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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아빠의 육아휴직
[기자수첩]아빠의 육아휴직
  • 차종환 기자
  • 승인 2019.09.18 1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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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에서 대학동기가 한숨을 푹푹 쉬어댔다. 맞벌이 처지에 세 살 난 아이를 볼 사람이 없다는 사연이다. 사람을 고용하자니 연일 뉴스를 통해 들리는 소식들이 찜찜하단다.

요즘 아빠도 육아휴직 갈 수 있지 않냐했더니 말 같지도 않은 소리하지 말라며 손사래 친다.

자기 회사는 육아휴직 꿈도 못 꾼다는 푸념이다. 나름 ICT업계에서 규모도 있고 이름도 있는 기업이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하니 어쩌니, 듣고 있자니 식상한 얘기다.

아니나다를까, 얼마 전 자유한국당 박대출 의원실에서는 흥미로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주52시간제'를 위반한 사업장을 살펴보니 정보통신업체가 월등히 많더라는 조사다. ICT 업계는 수시로 발생되는 긴급 상황과 개발업무에 몰입해야 하는 업무 특성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동기의 푸념이 팩트로 증명되는 순간이다.

묘하게 육아휴직과 연계되는 접점이 있다. 

정보통신업계는 타산업에 비해 남자의 비중이 가히 압도적이다. 나름 이공계를 나온 필자 경험상 당시 200명 정도 학부 인원 중 여자는 10명이었으니 -눈물 좀 닦고- 약 5%만 여자란 소리다. 20년여가 지난 지금이라고 이 비율에 큰 변화가 있으리라곤 생각치 않는다. 

이 성비는 고스란히 실제 산업에 반영될 것이다. 여성의 육아휴직은 출산과 연계되는 부분이 있어 자연스러울지 몰라도 남자는 '굳이?'라는 물음표를 달게 된다. 결국 남자가 대부분인 정보통신업계에 육아휴직이란 고용주든 피고용인이든 생각해본 적도 없는 그 무엇일 터다.

오늘도 자의반 타의반 수많은 공대 나온 아빠들이 주 52시간을 어겨가며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한 채 '4차 산업혁명'의 희생양(?)으로 소모된다. 필자조차 동기의 푸념이 식상하다고 여길 만큼 이는 당연한 모습이 됐다. 

워낙 변화의 속도가 빠른 정보통신 분야이니, 몇 달만 쉬어도 산업의 지형도는 바뀔 것이다. 이해는 된다. 하물며 박 의원실의 조사도 전체 산업계를 들여다보니 정보통신이 많더라는 얘기지 정보통신 종사자들이 육아휴직을 잘 가느냐 하는 조사는 아니다. 하지만 왜일까. 혹시 그런 조사가 시행된다면 전 산업계 통틀어 정보통신이 육아휴직 이용 꼴찌일 것이라는 확신이 드는 것은.

초과근무와 야근이 필요하면 하는 것이 맞겠지만 그것이 정보통신이기에 '당연하다'는 선입견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그러한 관행 속에서 육아휴직을 바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 것이다.

아무쪼록 정보통신 종사자도 육아휴직이 무슨 대단한 사건인양 호들갑 떨지 않고 당당히 아이 보러 떠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라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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