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9:26 (금)
돈의 원료가 솜이라고요?
돈의 원료가 솜이라고요?
  • 한국정보통신
  • 승인 2005.04.25 08:37
  • 호수 113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알고 보면 재미있는 지폐 이야기
특수인쇄기술 적용하기엔 솜이 제격
다양한 위·변조방지기법 숨어 있어


그 동안 화폐개혁의 방법으로 고액권 발행과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변경), 화폐도안변경 등을 놓고 고심해오던 한국은행이 드디어 화폐도안변경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최근 빠르게 증가하는 5000원 권 위조지폐에 대응하고 새로운 크기와 도안을 갖춘 화폐를 도입함으로써 국민생활의 편리를 도모하겠다는 뜻이다. 특히 고해상도 스캐너나 컬러 레이저 프린터 등 급속하게 발전하는 정밀장치에 대응하기에는 현재의 지폐도안은 한계에 다다랐다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실제로 지금의 지폐도안은 23년 동안이나 쓰여져 왔던 것이라 크기나 색깔, 생김새 등이 이미 세계 추세에 뒤쳐진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특히 지폐의 크기가 너무 커서 지갑수입업자들이 큰 제품만 골라서 수입했을 정도였다.

이렇게 지폐의 도안이 바뀔 경우 여러 가지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한국은행은 인쇄기, 지폐의 원가, 은행 자동화기기 및 자판기 교체 등의 비용으로 약 47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록 큰 비용이 들긴 하지만 23년만에 새롭고 편리한 지폐를 쓰기 위한 투자비용이라면 감당할만하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또한 자판기 등의 교체로 인해 새로운 투자수요가 발생하는 것은 국가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게 일반적인 견해다. 지폐 발행에 관한 몇 가지 궁금점을 풀어보자.


지폐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지폐는 고도의 인쇄 기술과 예술성이 결합된 국가 상징물 중의 하나다. 따라서 지폐는 일반 인쇄물과는 달리 제조과정에서 특수한 첨단기술이 적용된다.

지폐는 ▷제지 ▷디자인 ▷제판 ▷잉크제조 ▷평판인쇄 ▷요판인쇄 ▷활판인쇄 ▷포장 등 복잡한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이 중 주요 공정을 살펴보면 제지는 말 그대로 종이를 만드는 과정이다. 제지과정에서는 위조방지를 위한 숨은 그림, 특수물질 등을 지폐용지에 삽입하게 된다.

주목할 만한 것은 지폐의 종이원료가 솜이라는 점이다. 일상 생활에서 쓰이는 책, 공책 등의 원료가 나무 펄프인 것과는 확연한 대조를 이루는 부분이다.

지폐는 정교한 인쇄에 적합한 지질을 가져야 하고 특수 색소 같은 위·변조방지 요소를 담아낼 수 있어야 할 뿐더러 숱한 사람들 손을 거쳐도 땀이나 물기에 헤어지지 않을 만큼 질겨야 한다. 이런 요건을 갖춘 원료로는 솜이 제격인 것이다.

지폐의 솜은 방적공장에서 나오는 찌꺼기 솜이다. 이것을 오랜 시간 물에 불려서 부드럽게 만든 뒤 색깔과 냄새를 없애 원료로 쓰는 것이다.

이어 디자인 단계에서는 지폐의 구성요소인 소재, 문양, 색채, 크기, 문자, 규격, 위·변조 방지요소와 기·번호 등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하게 된다.

또 평판인쇄 공정에서는 지폐의 바탕무늬(地紋)나 패턴의 인쇄가, 요판인쇄 과정에서는 위조방지를 위해 오목한 부분의 인쇄가 각각 이뤄진다.

아울러 활판인쇄 공정에서는 볼록한 형태의 활자로 인쇄하는 방법이 적용되며 검사가 완료된 은행권의 번호, 인장 또는 서명의 최종 인쇄가 진행된다.



다양한 위·변조 방지 기술

화폐의 위·변조를 막기 위한 기술은 매우 다양하다.

