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성화 시기상조…5G 단기적 투자 인색
지연시간 활용 B2C ‘클라우드 게임’ 유일
“서비스 성공여부가 투자 유인요소 될 것”
통신3사 출사표…자체 플랫폼 가동
‘구독모델 시험대’ 확산시 고수익원
국내 이동통신업계는 2018년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성적표는 낙제점에 가깝다.
5G 가입자들은 좀처럼 터지지 않는 5G 품질에 불만을 성토하고 있고, 통신사는 5G 투자에 선뜻 나서지 않는 상황이 수년째 이어져 오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과 수요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클라우드 게임’이 시장의 접점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5G 전용 서비스, B2B 시장에 무게중심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현재 5G는 거의 계륵에 가깝다.
지난해 11월 기준 5G 가입자는 1000만명을 돌파했다. 겉으로 보기엔 상당한 수요가 형성된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최신 스마트폰으로 변경시 5G 요금제를 써야 하는 ‘반강제적’ 가입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파악된다.
즉, 현재의 5G 가입자 대다수는 5G 전용 서비스의 수요자가 아니라는 분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파악한 유형별 데이터 트래픽 현황을 살펴보면, 동영상(56.8%), 웹포털(16.5%), SNS(13.7%), 멀티미디어(7.9%) 순의 분포를 보인다. 4G로도 서비스 이용에 큰 불편이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5G 가입자의 불만 역시, 특정 5G 서비스를 이용하기에 불편이 따른다는 것이 아닌 ‘비싼 요금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5G 연결이 자주 끊겨 4G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으니 현재의 불완전한 5G는 4G 수준의 요금이 합당하다는 논리다.
그렇다면, ‘무엇이 5G 전용 서비스인가’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이동통신 업계는 5G 전용 서비스로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가상∙증강현실(VR∙AR) 서비스 등을 꼽고 있다. VR∙AR이 사용자 인터페이스라는 큰 산을 하나 더 넘어야 함을 감안하면, 사실상 5G는 기업용(B2B) 시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자율주행은 5G를 본격 도입하기에 아직 표준 정립조차 이뤄지지 않았고, 스마트팩토리는 제조 인프라의 근간을 바꿔야 하는 사업인데다 산업계의 설득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라 많은 시간이 걸린다.
결과적으로, 애초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B2B용 5G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통신사 입장에서는 당장의 5G 투자부담을 안을 필요가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시장공략의 후순위인 소비자용(B2C) 서비스는 현재의 4G로도 충분히 대응이 가능해 이러한 기조에 더욱 힘을 싣는 결과를 낳고 있다.
■왜 클라우드 게임인가
클라우드 게임은 현재 거의 유일한 5G 전용 B2C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오늘날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즐기는 것은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다. 사용자는 앱 마켓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게임을 자유롭게 선택해 휴대폰에 다운로드하고, 설치 후 게임을 할 수 있다.
그런데 클라우드 게임은 다운로드와 설치라는 과정을 생략하고 사용자가 서비스 제공자의 서버에 접속해 해당 서버에 설치된 게임을 즐기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구동 중인 게임 화면만 내 휴대폰에 띄우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슈가 되는 것이 지연시간이다.
내가 게임을 조작했을 때 그 입력값이 서버에 도달해서 게임 내에 적용된 후, 그 적용된 화면이 내 휴대폰에 띄워지기까지 거의 ‘제로(0)’에 가까운 시간이 걸려야 원활한 게임 진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5G는 지연시간 0.001초(1ms)의 성능을 냄으로써 클라우드 게임의 요건에 부합하는 거의 유일한 통신기술이라는 평가다.
무엇보다 클라우드 게임은 게임이 사용자의 기기가 아닌 서버에서 실행되기 때문에 게임을 구동하는 기기의 사양(스펙) 제약에 자유롭다. PC 및 콘솔 게임기에서나 할 수 있었던 고사양 3D 액션, 레이싱 게임 등이 휴대폰에서도 구현된다는 의미다. 평소 PC, 콘솔로 게임을 즐기던 사용자에게는 모바일이라는 또 하나의 메리트가 생기는 셈이다.
물론 단점도 존재한다. 사업자가 제공하는 게임만 즐길 수 있다는 것, 전용 컨트롤러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는 것, 유료 서비스라는 점 등이다.
■5G 투자 여부 B2C 활성화에 달려
에릭슨컨슈머랩이 최근 발표한 ‘5G 소비자 잠재력의 활용’ 보고서에 따르면, 5G B2C 시장은 2030년까지 전세계적으로 31조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약 40%가 고품질 영상, VR∙AR 및 클라우드 게임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B2C서비스가 성공해야 해당 사례를 지원하기 위한 네트워크 확장 및 투자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궁극적인 5G의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내 이통3사 역시 클라우드 게임을 B2C 시장 활성화의 핵심동력으로 파악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SK텔레콤이 ‘5GX 클라우드 게임’, KT가 ‘게임박스’, LG유플러스가 ‘지포스 나우’를 내세우며 모두 클라우드 게임 사업에 발을 담그고 있다.
독점작, 인기작을 자사 플랫폼에서 서비스하기 위한 경쟁이 전개되는 식으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과 비슷한 양상을 띈다.
클라우드 게임은 5G 구독 모델의 시험장이기도 하다. 3사 모두 월정액에 무제한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대작 게임의 경우 편당 수십시간을 투자해야 클리어할 수 있음을 감안하면 사용자당 구독기간은 수개월간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입자 유치가 본궤도에 오른다면 통신사 입장에서는 통신요금 외 상당한 수익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더불어 5G 투자를 미룰 이유도 없어진다.
SK텔레콤이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위해 ‘프리 스케쥴링(Pre-Scheduling)’ 기술을 도입하거나, 기지국과 기지국 사이 네트워크 지연시간을 단축하는 등의 5G 최적화 솔루션을 적용한 것이 그 예다.
한편, 산업은행이 발표한 ‘2020년 하반기 설비투자 계획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이통사들의 차세대 서비스 도입 관련 투자 규모는 2조1283억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1조9020억원으로 더 감소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말 기준 5G 가입자는 1185만명이지만, 5G가 가장 잘 구축돼 있다고 하는 서울조차 70% 정도의 커버리지만을 달성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