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모두의 나라장터

2025-03-07     차종환 기자

[정보통신신문=차종환기자]

우리나라의 전시 산업은 2000년대 초반부터 급격히 성장해, 현재 각 산업마다 굵직굵직한 전시회가 자리를 잡았다. 이들은 그 분야의 최신 트렌드를 한눈에 체감하고 관련업계 종사자가 서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장으로 발전했다.

조달청이 주최하는 ‘코리아 나라장터 엑스포’ 역시 어느덧 25년째를 맞은 국내 유일의 공공 조달 전문 전시회로 자리매김했다. 올해엔 650개사 1100부스가 마련됐다고 한다.

수많은 전시회가 있지만 유독 ‘나라장터 엑스포’가 흥미롭게 비춰지는 점은 기업들의 참가가 꾸준하게 이어진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여러 전문 분야 전시회들이 있지만 그 분야 전시회는 참가하지 않고 ‘나라장터 엑스포’에만 참가하는 기업도 여럿 봤다.

나름의 분석을 해보자면, 기업도 전시회 참가를 통해 ‘영업적 성과’를 이루려는 목적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정말 내 물건을 구매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 바이어와의 만남이 그것이다.

여타 전문 전시회들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기업의 제품이나 기술을 홍보한다면 ‘나라장터 엑스포’는 홍보의 대상이 공공기관 구매담당자로 그 범위가 상당히 좁혀진다. 주최 측인 조달청이 동원해주니 믿음직스럽다.

한 기업 참가자는 다른 전시회에서는 기간 내내 학생들 견학만 시켜주다 끝나지만, ‘나라장터 엑스포’에서는 계약이 성사되든 성사되지 않든 공공기관과의 접점을 만들 수 있어 유익하다는 평가를 전했다.

올해 처음 ‘나라장터 엑스포’에 참가했다는 한 기업도 본 전시회가 공공 쪽 판로를 개척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임을 깨닫고 참가했다고 말했다.

얼핏 들으면 “역시 나라장터 엑스포!”라며 엄지척을 보일 일 같지만, 한 번 더 곱씹어 보면 그만큼 기업들이 공공부문과 접점을 찾기가 어렵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일단 어디서 누구를 만나야 할지 막막하다는 설명이다. 어찌저찌 컨택이 됐다고 해도 제품이 도입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존에 있던 제품을 바꿔야 되는 경우라면 난이도가 급격히 올라간다. 기업들은 공공 부문의 ‘기존에 하던 것’을 좀처럼 바꾸려 하지 않는 폐쇄성을 논한다. 최악의 상황은 성사 단계까지 갔는데 담당자가 바뀌는 경우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전언이다.

마냥 기업들의 입장만 두둔할 수도 없는 일이다. 공공기관은 국민의 세금을 집행하는 것이기에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함이 맞다. 양질의 기술 혹은 제품인지 끊임없이 검증해야 한다. 각종 인증제도가 존재하는 이유다.

이 과정을 모두 통과한 기업은 그야말로 자타가 공인하는 기업임이 확실하다. 이러한 기업은 더욱 부각돼야 하고 성장해야 한다. 선순환 구조다.

어찌됐든 ‘나라장터 엑스포’ 같은 행사가 기업들의 숨통을 틔워주는 창구임은 분명해 보인다. 오히려 이러한 행사가 1년에 한번 있다는 것이 아쉬운 대목인지도 모르겠다. 시골엔 5일장도 열리는데 1년장이라니.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 언제든 물건을 사고 팔 수 있는 ‘모두의 나라장터’를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