이 이런 맥락에서 얘기된다.

한국의 정치사에서도 박정희 정권의 몰락을 부가가치세의 도입과 연관시키기도 한다. 열린우리당의 몰락도 종합부동산세 도입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증세 때문에 몰락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 때 청와대의 정치적 주특기는 1퍼센트 대 99퍼센트 갈라치기였다.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면서 국민의 1퍼센트에만 부과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였다.

명절 때 귀향하는 사람 들이 타는 KTX 좌석에도 그런 내용의 홍보물이 비치되었던게 기억난다.

당시 청와대 내부에서는 종합부동산세의 목적이 강남에 세금폭탄을 떨어뜨리는 거라고 공공연히 얘기하였다.

그래도 노무현 대통령 때에는 고소득자라도 감당하기 부담스러운 지나친 증세에 대해서는 여당에서 제동을 걸었다.

현정부에 들어와서는 안팎의 제동장치 없이 증세가 진행되어왔다. 여당은 친문 일색이 되었고, 야당도 쪼그라든 소수당으로 전락하여 견제 능력을 상실하였기 때문이다.

고삐 풀린 증세정책의 거침없는 전진으로 마침내는 부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증세가 부담스러운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청와대는 증세하는 재미에 중독되어 정치적 계산을 잃어버리게 되었고, 여당도 생각없이 맞장구 치며 정권이 망하는 비법을 따르게 된 것이다.

이번 보궐선거 결과가 현정부의 정책실패와 집권세력의 신뢰상실에서 온 것은 분명하다. 여당이 스스로 자멸한 것이다.

그러나 여당에서 떨어져 나온 중도층이 야당으로 가게 된 것은 그나 마 야당의 성공이다. 여기에는 야당대표인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기여가 컸다.

김종인 위원장의 승리 공식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중도층을 공략하는 것이다.

진보쪽에서 출발하든 보수쪽에서 출발하든 중원으로 파고드는 게 그의 특기다.

이는 그가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을 때에도, 그 이전에 그가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킬 때에도 썼던 전략이다.

이런 면에 서 김종인 대표는 탁월한 선거전략가라 할 수 있다. 그러면 중원을 공략하는 게 좋은 정치인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지나고 보면 역사의 정통 성은 가운데 있는게 아니고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어느 한 끝에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현재 대립하고 있는 두 세력들이 지향하고 있는 방향의 중간은 아니다.

두 세력 모두 기득권 세력이요, 구세력이다. 둘 다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이념을 지향하는 새 로운 세력은 아니다.

미래를 지향하는 혁신적 세력에 대한 열망은 한 동안 ‘안철수 현상’으로 표현되었다.

그러나 이 새로운 세력에 대한 기대는 리더십의 부재로 하나의 실험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 실패의 부 작용으로 앞으로 한동안은 제3세력이 성공하기 힘든 환경이 만들어졌다.

현재의 정치적 담론에서 앞으로 나라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한 논의가 사라진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지금까지는 코로나 위기 극복에 온 힘을 쏟아왔지만 이제부터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코로나 위기 뒤에 세상은 어떻게 바뀔 것인지 생각해봐 야 한다. 사회가 보다 개인주의적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보다 집단주의적으로 갈 것인지. 어떤 산업이 급격히 성장할 것인지. 정치의 담론이 과거에 머물러 있는 양대 기득권 정당들의 정치적 유불리를 논하는 데서 벗 어나 미래를 준비하는 쪽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러한 논의를 주도할 수 있는 제3의 혁신세력이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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