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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의 비밀요새 '지하벙커'
전장의 비밀요새 '지하벙커'
  • 한국정보통신
  • 승인 2005.05.13 19:57
  • 호수 1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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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회의실·편의시설 등 두루 갖춰
첨단 무기 포화 피하며 전세 뒤집어

지난 5일 다소 '생뚱맞은' 소식이 전해졌다. 서울 여의도 한복판 땅 밑에서 커다란 지하 벙커(bunker·엄폐호, 은신처)가 발견된 것이다.

전장도 아닌 서울 도심에서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벙커가 출현했으니 '누가, 언제, 왜 만들었을까'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

서울시는 "벙커가 지하시설물 도면 등에 기록된 게 없어 있는지 몰랐다"고 밝혔다.

다만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72년부터 10여 년간 국군의 날 행사가 당시 여의도광장에서 열렸을 때 대통령 등 요인들의 유사시 대피용 방공호로 쓰이지 않았나 추정하고 있다. 국방부도 군 관련 시설물이 아니며 존재 자체를 몰랐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벙커는 본래 전시에 군사작전을 수행하는 은신처를 의미한다. 세계 전쟁사의 이면에는 요새와 같이 만들어진 지하벙커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특히 지하벙커는 첨단 무기의 막강 포화를 교묘하게 피해가며 전세를 뒤집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 후세인의 지하벙커 = 최근 발발한 전쟁에서 세계인의 주목을 받은 것은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지하벙커다. 이라크 전쟁이 한창이던 지난 2003년 3월 발견된 이 지하벙커는 영빈관 아래 9㎙(1 fm = 10의 -15승m) 깊이에 자리하고 있다.

이 벙커는 1984년 독일인 엔지니어 볼프강벤들러의 도움으로 건립됐으며 7000만 달러의 공사비용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바닥 면적은 약 600평으로 회의실 침실 등 14개의 방으로 구성돼 있다.

벙커지붕은 최소 2㎙ 두께의 강화 콘크리트벽과 철근으로 만들어져 히로시마에 투하된 규모의 원자폭탄이 터져도 충격을 흡수할 수 있고 300도의 고열에도 견딜 수 있다. 자체 발전시설과 공기 정화기는 물론 최소 두 달간 생활할 수 있는 각종 물품이 비축돼 있다.

□ 아프카니스탄의 요새 = 후세인 지하벙커에 비견되는 것이 아프카니스탄의 지하요새다.

지난 2001년 발생한 9.11사태에 대한 보복으로 미군은 탈레반에 대한 맹공을 퍼부었지만 이 지하요새가 발목을 잡았다.

아프가니스탄 동부 토라보라 산악지대에 위치한 이 요새는 여러 개의 터널을 갖고 있으며 1개의 터널에는 41개의 동굴이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다. 동굴의 높이와 넓이는 각각 4m, 9m로 탱크가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다.

지하 요새에는 전력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어 에스컬레이터가 운행되고 병원과 호텔, 이슬람사원, 탱크 보수실 뿐 아니라 제빵소도 있는 복합 요새로 최소 80명이 6개월 이상 생존할 수 있다.

특히 지하 요새는 최대 깊이 47m에 달해 미사일 공격에도 요지부동이었다.

이 같은 요새는 아프간 고산지대 내 30∼50곳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이 지금까지 빈라덴을 체포하지 못했던 것은 이 요새를 초토화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 베트남의 구치터널 = 세계 최강국이었던 미국에 패배를 안겨주었던 베트남전이 지난달 30일로 종전 30 주년을 맞았다.

베트남이 승전의 기념비적인 전적물로 자랑하는 것이 구치터널이다.

베트남 호치민시(구 사이공) 근교 밀림 속에 위치한 구치터널은 1930년대 프랑스와 전쟁 당시 게릴라의 거점이었던 곳이다.

그 후 베트남은 1948년부터 200㎞를 더 파 이 지하요새를 만들었다. 터널은 총 연장 248km에 지하 3m, 5m, 8m에 3층 구조로 돼 있다. 터널은 작전회의실, 주방, 휴식공간, 무기 저장소을 비롯, 수술실까지 갖추고 있다.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은 사이공의 코앞인 구치지역에서 베트콩이 자주 출몰하자 이 지역 4만㏊에 500만t의 폭탄과 고엽제를 쏟아 붓고 200여 개의 부대를 배치했지만 이곳을 빼앗지도 터널을 파괴하지도 못했다.

□ 우리나라의 지하벙커는 = 우리 나라 곳곳에도 여러 개의 지하벙커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모두 군사기밀 및 보안에 관한 사항이어서 정확한 내용은 파악하기 힘들다.

최근 일반에 공개돼 관심을 모은 곳은 서울 남산의 옛 안기부건물(현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별관 지하 2층에 위치해 있던 1000여평 규모의 지하벙커다.

5·16쿠데타 직후 창설된 중앙정보부가 81년 국가안전기획부로 이름은 바꾸고 95년 서초구 내곡동으로 이전하기까지 34년간 이곳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벙커는 지하 3층에 걸쳐 지어졌다.

특히 30여 개의 방으로 구성된 430여평 규모의 취조실은 학생, 언론인, 정치인 등 폭압 정권의 저항세력에겐 공포의 대상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재야 시절 취조를 당한 것을 비롯해 다수의 반정부 인사들이 심한 고초를 겪었다.

서울시는 지난 2001년 7월 총 100억원을 투입, 이 곳을 '서울종합방재센터'로 고쳤다. 공작정치의 마지막 유물이 재난상황실의 총 집결지로 탈바꿈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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