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교섭창구단일화 원칙 유지
직무·이해관계 등 고려 노동위가 교섭단위 분리 사용자성 판단, 교섭 강제 단일화 형해화, 현장 혼란 개별 노조 소외 우려 제기
[정보통신신문=서유덕기자]
하도급사 노동조합의 교섭권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개정 노동조합법이 내년 3월 시행 예정인 가운데, 정부는 교섭창구단일화의 틀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내용의 노조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내년 1월 5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24일 밝혔다.
지난 9월 공포돼 내년 3월 시행 예정인 개정 노동조합법에는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사용자로 본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이로써 원도급 사용자는 개정법 시행일부터 하도급사 근로자와의 교섭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이와 관련, 이번에 입법예고하는 시행령에는 원도급 사용자와 하도급사 노동조합 간 교섭 절차에 관한 사항이 규정됐다.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원도급 사용자와 하도급사 노조 간 교섭은 원도급 사용자의 사업장을 기준으로 하고, 노·사가 자율적인 교섭이나 공동 교섭에 합의하지 못했을 때는 교섭창구단일화를 추진한다.
교섭창구단일화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조직형태와 관계 없이 근로자가 설립하거나 가입한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인 경우 교섭대표노조를 정해 교섭을 요구하는 절차다.
현행 노조법에 규정된 이 제도는 교섭 과정을 효율화하고 같은 사업장 내 근로자들이 동등한 근로조건을 적용받게 하는 장치다. 그러나 소수 노조의 의견이 묵살된다는 부작용이 지적돼 왔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공동의 이해관계를 갖는 노조끼리 교섭단위를 분리·구성할 수 있게 함으로써 교섭창구단일화 시 하도급사 노조의 실질적인 교섭권을 보장하겠다는 구상이다.
교섭단위 분리는 노·사의 신청이 있는 경우 노동위원회가 판단해 결정하며 노조의 조직범위, 이해관계의 공통성, 타 노조에 의한 이익대표의 적절성, 노조 간 갈등 가능성, 당사자의 의사 등을 고려한다.
원칙적으로 원도급사 노조와 하도급사 노조 간에는 교섭단위를 분리한다. 또한 직무, 이해관계, 노조 특성을 고려해 △개별 하도급사별로 분리하는 방식 △특성이 유사한 하도급사별로 분리하는 방식 △전체 하도급사로 분리하는 방식 등 현장 상황에 부합하는 방법을 적용한다.
아울러 노동위는 교섭 전 사용자성 여부를 판단해 노·사 간 분쟁 가능성을 최소화한다. 교섭단위 분리 및 교섭창구단일화 과정에서 노동위가 하도급사 근로자에 대한 원도급 사용자의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하면 원도급 사용자는 교섭에 응해야 한다.
만약 노동위가 사용자성을 인정했음에도 원도급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교섭에 응하지 않으면 지방고용노동관서의 지도와 부당노동행위 사법처리를 통해 교섭을 촉진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노·사측 모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원도급 사용자의 사업을 기준으로 하는 교섭창구단일화를 명확히 하는 시행령 개정이 별도로 이뤄지지 않아 향후 법정 분쟁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교섭단위 분리 결정기준은 모법의 위임 범위를 넘어서 무분별하게 확대한 것”이라며 “15년간 유지돼 온 원도급 사용자 단위의 교섭창구단일화가 형해화돼 산업현장 혼란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개별 하도급사 노조는 하도급 사용자와 교섭하기 위해 사내에서 교섭창구단일화를 하고, 원도급 사용자를 상대로 교섭하기 위해 재차 교섭단위 분리와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밟아야 한다”면서 “교섭 진입이 더 어려워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개정 노동조합법의 취지에 따라 하도급사 노조의 실질적인 교섭권을 보장하고 노·사 간 안정적인 교섭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사용자성 판단과 노동쟁의 범위 관련 가이드라인을 연내 마련해 산업 현장에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노·사가 법 시행 전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입법예고 기간 중 직접 노·사 관계자와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해 현장 의견을 경청하겠다”며 “지난 10여년간 교섭창구단일화 제도에 대해 개선 의견이 있었던 만큼 노·사·정 간 충분한 사회적 대화와 숙의를 거쳐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