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신문=차종환기자]
빅데이터라는 말을 처음 들어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말그대로 거대한 데이터 뭉치인데, 그 속에서 뽑아낼 수 있는 가치는 실로 무궁무진하다. 괜히 ‘제2의 석유’라는 소릴 듣는 게 아니다.
가게를 하나 내려고 해도 해당 지역에 어떤 수요가 형성돼 있는지를 알고 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하늘과 땅 차이의 결과를 만들어낸다. 결국 빅데이터 분석은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서울시가 시정에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한 정책을 펴겠다고 한 것이 눈길을 끈다. 키워드는 ‘불공정 거래’다.
지난 2년간 언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언급된 63만건의 ‘불공정 거래’ 빅데이터를 분석, 이를 바탕으로 불공정거래가 잦은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실태점검과 지원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즉, 민원이 들어오기 전에 민원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두 해에 걸쳐 나온 데이터 분석 결과가 흥미롭다.
2019년에는 불공정 언급 데이터량이 27만6380건이었으나 2020년에는 35만7685건으로 29.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의 마음 속에 ‘불공정’으로 인한 불만이 매우 커져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온라인플랫폼’이 65%, ‘문화예술’이 27%의 증가율을 보였다.
전체 데이터를 ‘갑을관계’ 피해가 많은 7개 분야로 나눠 분석했더니 문화예술분야가 76.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온라인플랫폼(16.3%), 하도급거래(2.7%), 가맹거래(1.9%), 대중소기업간거래(1.2%), 대리점거래(0.9%), 대규모 유통거래(0.6%) 순으로 나타났다.
분야별 이슈화 된 사건과 쟁점을 분석한 결과 문화예술분야는 저작권 탈취, 온라인플랫폼은 플랫폼기업의 독과점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어떤 방법으로 분석하든 상위권을 차지하는 ‘문화예술’ 분야다. 실로 그 분야 종사자들의 깊은 애환을 짐작할 수 있다.
정보통신공사업계도 깊은 연관이 있는 하도급거래 부문은 ‘대금 미지급’과 ‘기술탈취’ 등이 화두였다. 어떤 기사를 써야 조회수가 많이 나올지 알 수 있는 부분이겠다.
이 결과를 통해 불공정 거래가 얼마나 해소될지는 알 수 없지만, 빅데이터가 적어도 시민이 원하는 정책이 무엇인가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듯하다. 매년 수십 수백개의 정책을 쏟아내도 와닿지 않는 행정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첫걸음이 아닐까 싶다.
모든 것은 사람의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했던가. 사람의 마음을 읽는 빅데이터가 만능신이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