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입찰 기준 구체화…국산 제품 육성 기본취지 살려야
공공입찰 기준 구체화…국산 제품 육성 기본취지 살려야
  • 박광하 기자
  • 승인 2021.06.23 2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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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생산확인제도' 이용 외산장비 납품 관행 논란

정부, 국내 중기 제조 물품
공공분야 납품 촉진 제도 운영

장비 다수 결합된 구내방송장치
일부만 생산해도 확인서 발급
무분별한 외산 납품 관행 불러

증명서 필수특이사항 활용하면
직접생산 기업 사업 수주 가능
공공분야 사업에서 직접생산확인제도를 이용한 외산 방송장비 납품 사례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국내 방송장비 제조 기업들은 제도의 취지에 맞도록 공공 입찰이 실시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공공분야 사업에서 직접생산확인제도를 이용한 외산 방송장비 납품 사례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국내 방송장비 제조 기업들은 제도의 취지에 맞도록 공공 입찰이 실시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정보통신신문=박광하기자]

정부는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에 대해 직접생산확인제도를 운영함으로써 국산 제품의 공공 납품을 촉진하고 있다. 그런데 여러 개의 장비가 결합된 시스템인 '구내방송장치'의 경우, 직접생산확인제도가 오히려 외산 장비의 납품되는 데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입찰 공고 시 참가자격 기준을 조정해 무분별한 외산장비 납품 관행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제시돼 관련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중기 직접생산 제품 판로 지원

'직접생산확인(직생)제도'란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이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에 대해 '중소기업자간 경쟁의 방법' 또는 '1000만원 이상의 수의계약의 방법'으로 제품조달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해당 중소기업자의 직접생산 여부를 확인토록 의무화한 제도다.

이 제도는 실제 제조능력이 없는 업체가 공공조달시장 내 입찰·계약 등에 참여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직접생산 여부를 확인·점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제품을 제조하지 않는 중소기업이 사업 낙찰 후 대기업·외산 제품을 납품하거나 하도급을 통한 생산 후 납품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직생 신청 기업에 대해서는 실태조사와 심사를 거쳐 중소기업중앙회가 승인을 결정하게 된다. 다만, 관계기관의 서류확인으로 직접생산확인기준을 충족한다고 인정된 제품에 대해서는 실태조사를 생략하게 된다.

직생제도는 국내 중소기업이 직접 제조한 제품이 공공 사업에 납품되는 것을 촉진하는 효과를 갖게 되므로, 국내 중소규모 제조업체 보호·육성을 위한 대표적 제도로 언급되고 있다.

 

■일부 제조해도 장치 전체 직생

그런데, 직생제도를 이용해 값비싼 외산 장비를 공공 사업에 납품하는 사례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국내 방송장비 제조 기업들이 지적하고 나섰다. 국내 중소기업이 직접 생산한 제품을 공공분야에 납품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오히려 외산 장비가 납품되도록 하는 데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기업이 언급하는 제품은 '구내방송장치'다.

현행 직생제도에 따르면 구내방송장치는 장치를 구성하는 앰프, 오디오 믹서, 이퀄라이저, 채널 스위치, 오디오 분배기, 전원 분배기, 스피커 등의 제품 중 하나 이상을 직접 생산할 경우 실태조사와 심사를 거쳐 '직접생산확인(직생)증명서'를 받을 수 있다.

달리 말해, 구내방송장치를 구성하는 일부 제품만 직접 생산하면 장치 전체에 대한 직생증명서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A기업이 스피커만 직접 생산할 경우 '구내방송장치'에 대한 직생증명서를 받을 수 있다.

스피커, 앰프, 오디오 믹서를 직접 만드는 B회사도 증명서를 받을 수 있다. 전원 분배기를 만드는 C기업도, 오디오 분배기를 만드는 D사도 마찬가지로 구내방송장치에 대한 직생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는 실정이다.

 

■"일부만 국산이어도 위법은 아냐"

수요기관이 구내방송장치 구축·운영 사업 입찰 공고 시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 제9조의 규정에 의한 직생증명서(세부품명 구내방송장치)를 소지한 자를 입찰 참가자격 기준으로 제시하게 된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한다.

일부 제품만을 제조하는 기업들이 구내방송장치에 대한 직생증명서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해당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들 기업이 사업을 수주할 경우, 직생을 받은 제품 외의 나머지를 모조리 외산으로 납품하더라도 직접생산확인제도에 어긋나지 않게 된다.

중기중앙회는 이에 대해 "구내방송장치처럼 여러 제품으로 구성된 영상감시장치도 있다"며 "장치를 구성하는 제품 전체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 외산 제품을 사용해 조립 생산하는 것도 직접 생산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일부 제품에 대한 직생을 받았다면 나머지는 외산으로 구성하더라도 위법은 아니라는 것이다.

국내 방송장비 제조 기업들은 "공공분야에서 국내 중소기업 제품 구매를 촉진하고 이들 기업의 판로지원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외산 장비 도입에 이용되고 있다"며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지 못한다면 외산 비중이 압도적인 공공분야 방송장비 구축·운영 사업 상황이 개선되기란 어려울 따름"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입찰 참가자격 조정해 문제 해결 가능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은 없을까.

취재 내용을 종합해 보면, 입찰 참가자격 기준을 조정해 무분별한 외산 장비 납품 관행을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통화에서 구내방송장치 직생증명서의 경우 '필수특이사항'을 통해 해당 기업이 어떤 제품을 직접 생산하는지를 표기토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수요기관이 구내방송장치 사업 입찰 공고 시 필수특이사항을 이용해 핵심 제품을 직접 생산할 것을 조건으로 제시한다면, 이들 장비를 직접 생산하는 기업이 사업을 수주하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중기부는 다른 방법도 제시했다.

사업 공고 시 규격서에서 구내방송장치를 구성하는 주요 제품에 대해 '중소기업이 직접 생산한 제품일 것'을 적시하는 것이다. 이 경우 사업을 수주한 기업은 대기업·외산 장비를 납품하는 것이 제한된다.

중기부는 이 같은 방안에 대해 "구내방송장치 구성 제품 전체를 직접 생산하는 기업은 극소수일 것이므로, 만약 제품 전체에 대해 직접 생산을 요구할 경우 대다수의 방송장비 제조 기업들이 사업에 참여할 수조차 없게 될 것"이라며 "응찰이 소극적으로 이뤄질 경우 해당 사업이 일반경쟁으로 풀리는 결과가 나고, 그것은 결국 국내 중소 제조기업 보호·육성과는 어긋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사업의 성격·목적에 따라 어떤 장비를 국산으로 사용할지를 정한 다음 입찰 참가자격 기준을 설정하는 게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필수특이사항을 활용해 핵심 장비를 직접 생산하는 것을 참가자격으로 제시한 입찰 공고가 나오고 있어, 앞으로 무분별한 외산장비 납품 관행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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