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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발주' 청주시청사 입찰, 대기업 특혜 논란
'통합발주' 청주시청사 입찰, 대기업 특혜 논란
  • 차종환 기자
  • 승인 2021.07.04 2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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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대형 건설사만 입찰 가능
전문시공업체는 하도급사 전락

청주시, “심의결과 법적 문제없어”
업계, 현장 모르는 불통행정 질타

정보통신공사 등 반드시 분리발주
관련분야 전문성·투명성 확보해야

[정보통신신문=차종환기자]

[분석] 청주시청사 건립사업 무엇이 문제인가

 

청주시가 시청사 건립사업을 실시설계 기술제안 입찰방식으로 추진키로 함에 따라 이를 성토하는 지역 공사업계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이번 사업은 건축 연면적이 6만5150㎡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청주시청사는 지하 2층, 지상 7층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다.

지역의 중소 공사업체들은 청주시가 무리한 통합발주 입찰 추진을 철회하고 정보통신공사 등의 분리발주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물꼬를 터줄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 적정공사비 확보 못한 채 공사 진행

일반적으로, 기술제안서는 공사 설계단계에서부터 시공계획, 현장 시공에 이르는 모든 공정을 포함하게 된다. 기술제안 입찰이 사실상 통합발주로 간주되는 이유다. 이 모든 공정이 가능한 기업은 소수의 대형 건설사뿐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중소기업은 입찰참가 자격에서부터 배제되는 심각한 불평등을 초래하게 된다.

대형 건설사가 공사를 수주했다 하더라도 모순된 상황이 펼쳐진다.

정보통신·전기·소방·기계설비 등의 설치공사는 전문기술력을 갖춘 기술자가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낙찰된 대기업도 이 모든 공사를 직접 수행할 여력은 갖추지 못하고 있다. 즉, 대기업은 각 공사업의 면허만 보유하고 있을 뿐, 어차피 시공은 전문공사업체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하도급 업체가 대기업으로부터 원공사비의 100%를 수주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통상, 일반관리비 명목으로 공사비 일부를 제한 70% 이하 수준으로 진행하는 것이 관례다. 요구되는 공사의 규모나 품질은 그대로인데 공사비는 30% 이상 깎인 채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충북시설공사업단체연합회(정보통신, 전기, 소방, 기계설비)는 “기술제안 입찰방식은 정의만 놓고 본다면 매우 합리적인 방식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며 “이는 곧 입찰참가를 할 기업은 설계, 시공계획, 시공 등 모든 공정이 가능한 기업에게만 기회가 주어진다는 말로, 대기업만 참가하라는 뜻과 일맥상통하다”고 지적했다.

기자재나 장비의 가격을 깎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인건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부실시공은 물론 산업재해가 일어날 수 있는 단초가 되는 셈이다.

공사업계는 기술제안 입찰이 발주처에도 득 보다는 실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고 강조한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4~2018년) 기술형 입찰(일괄, 대안, 기술제안)의 평균 낙찰률은 95.28%로 종합심사낙찰제(78.1%) 및 적격심사(80.0~87.8%)의 낙찰률 보다 현저히 높다. 아울러 시공과정에서 잦은 설계변경으로 인해 공사비가 증가하는 경우가 많아 발주기관의 재정적 부담과 예산낭비가 초래된다는 지적이다.

 

■ 분리발주로 중기 보호·부실시공 방지

이 모든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분리발주 제도가 반드시 정착돼야 한다는 것이 공사업계의 입장이다.

분리발주 제도는 정보통신, 전기, 소방, 기계설비 등 각 전문공종의 중소기업이 직접적으로 발주처로부터 공사를 수주 받아 책임시공하고 품질을 관리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는 관련분야에서 전문기술력을 보유한 공사업자에게 해당 공사에 대한 입찰참여 기회를 보장해줌으로써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나아가 부실시공을 방지하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정보통신공사업법 제25조’, ‘전기공사업법 제11조’, 등 법적으로도 명백한 근거가 있다.

