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젊음을 특권이라 하기엔
[기자수첩] 젊음을 특권이라 하기엔
  • 차종환 기자
  • 승인 2021.05.06 2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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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신문=차종환기자]

청년 고독사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절대적인 수치로는 고령층의 고독사와 비할 데가 아니지만, 국가 경제의 핵심주체 역할을 해야 할 사람들이 홀로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는 점에서 크나큰 국가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그 수치는 증가세에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를 논하자면 끝이 없을 테지만 20, 30대의 생애주기를 대입해보면 고독사의 원인은 어렵지 않게 드러난다.

흔히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맞닥뜨리게 되는 취업난이 첫 고비인 듯싶지만, 고통은 분명 대학을 들어가면서부터 시작된다는 게 정설이다.

매학기 어마어마한 등록금을 납부하기 위해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야 된다. 그것으로 어느 정도 충당이 된다면 다행이지만 사람이 어떻게 공부와 알바만 하고 살겠는가. 조금이라도 인간답게, 대학생다운 문화생활이라도 할라치면 부모에게 손을 벌려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다.

금수저가 아닌 이상, 대학 입학 자체가 사치가 돼 버린 이상, 이런저런 돈 나갈 일들을 줄일 수밖에 없다. 연애는 꿈도 못 꾸고, 사람 만날 일을 아예 만들지 않는다. 캠퍼스의 낭만은 곧 고독으로 치환된다.

학자금 대출로 당장의 숨통을 틀 수 있다 치자. 어디까지나 빚이다. 취업하고 갚으면 된다는데 취업이 안 된다. 미칠 노릇이다.

그렇게 소리없는 메아리 같은 자소서를 수십장 쓰다보면 이내 깨닫게 되는 것이 공무원 밖에 답이 없다는 결론이다. 시험에 매달려 4~5년이라는 시간이 또 하릴없이 흘러간다. 합격이나 하면 다행이지만, 매년 발표되는 공무원 시험 경쟁률을 보면 가히 하늘의 별을 따는 게 더 빠를 듯하다.

게다가, 어느새 서른이다. 남들은 취업이다 결혼이다 잘만 하는 것 같은데 나만 낙오자가 된 기분이다. 취업 준비, 공무원 시험준비 핑계로 명절 때나 보던 가족을 어느샌가 아예 보지 않게 된다. 스스로를 골방에 가둔다. 청년 고독사가 가장 빈번히 일어나는 시기다.

젊어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은 요즘 청년들에겐 폭력이다. 지금의 취준생들은 단군이래 가장 똑똑하고 능력이 뛰어난 엘리트 집단이다. 일을 하고 싶다는데 그 기회를 주지 않는데 어쩌란 말인가.

근래 ICT 업계에 거세게 불었던 임금 인상 바람을 보며 이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도 어서빨리 노력해서 저렇게 좋은 회사에 취직해야겠다는 희망을 품었을까, 더는 쫓아갈 수 없을 정도로 벌어지는 남들과의 경제적, 사회적 격차에 절망했을까.

최근 불고 있는 ‘코인 광풍’에 20, 30대 청년들의 돈이 몰리고 있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이래도 안 되고 저래도 안 되니 코인 열차에 몸을 싣는 것이 오히려 이 늪을 빠져나가기엔 확률이 더 높다는 계산이 선 건 아닌지 염려스럽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도 답은 없어 보인다는 거다. 여전히 젊음은 곧 특권이요, 일하지 않는 청년은 게으름으로 비춰지는 게 기득권의 시선이다. 사회적 보호장치가 있을리 만무하다.

그러는 사이, 오늘도 어딘가 1평 남짓 고시원에 다리를 뻗고서 내일은 눈뜨지 않길 바라며 잠을 청하는 청년이 하나둘 늘어갈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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