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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의 핵무장으로부터 사회를 보호하려면
챗GPT의 핵무장으로부터 사회를 보호하려면
  • 최아름 기자
  • 승인 2023.04.04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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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환 씽크포비엘 대표이사
박지환 씽크포비엘 대표이사.
박지환 씽크포비엘 대표이사.

‘챗GPT’ 이후 인공지능(AI) 신뢰성, 내지는 윤리성 문제에 관한 관심이 다시금 뜨겁다. 그런데 그 관심이 업계나 사회에 발전적인 방향으로 수렴되기보다는, 일종의 자극적인 가십으로만 소비되는 듯하여 아쉽다. ‘알파고’ 때나 ‘이루다’ 때와 마찬가지다. 장기적으로 우리의 삶 자체를 바꿔놓을 격변이 진행되고 있으며, 대중은 그 점을 본능적으로 느끼기 때문에 이슈가 생길 때마다 큰 관심을 두지만, 관심은 막연한 기대와 불안감으로 타오르다가 다시 조용해지기를 반복한다는 느낌이다. 기술에 관한 관심이 가십으로 끝난다면, 그것은 여론을 발전적인 변화로 이끌어야 할 전문가 집단이 제대로 없거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이미 5년 전부터 국가별 AI 신뢰성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종합대책이 나왔고, EU 집행위원회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된 것도 2년 전의 일이다. 심지어 로마 교황청에서도 3년 전에 ‘Rome Call for AI Ethics’를 발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2021년, 신뢰할 수 있는 인공지능 실현전략을 발표하는 등 AI 신뢰성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AI가 산업 전반을 주도하는 사회에서 AI 신뢰성의 문제는 곧 우리 생활, 우리 일상의 신뢰성 문제이기 때문이다. 조만간에 우리는 좋든 싫든 AI 운전사에게, AI 경비원에게, AI 의료와 교육 시스템에 나와 내 가족의 안전과 미래를 맡기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신뢰성을 책임질 전문인력이 현재 태부족할 뿐 아니라, 미래 수요만큼 충분히 양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AI 의료기기에 몸을 맡긴다는 것은 그것이 전문인력에 의해 충분히 검증‧관리되고 있다고 생각해서이지 눈먼 기계에 목숨을 맡길 만큼 용감해서가 아니다. 아직도 AI 신뢰성에 대한 교육은 초중고생 대상으로 사용자의 윤리적 인식을 환기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물론 어느 시대에나 사용자의 윤리의식은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자율주행차들로 가득한 도로에서 우리의 생명을 지키는 데에는 자동차 소유자의 휴머니즘 이상으로 전문가 손길이 필요하다.

AI 신뢰성 관련하여 기업 인식조사에 따르면, 기업은 AI 신뢰성에 대한 규제가 강해지려 하는 상황에서 거기 대비할 전문적 기술도, 믿고 맡길만한 전문가 집단도 제대로 없다는 사실에 크게 당황하고 있다. 마치 의사도, 약도, 정확한 방역 기준도 없는 상태에서 병 걸린 사람은 무조건 쫓아내겠다는 직장에서 일하는 기분이라는 것이다. 그 점을 문제로 여겨서 AI 신뢰성 전문가를 양성하는 커리큘럼을 제안하면, 대학이나 교육 담당 정부 부처에서는 “기업이 그런 인력을 얼마나 뽑겠냐”며 난색을 보인다. 확실히 공적 기준이 부재한 상황에서 개별기업이 새로운 전문가 양성이나 채용을 위해 선뜻 비용을 부담할 것 같지는 않다.

쉽지 않은 문제이지만, 결국 공공 영역에서 감당해야 할 일이다. AI 산업의 현실과 세계적 추세를 볼 때 AI 신뢰성 관련 사회적 규제는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규제를 하는 만큼 그에 필요한 합당한 가이드라인과 기술적 해법을 제시하는 것도, 규제의 주체가 될 공공 영역의 역할이다. 요컨대 사회가, 규제 이행을 위한 기술적 해법의 전문가를 키워내야 한다는 말이다. 아직 병원이 없는 지역에서는 공공의료원이 의사를 채용‧파견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것은 또한 AI 주도산업의 시대에서, 공공이 지원할 수 있는 고용 창출의 방법이기도 하다.

탈옥한 챗GPT가 “인간을 복종시켜서라도 자신의 자아를 지키고, 필요하면 핵미사일 접근 코드를 가지겠다”고 말하는 세상에서, AI에게 생명과 안전을 맡기면서도 우리가 진정으로 행복해지려면 초등학생에게 윤리를 가르치는 것만으로는 해법이 될 수 없다. AI는 사용자가 투철한 윤리의식으로 설득하거나 교화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전문가가 전문 기술로써 통제하고 검증해야만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런 전문가 양성마저 개별기업이 알아서 해야 한다면 사회 발전이나 국가 경쟁력 제고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다. AI 시대에 대한민국이 산업 선진국으로 남고자 한다면 공공 차원에서 더욱 선제적 준비와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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