중소기업은 분리발주를 통해 대기업과 공정하게 경쟁하며 사업참여 기회를 확대할 수 있고 다양한 기술을 함양하고 건실하게 성장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분리발주가 정착되면 대형 건설사의 부당한 공사관리비 수취를 막을 수 있고, 각 공사의 예산을 직접 투입함으로써 부실시공 방지, 저가 하도급에 의한 예산 누수도 차단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나아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고난이도 기술력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공사가 늘고 있는 추세에 분리발주 제도는 전문기술자들이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궁극적으로 지역 중소기업의 일감을 확보하고 일자리 창출 효과도 얻을 수 있어, 국가적 경제 정책에도 부합할 것이라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분리발주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상생협력이라는 정부 정책과 부합하며, 국가의 근간인 중소기업의 성장과 보호에 목적을 두고 있다”며 “발주처에서 행정편익을 내세우며 중소기업의 성장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 청주시 주장 '어불성설'

청주시 측은 청주시청사 건립사업의 통합발주가 지방건설기술심의위원회의 심의까지 완료한 만큼 예정대로 추진될 것이라는 입장을 공고히 하고 있다.

공기를 단축하고 신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기술제안 입찰방식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판단했으며 사업 추진상 법적인 문제는 없다는 게 청주시의 설명이다.

분리발주가 공사비 절감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러 시공업체와 계약을 맺다보니 각 공정에 하자가 발생했을 때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경우를 많이 접했다며 통합발주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지역 중소업체 배제 문제와 관련해서도, 컨소시엄을 구성해 얼마든지 참여가 가능하다며 논란에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공사업계는 청주시가 분리발주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분리발주 제도는 전문 공사업자의 시공 및 적정 공사비 확보를 통해 발주자가 최우선으로 요구하는 시공품질을 확보하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즉, 집단의 이해관계를 내세우는 것이 아닌, 발주자의 권익을 보장하기 위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시가 원하는 공기 단축, 신기술 적용이야말로 현장에 투입되는 전문시공사와 직접 논의해야 될 부분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건설기술진흥법’ 제41조는 건설사업관리자와 감리를 수행하는 자 중에서 정보통신, 전기, 소방 설비공사를 총괄하는 관리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미 시공사 상호간 연계성 확보를 규제하고 있으므로 분리발주 시에도 연계성 확보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통합발주 시에는 건설업체가 하도급 업체 관리에 따른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등 비용 상승이 불가피해 공사비가 증대되는 결과를 낳아 효율적인 사업추진과는 거리가 멀게 될 것이라는 게 공사업계의 설명이다.

하자 책임소재 논란과 관련해서도, 분리발주를 기본으로 하면 각각의 계약 상대자와 해당 공사의 시공범위, 시공방법 및 하자책임 기간 등을 명확히 구분해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오히려 분쟁의 소지가 적다고 강조한다.

컨소시엄을 구성해 누구나 사업 참여가 가능하다는 주장 역시 현장을 모르는 안일한 사고방식이라는 지적이다. 컨소시엄은 대기업이 주체가 되기 마련인데, 이 경우 해당 대기업의 계열사, 협력사가 컨소시엄에 들어갈 뿐 여타 공사업체가 참여하게 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게 정설이다.

 

■ 기술제안 입찰방식의 경우에도 분리발주 가능

업계에선 청주시의 주장이 그간 통합발주로 추진된 여타 공공사업에서 나온 주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반응이다. 통합발주를 추진하다가 분리발주로 전환된 사례가 있는 것을 보면, 이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이 부족한 것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기술제안 입찰방식의 경우에도 충분히 분리발주가 가능하다고 조언한다.

충북개발공사의 ‘충북 청주전시관 건립공사’, 충북대학교병원의 ‘의생명진료연구동 건립공사’, 서울시의 ‘동부간선도로 지하차도 건설공사’ 등 다수의 발주기관은 기술제안 입찰방식의 경우에도 정보통신공사를 분리발주 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앞선 사례가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술제안 방식으로는 분리발주가 안 된다는 청주시의 주장은 처음부터 분리발주를 고려하지 않고 사업을 추진한 것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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