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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서] 중소기업 울리는 ‘납품단가 후려치기’
[창가에서] 중소기업 울리는 ‘납품단가 후려치기’
  • 이민규 기자
  • 승인 2021.05.15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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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규 논설위원.
이민규 논설위원.

[정보통신신문=이민규기자]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는 대다수 중소기업이 지적하는 경영현장의 고질적 병폐 중 하나다. 수년간 공들여 개발한 제품을 제값을 주고 팔지 못한다면 큰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더해 거래처에서 해마다 납품단가를 깎는다면 중소기업의 고통은 더욱 커진다.

중소기업의 절박한 현실은 지난 3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 제조업체 5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중소기업간 양극화 해소방안을 위한 의견조사’ 결과에도 잘 나타난다.
중기중앙회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납품대금 관련 불공정거래를 경험해 본 중소기업은 4.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불공정거래는 ‘일방적인 단가인하(68.2%)’로 나타났다. 그 뒤를 이어 ‘대금지급지연(18.2%)’과 ‘계약 후 부당감액(4.5%)’이 꼽혔다.

그러나 불공정거래를 경험한 중소기업 10곳 중 8곳(78.6%)은 “거래처의 일방적 조치를 별다른 대책 없이 수용했다”고 답했다. 주요 대기업과의 거래선이 끊어지면 자칫 회사가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중소기업의 위기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에 중소기업들은 적정 납품단가를 받기 위해 ‘원가연동제 도입(37.8%)’이나 ‘납품단가조정협의 활성화(26.3%)’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중소기업의 제값받기를 위한 고민과 맞물려 실효성 있는 정책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중기중앙회와 산업연구원이 12일 ‘중소기업 제값받기, 무엇이 바뀌어야하나’를 주제로 개최한 전문가 토론회는 적정 납품단가 책정의 합리적 지향점을 모색하는 자리가 됐다.

이날 지민웅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속거래 실태와 정책적 시사점’에 대한 발제를 통해 대·중소기업 생태계가 안고 있는 수요독점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수탁기업이 자사의 생존을 위해 위탁기업 위주의 납품단가 책정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 위원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요독점적인 시장구조를 변화시키고 수탁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통해 협상력을 높이는 전방위적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구체적으로, 지 위원은 △일관되고 지속적인 불공정거래 제재 △납품대금 조정협의의 실효성 제고 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은하 중기중앙회 연구소 연구위원은 ‘공정계약문화 정착을 위한 공공조달 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발제를 통해 기업이 제출하는 거래증빙자료의 거래실례가 인정 등 예정가격 결정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물품 단품조정 제도 도입 등을 통해 물품계약의 물가변동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중소기업 대표 및 학계·법조계·연구기관의 전문가들이 패널로 나서 중소기업 제값받기에 대한 다양한 대안을 제시했다.
특히 홍성규 한국전선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전선의 원재료인 구리와 PVC, 에틸렌 가격이 작년대비 2배 급등한 상황에서 원재료를 생산하는 대기업은 인상된 가격을 일방적으로 중소기업에게 통보하고 전선 수요처인 대기업은 원재료 인상분을 제대로 반영해주지 않고 있다”며 “이로 인해 일선 생산현장에서는 아우성을 치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홍 이사장의 지적처럼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납품대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상당수 중소기업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3월 설문조사에 참여한 중소기업의 45%가 원자재 값 상승분이 납품대금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으니 적정 수익을 올리고 이를 신제품 개발이나 미래지향적 연구개발에 재투자하기는 불가능하다.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에 얽히다 보면 기업의 경영활동은 갈수록 위축되고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차제에 중소기업의 제값받기가 코로나19 이후 경기회복과 양극화 해소를 위한 필수과제임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정부와 대·중소기업, 연구기관 등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실효성 있는 정책 대안을 마련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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