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심리학에 따르면, 한 인간이 생후부터 만 3세까지 겪는 초기 경험은 그 이후 경험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중요하다. 그 시기의 경험에 따라 인간의 성격과 지능, 정서의 상당 부분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기는 옳고 그름에 대한 인식은 형성되기 전이기 때문에, 잘못된 행동에 대한 과도한 훈육은 본래 의도와는 무관하게 트라우마로 작용, 한 인간이 인생에 걸쳐 소심하고 자신감 없는 삶을 살게 할 수 있다고 한다. 좋은 의도의 훈육이 역효과만 낳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말을 들어보면, 기업의 성숙 과정도 이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초기 환경이 기업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인터넷 산업 태동기인 1996년 미국은 인터넷 서비스 이용자의 게시물로 인해 사업자를 처벌할 수 없도록 하는 면책 조항을 마련했다. 산업 초기에 발생하는 각종 문제와 부작용 등 시행착오에 대해 ‘운신의 여지’를 제공함으로써, 스스로 규제 해법을 발견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그 결과 20여년이 지난 현재 미국은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전세계 소비자와 데이터를 끌어모으는 글로벌 거대 플랫폼 기업을 보유하게 됐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7월 9일 현재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진흥'이 들어간 현행법령을 검색해 보면 시행이 예정된 개정안을 포함, 313건이 검색된다. '보호'가 포함된 법령은 208건, '육성'이 들어간 법령은 169건이다.
이렇게 '남발'된 법령들은 신생기업들의 성장을 저해하기 일쑤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에 따르면, 이는 산업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규제 대상에 대한 정의도 불분명한 상태에서 법령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자생력도 없는 상태에서 각종 설익은 규제로 인해 싹이 잘리기 십상이다.
정작 기업 진흥을 위해 법령이 담당해줘야 할 소비자나 이해관계자와의 갈등 해결은 오롯이 스타트업들의 몫이다.
해외에서는 택시나 숙박업이 면허제로 운영돼도 소비자가 선택하면 정부가 규제하지 않기 때문에 우버나 에어비앤비 등 공유경제 혁신 서비스가 가능해지지만, 우리나라 '타다' 서비스는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다.
교통, 지식기술, 의료, 생활서비스 등 분야도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규제에 갇혀 시작도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데이터 경제 시대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며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데이터를 창출하는 플랫폼 기업 육성에 나라의 명운이 걸린 상황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에서 여러 시행착오들을 통해 스스로 깨닫고 강해질 수 있도록 디지털 융합 산업 태동기인 지금만이라도 사후 규제, 네거티브 규제 등으로 강한 규제를 풀어줘야 유망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다. 얼마 간 성장통을 겪더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