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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서] 패자부활전을 許하라
[창가에서] 패자부활전을 許하라
  • 이민규 기자
  • 승인 2021.09.09 2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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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규 논설위원.
이민규 논설위원.

[정보통신신문=이민규기자]

미국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Joseph Schumpeter)는 신기술의 등장으로 기존 산업이 도태되고 새로운 산업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른바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 이론이다.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를 자본주의 경제 발전의 원동력으로 꼽았다.

슘페터의 경제이론은 오늘날 여러 기업이 지향하는 경영혁신과 맥을 같이 한다. 경영혁신은 제품생산과 연구·개발, 조직관리와 영업활동 전반에 일대 변화를 꾀하는 데 중점을 둔다. 기존의 경영시스템을 새롭게 개편해 비약적인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포석이다.

혁신은 신제품·신기술 개발에도 기본토양이 된다. 수많은 기술자와 상품기획자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만한 ‘새로운 그 무엇’을 만들어내기 위해 몸부림친다.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를 꿈꾸며 밤낮으로 열정을 쏟아붓는다.

하지만 현실은 결코 호락호락 하지 않다. 수년간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기술이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고 연구실 구석에 파묻히는 경우가 다반사다. ‘대박’ 상품은 언감생심이고 당장 시장에서 팔릴 수 있는 제품을 내놓기에도 숨이 가쁘다. 소비자의 작은 손길을 갈구해야 하는 처지가 서글프기만 하다.

결국 기술과 경영의 혁신에는 극한의 고통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널리 통용되던 비즈니스 문법과 기술표준이 갑자기 바뀌는 과정에서 큰 좌절을 겪기도 한다. 급격한 변화에 수반된 가치체계의 변동도 필연적이다. 뇌리에 각인된 수익창출 공식이 완전히 달라지면서 겪게 되는 혼란과 충격은 또 어찌할 것인가.

그러나 혁신이 아프다고 창조적 파괴가 어지럽다고 그냥 현실에 안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변화하지 않으면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불문율이요, 생존법칙이다.

새로운 변화를 통해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는 게 매우 어렵지만 위안과 희망은 있다. 혁신적 아이디어가 다소 부족하더라도 숱한 시행착오를 극복하며 성공의 반열에 오른 기업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이다.

이정동 서울대학교 공대 교수는 한 일간신문(중앙일보 2021년 1월 4일자)에 기고한 글에서 “흔하디흔한 시행착오와 좌절은 표준으로 가는 ‘서사적 궤적’의 일부일 뿐 결코 실패가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도전적 시행착오의 축적이 산업의 표준으로 등장하는 혁신적 기술의 비밀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의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하루아침에 성공신화를 쓴 기업은 매우 드물다. 대다수 기업이 기존 제품의 성능 개선과 서비스 향상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며 초창기 실패를 극복했다. 그 고통의 시간을 견디며 소비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섰고 시장의 중심부에 진입할 수 있었다.

정부가 최근 ‘세계 4대 벤처강국 도약을 위한 12대 핵심과제’를 마련했다. 창업부터 성장, 회수와 재도전까지 촘촘히 지원해 벤처강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정부가 신생 벤처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초창기 실패를 이겨내고 패자부활전에서 다시 성공신화를 쓸 수 있는 시장구조가 정착돼야 경제가 건강해진다. 혁신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이 건실하게 자랄 수 있는 토대를 닦는 일이 시급하다. 그래야만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와 추격형 경제에서 벗어나 선도형 경제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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