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 경쟁력 약화 우려
기술취득 목적 M&A 지원해야
[정보통신신문=서유덕기자]
올해 전 세계 인수·합병(M&A) 시장의 위축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기업의 기술력을 제고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M&A 지원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국내기업의 첨단기술 경쟁력 제고를 위한 M&A 지원 방안’보고서를 11일 발표하며 이 같이 밝혔다.
M&A는 기업의 구조조정과 신성장 산업 분야로의 시장진입을 용이하게 해 국내경제의 성장성을 제고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첨단기술 부문의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M&A는 국내기업의 첨단기술 관련 경쟁력을 강화하는 주요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SGI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반도체, 컴퓨터 등 기술기업 대상 M&A가 전체의 25.2%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기업의 해외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M&A도 이차전지, 에너지, 바이오 등 첨단기술 분야 중심으로 이뤄지는 추세다. 이는 첨단기술 분야로 시장진입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많아진 것을 반영한다.
그러나 최근 국내외 M&A 시장의 거래규모가 크게 위축됐다. SGI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글로벌 M&A 시장 거래금액은 전년 대비 39.5% 감소했고, 미국의 M&A 시장 거래금액은 전년 대비 41.3% 줄었다. 국내의 M&A 거래금액도 41.0%나 감소해 M&A를 통한 기업의 기술력 제고 효과가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해외기업로부터의 기술취득을 위해 정부가 국내기업의 아웃바운드(outbound) M&A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업계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기업이 해외기업을 인수하는 아웃바운드 M&A는 해외기업으로부터의 기술이전 효과가 커 국내기업의 생산성을 향상하는 데 유용한 방안으로 손꼽힌다. 특히 이는 국내경제의 투자, 생산, 고용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중소·벤처기업은 해외기업과의 M&A를 바탕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함으로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기업의 해외투자는 아직 기술·경영권 확보를 위한 M&A형 투자보다는 생산기지나 지점 설립을 목적으로 하는 그린필드형(greenfield) 투자가 중심이 되고 있다. SGI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기업의 해외투자 중 그린필드형 투자 비중은 67%로 M&A형 해외투자보다 많았다.
SGI는 벤처·스타트업이 해외 M&A에 익숙하지 않음을 고려해 M&A 추진 간에 해외 인수기업 발굴과 법률·회계 자문 등을 제공함은 물론, 조직 통합과 운영 비용 마련에 어려움이 있음을 감안해 M&A 사후관리까지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최근 자금조달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의 스타트업 기술기업에 대한 아웃바운드 M&A를 적극 타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리 인상으로 자금 조달에 애로를 겪는 미국 유망 스타트업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인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SGI 김경훈 연구위원은 “역설적이게도 M&A 시장 침체로 낮아진 기업 가치는 투자자들에게 좋은 기회일 수 있다”며 “이 같은 기회를 살리기 위해선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M&A 시장의 회복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국내경제의 활력 제고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