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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서] 수렁에 빠진 착한 정책
[창가에서] 수렁에 빠진 착한 정책
  • 이민규 기자
  • 승인 2021.07.18 2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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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규 논설위원

[정보통신신문=이민규기자]

“감정에 호소하는 낭만주의는 지상에 천국을 건설하고자 하는 선한 의도가 있다 해도 단지 하나의 지옥을 만들 뿐이다.”
영국의 철학자 칼 포퍼(Karl Raimund Popper)는 1945년 출간된 철학이론서 ‘열린사회와 그 적들’에 이런 문장을 남겼다. 1권 제9장(탐미주의, 완전주의, 유토피아주의)에 나오는 마지막 문장이다. 책이 출간된 지 80년이 가까워오지만 그의 경구는 이 시대의 심장부를 관통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란 ‘착한’ 정책 때문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서민들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급격한 임금인상에 따른 기업경영 위축과 고용 축소가 실물경기의 후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다.
중소기업 경영자와 소상공인에게 내년 최저임금 9160원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경영위기에 대한 엄중한 경고의 메시지다. 내년 매출규모를 정확하게 가늠하기 어려워도 큰 폭의 인건비 상승은 피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야간에 일정한 시간에만 일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한나절 이상 매장을 지키는 사장님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세상이 왔다. 편의점 문을 닫고 다른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더 낫겠다는 사업주의 푸념은 더 이상 농담이 아니다. 최저임금 9160원 시대의 씁쓸한 풍경이다.

이 달부터 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 기업으로 확대, 시행되고 있는 주 52시간 근무제 역시 중소기업에게 엄청난 부담이다. 근로시간이 법의 테두리 안에 꽁꽁 묶이면서 회사의 경영자는 어렵게 일감을 따오더라도 직원들의 눈치를 살펴야하는 처지가 됐다. 법정근로시간 40시간과 연장근로 12시간을 합해 주당 52시간보다 더 오래 일을 시키려면 반드시 추가근로수당을 줘야하기 때문이다.
인력운영의 폭이 좁고 자금여력이 충분치 않은 중소기업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안정적인 네트워크 구축과 중단 없는 통신서비스를 위해 야간 또는 휴일근무가 많은 정보통신업체도 주 52시간 근무제의 무게가 버겁기만 하다.

내년 1월 27일부터 근로자 50인 이상 기업에 적용되는 중대재해법은 어떠한가. 안전사고로 근로자가 사망하거나 다친 경우 법인과 별도로 사업주도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게 법안의 핵심이다. 산업현장의 안전을 대폭 강화하고 근로자를 보호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대다수 시공업체와 제조업체들은 그 실효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산업재해가 발생한 기업과 사업주를 매서운 형벌로 다스리면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논리는 가당치 않다는 것이다.

지고지선(至高至善)한 정책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더욱이 경제라는 고차방정식을 푸는 데 선의는 그렇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선의만으로 이상을 현실로 바꿀 수 없는 까닭이다.
도도하게 흐르는 시장경제의 물줄기를 거스르거나 살아 있는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는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 선명한 실행전략이 뒷받침되지 않는 정책 역시 탁상공론일 뿐이다. 착한 정책이 깊은 수렁에 빠져 있다. 과감한 궤도수정과 속도조절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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