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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서] 계산 않고 극복해야 할 것
[창가에서] 계산 않고 극복해야 할 것
  • 이민규 기자
  • 승인 2022.02.01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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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규 논설위원.
이민규 논설위원.

중대재해처벌법이 1월 27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상시 근로자 5인 이상인 사업장에서 근로자가 숨지는 등의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하는 게 법률의 골자다. 이 법은 상시 근로자가 50명 이상인 사업장 또는 공사금액이 50억 원 이상인 건설현장부터 적용된다. 50인 미만 사업장이나 50억 원 미만 공사현장의 경우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4년 1월 27일부터 법이 적용된다.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가 사업주에 대한 처벌보다는 예방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의무사항만 충실히 이행하면 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선 산업현장에서 체감하는 긴장감은 정부의 설명과는 사뭇 다르다. 언제든지 범법자가 될 수 있고 회사가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실제 처벌을 받지 않더라도 수사대상에 오르거나 집중 조사만 받아도 회사는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경영자금을 빌려준 준 은행에서 서둘러 대출금을 회수하거나, 공사 발주처 또는 원도급자가 기존 계약을 파기하는 등 예상치 못한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한숨 소리가 들린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부 현장에서는 처벌을 피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기도 한다. 회사의 실제 소유주가 2선으로 물러나고 외부인을 속칭 ‘바지사장’으로 앉히는 것이다. 묘수인지 편법인지 잘 모르겠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날,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입장문을 통해 “법 적용대상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의무 규정이 모호한 탓에 일부 현장에서는 1호 처벌 대상을 피하기 위해 사업을 중단하는 사태마저 벌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중대재해처벌법은 입법과정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과잉처벌에 대한 우려와 실효성 논란에 시달려왔다”면서 “경영자에게 명백한 고의 과실이 없는 한 과잉수사, 과잉처벌이 이뤄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선진국처럼 사후처벌보다 사전예방 위주로 안전보건체계를 확립하고 기업경영 위축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대다수 기업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지만 법 시행 초기의 진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의견도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신년 초에 발생한 광주시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사고가 여론의 풍향계를 바꾸어 놓은 듯하다.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엄격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여론의 추가 기우는 분위기다.

냉정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사업주가 구속돼 회사가 망하면 근로자도 일자리를 읽게 된다는 것이다. 산업재해에 따른 사망자를 줄이자는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해 기업의 안정적 경영이 위축되는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보완책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일선 기업도 법에 따른 처벌을 무작정 걱정하기보다는 실질적인 대응체계를 갖추는 게 필요하다. 우회로를 찾기보다는 실효성 있는 대비책으로 정면돌파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권순하 김앤장 변호사는 “안전·보건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안전·보건 목표를 경영방침에 포함시켜 전사 차원에서 기업의 핵심성과지표로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임직원이 안전·보건 목표를 공유하는 것이 경영자 의무의 핵심이란 설명이다. 특히 그는 “안전보건과 관련한 필요예산 조사 및 분석절차를 마련해 적정예산을 편성·집행하는 것도 중요 체크포인트”라고 덧붙였다.

중대재해처벌법의 거센 바람에 맞서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 쉬울 리 없다. 그러나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라고 했다. 영화 ‘최종병기 활’에 나오는 명대사다. 기업 경영자 모두가 되새겨 볼만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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