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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서] 미래를 여는 양자암호통신
[창가에서] 미래를 여는 양자암호통신
  • 이민규 기자
  • 승인 2021.08.21 2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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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규 논설위원
이민규 논설위원

[정보통신신문=이민규기자] 

고대의 왕과 군주, 장수들은 중요 기밀이 외부로 새어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 

한 예로, 기원전 400∼450년경 고대 그리스에서는 ‘스키테일(scytale)’이란 암호문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은밀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사람은 원통 모양의 막대에 가죽이나 종이를 감아 글씨를 썼다. 가죽과 종이를 길게 늘어뜨려 보면 어지럽게 흐트러진 글자의 의미를 알기 어려웠다. 그렇지만 비밀서신을 받은 사람이 같은 굵기와 모양의 막대에 암호문을 감아서 읽으면 그 뜻을 판독할 수 있었다. 사전에 약속된 막대의 지름과 형태가 암호문 송·수신자 사이의 패스워드가 된 셈이다.

중요 기밀의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에 맞서 핵심 정보를 빼내기 위한 기술도 진화를 거듭했다. 뚫느냐 지키느냐 ‘창과 방패’의 싸움은 인류의 역사를 관통하며 암호기술 발전에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암호기술은 역사적으로 크게 3단계를 거쳐 발전해 왔다. 먼저 고대로부터 1∼2차 세계대전 이전에 사용된 초보적인 암호기술을 ‘고대 암호’로 분류할 수 있다. 1970년대 들어서는 기계·전자장치를 이용한 ‘근대 암호’ 기술이 등장했다. 이후 컴퓨터의 급속한 개발 및 보급과 함께 ‘현대 암호’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구가하는 오늘날에도 암호는 개인과 기업, 공공기관의 정보와 자산을 보호하는 안전장치가 되고 있다. 그렇지만 첨단기술로 무장한 해커들이 보안시스템을 순식간에 무너뜨리고 꽁꽁 감춰 놓은 내부자료를 빼내는 일이 빈번하다.

하루가 다르게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해커들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보안담당자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차세대 보안기술로 평가되는 양자암호통신은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양자암호통신이란 양자(量子, Quantum)의 물리적 상태를 활용해 해킹이나 도청을 원천 차단하는 물리적 보안체계를 말한다. 양자는 그 상태를 복제할 수 없으면서도 두 개의 성질을 동시에 지닐 수 있다. 또한 서로 특수한 관계로 얽혀 있는 특징이 있다.

좀 더 쉽게 풀어보자면 양자암호통신은 만지면 터져서 형체가 없어지는 비눗방울을 닮았다. 누군가 해킹이나 도청을 시도하면 신호체계가 붕괴된다. 이로써 해저광케이블이나 근거리 무선통신의 해킹과 같은 보안 침해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국방분야를 비롯해 금융과 의료 등 다양한 산업영역에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것도 양자암호통신의 장점이다. 이에 양자암호통신은 미래 보안산업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게임체인저’로 주목을 받고 있다.

보안전문가들은 수년 내에 여러 산업분야에서 양자암호통신의 상용화가 이뤄지고 관련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양자암호통신기술의 발전과 시장의 팽창은 정보통신공사업계에도 긍정적 파급효과를 불러올 전망이다. 유·무선 양자암호통신 인프라 구축을 위해 다양한 정보통신공사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런 전망에 발맞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정보통신융합법을 손질하는 등 양자암호통신의 경쟁력 강화와 전문인력 양성, 관련산업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양자기술에 대한 산·학·연 협력의 장으로서 최근 ‘양자융합포럼’이 발족한 것도 매우 고무적이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양자융합포럼을 통해 양자기술에 대한 연구가 실험실을 넘어 산업계로 확산되고 산업적 수요가 연구에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가 확립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 장관의 기대처럼 학계와 연구계가 양자기술에 대한 혁신적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산업계는 선제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 같은 선순환 구조는 우리나라가 양자기술분야에서 더 멀리 도약하는 데 든든한 주춧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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