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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광장] SW 오프쇼어링이 중소기업에게 줄 수 있는 것
[ICT광장] SW 오프쇼어링이 중소기업에게 줄 수 있는 것
  • 박광하 기자
  • 승인 2022.04.16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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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환 씽크포비엘 대표
박지환 씽크포비엘 대표이사.
박지환 씽크포비엘 대표이사.

지난 기고 이후 많은 분으로부터 다양한 문의를 받았다. 기대 이상의 관심에 감사하면서도, 오프쇼어링에 대한 국내 인식이 여전히 너무 피상적이라는 점을 다시금 느꼈다. 필자의 지난번 칼럼조차 지면 관계로 간략히 설명하다 보니 그런 편견을 오히려 부추길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대상에 대해 잘 모르면 인식이 극단적으로 흐를 수 있다. SW 개발 오프쇼어링이라 하면, 한쪽에서는 내 입맛에 딱 맞는 제품이 저절로 만들어지는 '알라딘의 램프' 같은 서비스를 상상한다. 다른 쪽에서는 외국의 온갖 저급한 노동력과 사기꾼들이 내 소중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함부로 다룰 것처럼 생각하기도 한다. 양쪽 다 현실과는 대단히 거리가 멀다.

우선, 오프쇼어링은 원하는 제품을 클릭하면 완성품이 새벽 배송되는 쿠팡 서비스가 아니다. SW 개발이란 기존에 이미 존재하는 제품을 그대로 찍어 파는 일이 아니다. 기존에 없었거나 부족했던 어떤 요소를 새로 만들어서 제품화하는 일이다. 말하자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이고, 그런 일은 일정 과정을 남에게 맡기더라도 끊임없이 내가 확인하고 지휘해야 한다.

집의 인테리어를 업자에게 맡길 때도, 옆집과 똑같은 방식이 아니라 나만의, 완전히 새로운 양식을 원한다면 모든 단계에서 나만의 기대하는 바를 정확하게 업자에게 전달하고, 그것이 제대로 실현되는지 그때그때 확인해야 할 것이다. 오프쇼어링의 하루도 아침에는 상대 업체와 아이디어를 논의하고 저녁에는 저쪽이 가져온 프로토타이핑을 확인하며, 끊임없이 들어오는 컨펌 요구를 하나하나 화상으로 확인해서 의사결정 하는 일의 연속이다. 오프쇼어링은 본질적으로 '외주'가 아니라, 해외의 전문 업체와 한 팀으로 움직이는 공동 작업이기 때문이다.

오프쇼어링 업체의 인력 질이나 기술 유출 위험에 대한 과도한 우려도 마찬가지로 극단적이다. 오프쇼어링으로 조달하는 것은 신입사원 수준의 초급 인력이나 업계 탑티어 인력이 아니다. 10년 차쯤 되는 중견 개발자 열명이 1년 작업해서 완성할 수 있는 제품을, 자체 투입할 수 있는 중견 개발자가 세 명뿐이라면 완성에 3년이 걸린다. 그런데 이럴 때 해외의 전문 업체를 통해서 중견 개발자 100명을 동원한다면, 제품을 두어달 안에 완성해 출시할 수 있다. 미국, 유럽, 일본, 호주, 싱가폴 등 선진 기업들이 오프쇼어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SW 산업에서 성패를 결정짓는 것은 무엇보다 '시간'이고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오프쇼어링은 사실 무작정 저렴한 노동력도, 저절로 완성되는 제품도, 100%의 성공 가능성도 보장해주지 못하지만, 무엇보다 소중한 그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

기술 유출 문제에 대해서도, 그런 문제에 필요 이상 까칠한 일본 회사들이나 보안이 생명인 미 국방성, 금융권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오프쇼어링인 만큼, 충분한 안전장치와 노하우가 제도적으로 뒷받침되고 있다. 단, 세계적으로 워낙 많은 업체가 있고, 보안상 안전장치들도 계약서 작성이나 수주 형태 선택 등 내가 먼저 신경 쓰지 않으면 누군가 알아서 챙겨주는 구조는 아니다 보니 생각보다 신경 쓸 일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모든 중소기업이 혼자 힘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운 측면도 있다.

어쩌면 이런 부분에서 정부의 지원은 인력난을 자력으로 해결해 보고자 오프쇼어링을 선택한 기업들에게 히말라야 등반에서의 셰르파와 같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정부가 국내의 고급인력을 중소기업에 억지로 몰아줄 필요도, 오프쇼어링을 직접 지원함으로써 국민 세금으로 해외 업체의 매출에 기여한다는 비난을 받을 필요도 없다. 오프쇼어링 과정에서의 적절한 업체 선정 방법, 보안 관리 노하우, 소통 및 협력 방법, 유지보수 계획 등 사전에 주의해야 할 점 등에 대해 공신력 있는 가이드라인을 지원해 준다면, 성공에 목마른 우리 기업이 안전하게 각자의 아이디어와 우리만의 속도감으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 업계 전반에 오프쇼어링 방식에 대한 무지, 그리고 무지로 인한 편견이 없어진다면 충분히 가능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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