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자율주행 보다 횡단보도

2025-06-15     차종환 기자

[정보통신신문=차종환기자]

초등학생 아이를 둔 부모의 입장에서 대로 하나를 건너야 하는 아이의 등하굣길은 여간 신경쓰이는 일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곳곳에 생겨나고 있는 스마트 횡단보도는 참으로 반가운 시설이 아닐 수 없다.

요즘 횡단보도는 인공지능 카메라를 달아 횡단보도에 진입한 보행자를 감지해 걸음이 느린 노약자나 어린이가 아직 횡단보도를 다 건너지 못하면 자동으로 보행시간을 연장해준단다.

부모의 잔소리를 대신하듯, 보행 신호에 맞춰 표출되는 음성 안내도 아이들에겐 생각보다 효과가 크다. 좌우를 살피라, 우측으로 건너라, 바닥의 선을 넘어가지 마라 등등 은근히 안내방송에 행동을 맞추는 아이의 행동에 안도감이 느껴진다.

아직 참고할 만한 통계가 많지는 않지만, 서울 성동구의 경우 스마트 횡단보도의 설치로 인한 보행자 교통사고 발생 건수가 21.5% 이상 감소했다고 한다.

21%가 별거 아닌 숫자로 느껴질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느 경찰 관계자에게 들은 바로는 교통사고 건수 5% 줄이는 것도 그렇게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지능형교통시스템에 대한 투자가 활기를 띄고 있다. 특히 핫한 것이 자율주행 관련 사업이다.

다 좋다. 다만, 교통사고 저감에 실질적인 역할을 하는 스마트 횡단보도 같은 보행자용 교통시설은 그 투자 규모가 자율주행 같은 것들에 비해 너무 작지는 않은 지 돌아볼 일이다.

2021년 기준, 서울시에는 3만7884개의 횡단보도가 있는데, 신호등조차 없는 횡단보도가 절반이 넘는 2만5917에 달한다고 한다.

맘 같아서는 파란불에 아예 차들이 진입이 불가능하도록 보행자용 터널이 생겨나는 시스템이 개발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도 도로변에 선 아이를 보며 쓸데없이 맘 졸인다. 부모 맘은 다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