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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형 ‘연구 몰입 환경’ 갖춰 세계 선도해야”
“선진국형 ‘연구 몰입 환경’ 갖춰 세계 선도해야”
  • 박남수 기자
  • 승인 2024.02.29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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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UNIST 총장
체계적 연구중심대학 육성 전략 제시

연구 핵심은 재원‧기초연구비 증액 필요
대학 R&D 예산 11조원 이상으로 확대
이용훈 UNIST 총장
이용훈 UNIST 총장

[정보통신신문=박남수기자]

“1970년대 개도국형 운영 모델에서 벗어나 선진국형 ‘연구몰입환경’을 갖춰야만 혁신 연구로 세계를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용훈 울산과학기술원(UNIST) 총장은 “대학의 연구몰입환경 조성에 투자해야 혁신 연구를 할 수 있다”며 “대학 투입 연구개발(R&D) 예산 규모를 11조원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총장은 이 같은 정책 제안을 담은 ‘세계일류대학 만들기 연구중심대학 2.0’을 내놨다.

 

Q. 연구중심대학이 무엇인가?

연구중심대학은 연구를 통해 교육을 하는 대학을 말한다. 교수와 학생들이 연구에 함께 참여하는 과정에서 교육이 이뤄지는 게 특징이다.

전 세계에 대학이 약 2만5000개 정도 되는데 연구중심대학으로 불리려면 최소 300~400위 안에는 들어야 한다. 100등 이내에 들어가야 세계 일류 연구중심대학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100등 안에 드는 세계 일류 대학은 학술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 결과를 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창업, 기술 이전 분야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다. 연구중심대학이 추구해야 하는 양극단의 역할이기도 하다.

세계 초일류 연구중심대학들을 보자. 노벨상, 튜링상 등 학술상 수상자를 많이 배출한 상위 10여 개 대학과 유니콘 기업 CEO를 다수 배출한 학교를 대조 분석해 보면 그 명단이 거의 일치한다. 이는 연구를 통한 대학의 ‘학술역량’과 창업, 기술 이전 등을 통한 ‘가치창출’ 역량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초연구가 상업적 성공으로 이어지는 롤 모델도 속속 나오고 있다.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와 같은 회사의 코로나 백신 개발 과정에서 세계 최고 연구중심대학의 초격차 기술 효과를 이미 경험하지 않았는가.

 

Q. 1.0과 2.0의 가장 큰 차이?

연구자가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즉 연구몰입환경을 갖췄느냐의 여부다.

우리도 1970년대에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전신인 KAIS의 설립을 시작으로 연구중심대학을 육성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 이를 1.0으로 본다. 연구비 전체 규모가 부족하다 보니 효율성을 강조해 응용연구, 연구자 중심으로 돌아갔다. 반도체 연구를 하기 위해서 대학원생이 직접 반도체 장비를 만들던 시절이다.

그로부터 50년이 넘게 지났지만 바뀐 게 크게 없다. 실험장비를 직접 만든다며 뚝딱거리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고가의 장비를 수입하기 위해 여전히 교수가 몇 달을 골머리를 앓아야 한다. 장비를 들여와서 그 장비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것도 교수와 대학원생의 몫이다.

 

Q. 연구중심대학 2.0이 왜 필요한가?

기술 패권시대에는 대학에서 이뤄지는 기초연구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모더나의 백신이나 인공지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딥러닝 기술은 모두 대학의 기초기술에서 시작됐다. 과거의 대학 모델로는 이러한 선도자적 연구를 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GDP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 전 세계 2위, 절대 규모로는 세계 5위지만, HCR이나 SCIE 저널 논문수, 피인용수로 본 과학기술 연구 역량은 12~17위에 그친다.

또 우리나라 연구중심대학들이 이대로 있다가는 세계대학들과 격차가 더 벌어지겠다는 위기감도 있다. 1991년에 KAIST, 포스텍을 벤치마킹해 세워진 난양공대와 홍콩과기대는 THE나 QS 대학평가에서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이들을 앞서나가고 있다. 또 2003년도에 카이스트를 벤치마킹하러 왔던 중국 칭화대는 지난 20년 사이에 비약적으로 발전해, 각종 세계대학평가 랭킹 10위 권에 안착했다.

 

Q. 연구중심대학 2.0의 추진 전략은?

세계 초일류 연구중심대학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세계 과학계에서 급부상한 싱가포르, 중국 등의 경쟁력을 분석하고, 이를 벤치마킹 해야 한다.

연구자가 직접 과제 관리하고, 연구 장비 관리하는 1970년대식 개도국형 연구지원체계를 과감하게 바꿔, 선진국의 연구지원체계를 갖춰야 한다. 전문지원인력을 육성하고, 연구장비를 일원화해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러한 연구몰입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대학이 재량껏 투자할 수 있는 재원이 필요하다.

정책적 결단을 통해 이제 연구자 개인 육성뿐만 아니라 ‘대학’ 육성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70년대에 만들어진 연구중심대학 육성 시스템은 한정된 자원을 배분하다 보니 연구자에게 선택과 집중을 했다. 그 결과 대학 본부와 연구자 간의 ‘미스 매치’가 생겼다.