1만원권을 예로 들면 현재 유통되는 지폐는 83년 10월 8일부터 발행된 '다' 1만원권, 94년 1월 20일부터 발행된 '라' 1만원권, 2000년 6월 19일부터 발행된 '마' 1만원권 등 전부 3종이며 각 화폐마다 일반인들은 잘 알 수 없는 위·변조 방지 기술이 숨어 있다.

가장 최근에 발행된 '마' 1만원권의 경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볼록인쇄다. 은행권의 일부 글자, 숫자(오른쪽 아랫부분 10000) 및 점자가 볼록하게 인쇄돼 손으로 만져보면 볼록한 촉감이 느껴진다

또 빛에 지폐를 비추어 보면 은화라고 불리는 숨은 그림이 보인다. '마' 1만원권의 경우 숨은 그림이 선명하게 나타나도록 은화의 크기를 종전보다 확대했다.

이와 함께 세종대왕 초상 옷깃부분에 태극모양의 돌출은화를 삽입했으며 시변각잉크를 사용, 지폐의 색깔이 보는 방향에 따라 황금색에서 연두색으로 바뀌도록 했다.

이 밖에도 '만'자와 '원'자 사이에 은색 선이 부분적으로 드러나도록 했고 앞·뒷면에 인쇄된 용의 머리부분이 정확히 일치하도록 한 것도 위·변조를 막기 위한 것이다.



모자상, 화폐개혁으로 25일간 통용

우리나라 지폐에 사용된 인물 초상은 역사상의 특정 인물을 대상으로 해왔다. 그런데 역사적 인물도 아닌 일반인을 주소재로 사용한 은행권이 발행된 일이 있어 궁금증을 준 적이 있다. 지난 1962년 5월 16일 발행된 모자상 은행권이 그것이다.

이 은행권은 발행 후 25일간 통용되다가 그해 6월10일 제3차 화폐개혁으로 유통이 정지돼 우리나라 화폐 중 최단명의 지폐로 남아 있다. 이 은행권은 백환짜리로서 한복차림의 한 젊은 엄마가 색동옷을 입은 아들과 함께 저금통장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모습을 도안으로 하고 있다.

당시 5·16군사정부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하기 위한 자금 조달을 위해 국민의 저축심을 높이고자 이 화폐를 발행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디자인의 모델이 과연 누구냐 하는 것이다. 당시 집권자의 부인과 아들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돌기도 했다.
화폐 디자인을 한 조폐공사의 강 모 도안실장은 이를 밝히지 않고 세상을 떠나버렸다.

그렇게 미궁으로 빠져 있다가 몇 해 전 최단명 지폐 속 모델이 확인됐다.
현재 서울에서 대형 음식점을 하는 권 모 여인과 그 아들이 바로 주인공이다. 권씨는 61년 당시 23살, 아들은 2살배기 아기였다. 권씨는 60년 4월까지 조폐공사에 근무하다가 결혼으로 퇴직한 터였다.

그러다 61년 어느 가을, 직장 다닐 때 잘 알고 지내던 도안실장으로부터 "사진을 찍어줄 터이니 덕수궁으로 나오라"는 연락을 받고 나들이를 하게 된다. 거기서 수십장의 사진을 찍었다. 그때 강 실장이 "화폐 도안으로 쓰려고 한다"고 말해 사진 찍는 이유를 알게 됐다고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인터넷 신문 등록 사항] 명칭 : ㈜한국정보통신신문사
  • 등록번호 : 서울 아04447
  • 등록일자 : 2017-04-06
  • 제호 : 정보통신신문
  • 대표이사·발행인 : 함정기
  • 편집인 : 이민규
  • 편집국장 : 박남수
  •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대로 308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정보통신신문사
  • 발행일자 : 2024-04-26
  • 대표전화 : 02-597-8140
  • 팩스 : 02-597-822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민규
  • 사업자등록번호 : 214-86-71864
  • 통신판매업등록번호 : 제 2019-서울용산-0472호
  • 정보통신신문의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1-2024 정보통신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oit.co.kr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인터넷신문위원회 abc협회 인증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