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가보지 않은 길

2025-10-01     차종환 기자

[정보통신신문=차종환기자]

대한민국이 여지껏 가보지 않은 길에 선 느낌이다.

국제 정세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각종 경제지표가 들썩이니,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으로선 바람 앞에 선 등불과 같은 위태로움이 묻어난다.

미국뿐이랴, 중국, 러시아, 심지어 북한까지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가는 그림이다. 아울러 엔 캐리 청산이라는 미사일 버튼을 쥐고 있는 일본, 정치 불안에 바람 잘날 없는 유럽 등등, 세계가 각자의 스토리를 안고 새로운 국제 질서를 재편해가고 있음이 분명해보인다.

역사적으로도 강대국에 둘러싸여 갖은 고초를 겪어낸 한국이지만, 그때와 지금을 같은 선상에 놓고 보기는 어렵다. K-컬처가 세계를 사로잡고 있고, K-반도체가 없으면 인류의 문명이 후퇴할 판이다. 각국이 국방력을 키우기 위해 우리나라의 무기를 사려고 줄을 섰다.

한국은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는 게 공통된 평가다. 가보지 않았던 선진국의 길, 우리는 어떤 대외적 스탠스를 구축해 가야 할 것인가.

또하나의 가보지 않은 길은 인공지능(AI)이다.

인터넷이 인류 사회를 송두리째 바꿔 놓았듯, 그 바통은 AI가 이어받을 것이라는 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다.

정부도 AI의 중요성을 십분 인지하고 있다. 최근 대통령실에 AI미래기획수석을 신설하고,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를 출범시키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를 통과함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 주무부처의 지위가 명확해졌고, 장관은 과학기술과 AI 정책을 관장하는 부총리로 승격된다.

AI 정부조직 개편은 선진국과의 AI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혀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다. 누구도 가본적 없는 길이기에 시행착오는 피할 수 없을 터다.

미국과 중국의 AI가 워낙 강력하기에 일견, 우리의 AI 산업이 초라해 보일 수 있겠다. 그렇다고 손을 놓았다간 AI 마저 강대국들에 휘둘릴 수 있다. 초라할지언정, 맨손으로 싸우는 것과 막대기라도 들고 싸우는 것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다.

현재 세계적 반열에 올라선 조선, 방산, K-POP 산업 등은 누가 그렇게 하라고 시킨 게 아니다. 우직하게 그 길을 걸어온 결과다. AI 역시 꾸준히 하다보면 우리만의 차별화된 무언가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새 정부가 들어선지 100일이 넘었지만 국민 통합은 여전히 숙제다. 우리 앞에 펼쳐진 가보지 않은 길은 함께 가야 든든하고 또 무섭지 않을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