‘가난한 대학 본부’는 연구 장비 사고, 전문 관리 인력 육성할 재원이 부족해졌다. 이는 연구자가 연구외적 업무 부담을 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정 분야, 특정 연구자에게 연구비를 몰아준다고 해서 성과 또한 비례해 나타나지는 않는다. 연구하는 전반적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투자해야 한다. 잘 갖춰진 시스템의 혜택은 연구자 다수에게 돌아간다.

 

Q. 세계적인 일류 연구중심대학을 만들려면 세계화, 국제화도 필요할 것 같다.

국제화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단순히 외국 교환 학생을 유치고, 국제협력 협약을 맺는 표면적인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

국제적 평판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연구 부문에서 깊이 있는 협력이 필요하다. THE 세계대학평가 지표를 설계한 조나선 아담스 박사는 한국이 보유한 놀라운 기술력에 비해 한국대학들의 인지도가 낮은 이유를 연구 부문의 ‘국제화’에서 찾았다. 영국 대학이 논문의 50% 이상을 국제협력에서 얻는 반면, 한국은 30% 미만이다.

UNIST는 연구력에서 강점을 지닌 탄소중립분야 등에서 ‘프로젝트’ 방식으로 국제협력을 늘려가고 있다. 또 교수의 연구년도 국제적 인지도를 높일 방법이다. 연구년 취지에 맞게 해외 유명 대학으로 파견나가 공동 연구 활동 등을 하는 것이다. 연구년은 엄청난 혜택임을 주지시키고, 교원 스스로 높은 기준을 갖고 연구년을 보낼 학교를 선정하도록 강조하고 있다.

 

Q. ‘연구몰입환경 조성’이나 ‘국제화’ 모두 ‘돈’이 든다. 재원 확보 방안은?

간접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기부금이나 기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간접비는 국내 대학이 연구개발설비 등에 재투자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재원이다. 미국은 전체 연구비의 35%를 간접비로 징수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대학마다 다르지만, 총연구비의 18~23% 규모로 간접비가 책정된다. 간접비 책정 비율을 올려야 한다.

또 기관별로 책정된 간접비 비율이 지켜지지 않고, 연구사업에 따라 임의로 간접비 정책 비율을 바꿀 수 있는 것도 큰 문제다. 일부 연구사업은 전체 연구비의 5%만을 간접비로 책정하도록 제한하기도 한다. 기관별로 정책된 간접비 비율을 모든 연구사업에 적용하는 정률제로 가야 한다.

특정 대형 연구과제의 경우 간접비 반환 제도(Overhead Return)를 통해 징수된 간접비의 절반을 다시 연구자에게 돌려줘야 하는데, 과제 관리를 맡을 행정연구원을 채용하고 나면 대학본부 입장에서는 적자가 발생하는 격이다.

연구자를 보호하고, 연구에 필요한 연구직접비를 확보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인 것은 알겠으나, 우리나라 연구개발예산이 100조 원을 웃도는 오늘날에는 보다 과감한 제도의 실험이 필요하다.

 

Q. 대학에 투입하는 연구개발비는 가시적 성과를 얻기 힘들다는 회의론도 있다.

연구중심대학은 10년 후, 또는 그보다 더 먼 미래를 내다보는 기초 연구의 보루다. 당장 성과를 보기 힘들어도 미리미리 대비해놔야 사회가 필요할 때, 적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내가 재직했던 KAIST의 예를 들고 싶다. KAIST는 2009년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와 합병하면서 교원 60명을 추가 확보했다. 이 때 상당수를 인공지능 분야 우수 교원을 확보하는데 할애했다.

이는 2016년 알파고 쇼크 이후 대기업들이 KAIST를 앞다퉈 찾는 결과로 이어졌다. 우리는 준비가 돼있기 때문이다. 이들 대기업과 공동 연구하면서 지식을 전달하고, 공동 연구에 참여했던 대학원은 기업의 인력으로 스며들었다.

우리나라 대학의 기술이전비 수입이 선진국에 비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나라 대학은 기업과 함께하는 산학과제 비중 굉장히 높고, 이 산학과제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기업이 과제에서 발생할 특허의 소유권을 대학에 미리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즉 연구비에 특허취득비가 이미 포함된 것이나 마찬가지라 통계로 잡히는 기술이전금액이 적을 수 있다는 의미다.

 

Q. 간접비 제도 개선, 연구개발비 증액 외 또 다른 제안은?

일반대학진흥기금(General University Funds) 형태의 연구비 지원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독일의 경우, 간접비 징수비율은 전체 연구비의 18%이지만 일반대학진흥기금 형태의 연구비를 국가에서 지원받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대학으로 오는 연구비는 거의 국가연구개발 사업 형태로 수행된다.

이 일반대학진흥기금은 정부가 지원하는 정액형 지원금으로 대학의 교육, 연구개발, 행정 등 대학 전반에 쓸 수 있는 돈이다. 기관의 수요에 맞게 재량껏 학생들 가르치고, 실험장비 사들이고 하는데 골라 쓸 수 있다.

우리나라도 일단 정부의 연간 연구개발예산의 1%인 3000억원 정도만이라도 일반진흥기금제도를 시행하는데 할애하는 건 어떨까. 수혜 대학 선정 기준은 오로지 연구경쟁력이어야만 제대로 된 효과를 볼 수 있다. 기존의 다수 분배 위주의 사업이 아닌 선도적인 소수에 집중해 투자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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