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전문성 살려 정보통신 설계·감리체계 정립 급선무”
“ICT 전문성 살려 정보통신 설계·감리체계 정립 급선무”
  • 이민규 기자
  • 승인 2021.05.08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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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정민 의원 발의 ‘정보통신공사업법 개정안’ 토론회

건축·정보통신·전기업계 주장 팽팽히 맞서
ICT전문성 강조한 통신업계 의견에 힘 실려

통신업계 “기술발전 감안, ICT전문가에게 맡겨야”
전기업계 “융합설비 용역, 전기기술자 참여 필요”
홍 의원 “정보통신업자에게 합법적인 길 열어 줘야”
정보통신분야 패널들은 ICT분야에서 전문성을 지닌 정보통신용역업자가 정보통신설비의 설계·감리를 수행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사진=한국정보통신기술사회]
정보통신분야 패널들은 ICT분야에서 전문성을 지닌 정보통신용역업자가 정보통신설비의 설계·감리를 수행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사진=한국정보통신기술사회]

[정보통신신문=이민규 기자]

정보통신기술(ICT)의 분야의 전문성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정보통신설비 설계·감리에 대한 업무체계를 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에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정보통신분야와 전기분야의 기술적 융합추세를 감안해 업종 간 협력방안을 모색하되, 융합설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고 합리적인 설계·감리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홍정민 의원이 지난 6일 개최한 ‘정보통신공사업법 개정안 토론회’에서 관련업계 전문가들은 법 개정안에 얽힌 문제와 해법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부실용역 초래·업역 다툼 우려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상생룸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는 홍정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정보통신공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각계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건축·정보통신·건축전기분야 전문가 및 학계·직능단체 관계자, 관련업계 대표자들은 핵심 쟁점 사항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지난 1월 14일 발의된 법 개정안의 기본 취지는 정보통신공사 설계·감리시장의 진입규제를 완화하고 공정경쟁을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그렇지만 개정안이 오히려 정보통신공사 설계·감리의 전문성을 저해하고 업역 간 갈등과 다툼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많이 논란이 일고 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용역업자의 범위에 △통신·전자·정보처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보통신 관련 분야의 자격을 보유하고 용역업을 경영하는 자 △전력기술관리법에 따라 전력시설물의 설계업·감리업을 등록한자 △건축사법에 따른 건축사를 모두 포함시켰다.

이처럼 전기설계·감리업자 및 전기기술자가 정보통신설비의 설계·감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한 내용이 정보통신업계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이 같은 반대 의견에 부딪혀 개정안에 대한 국회 소위원회의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홍정민 의원실은 개정안에 대한 관련분야 전문가 및 이해 당사자들의 주장을 질의·답변형식으로 주고받은 후 쟁점사항에 대한 합의점을 모색하고자 이번 토론회를 열게 됐다.

 

■정보통신설비, 사회적 핵심 인프라 자리매김

관련분야 전문가 및 이해 당사자들이 사전에 주고받은 질의응답은 크게 4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건축물 정보통신설비에 대한 전문성은 누구에게 있는가’에 대한 질의와 답변이 이뤄졌다. 아울러 △건축물 정보통신설비와 전기설비는 융합, 혼합돼 있는가 △그 동안 건축물 정보통신설비에 대한 설계·감리업무는 누가 수행해 왔는가 △건축물 정보통신설비 업무의 관계전문기술자는 누구인가에 대해서도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았다.

이러한 질의·응답내용을 바탕으로 정보통신 및 전기 측 전문가들이 발제를 하고 법 개정을 둘러싼 쟁점과 당면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형식으로 토론회가 진행됐다.

정보통신분야 발제를 맡은 박정훈 인천대학교 정보통신공학과 교수는 “정보통신설비는 재택근무와 원격교육, 금융업무, 물자구매, 민원업무, 원격진료 등 경제·사회전반에 큰 편익을 제공하는 주요 수단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건축물 내 정보통신설비에 대한 설계‧감리업무는 반드시 정보통신기술(ICT)분야 전문가인 정보통신용역업자가 수행할 수 있게 해야만 정보통신설비의 품질을 제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건축물 내 정보통신설비는 물론이고 정보통신설비와 기타설비가 용·복합되거나 혼재돼 있는 설비가 있다면 이에 대해서도 정보통신용역업자의 참여를 논의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전기업계에서 정보통신 융합설비 관련업무를 전기기술자가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전기설비 관련업무에 대한 정보통신기술자의 참여를 허용해야 한다”며 “전기업무는 전기기술자가 하고 정보통신 업무는 같이하자고 하는 주장은 설득력을 지니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전기 측 발제자로 나선 김세동 두원공과대학교 교수는 “전기공학은 기술발전에 따라 제어계측·전자·통신·반도체 등으로 세분화돼 왔지만 모두 전기이론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면서 “오늘날 기술 간 융합과 스마트화를 키워드로 전기분야에 사물인터넷·빅데이터·인공지능 등의 개념이 활발하게 접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한 구체적 사례로 “주택용 분전반이 스마트 분전반으로 바뀌어 과전류와 누전 방지를 위한 필수설비가 되고 있다”고 짚었다.

나아가 “건축물에는 정보통신설비와 전기설비가 혼합된 경우가 많다”면서 “전력기술관리법에 따라 등록한 전기설계·감리업체가 정보통신설비 관련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전기와 통신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정훈 인천대 교수는 발제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정보통신설비는 사회적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박정훈 인천대 교수는 발제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정보통신설비는 사회적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전기·정보통신 중복영역 합의 필요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건축·정보통신·전기분야 전문가들은 각자 업계의 입장을 대변해 의견을 제시했다.

윤희경 대한건축사협회 부회장은 “건축물에 다양한 설비가 있는데 정보통신·기계·소방 등의 설비를 종합적으로 조정하는 게 중요하며 업종 간 협력을 통해 설계·감리업무를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윤 부회장은 또 “정보통신분야 업무가 분리발주 될 경우 건축주의 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계약상의 비효율을 초래하며 사용자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수열 한국건축가협회 부회장은 “건축물에서는 많은 부분들의 협업이 이뤄지고 있으며 건축물이 지속적으로 고도화되는 추세에서 전문분야별로 분리하는 게 맞지만 아직은 시기가 이르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전기 측 패널들은 정보통신과 전기의 혼합설비에 대한 업무를 전기설계 및 감리업자가 수행할 수 있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아울러 정보통신분야의 전문성을 인정한다면서도 중복영역에 대한 합의를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조후동 전기감리협의회 회장은 “건축물에서 전기와 통신이 분리되면 협업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정보통신 전기가 합쳐진 융·복합설비의 경우 함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백종신 한국건축전기설비기술사회 회장은 “전기에서는 정보통신 실적의 80%까지 인정하는데 정보통신은 전기실적을 인정하지 않아 업종 간 다툼이 생기고 있다”며 “이는 전기와 통신 간 복합설비가 많기 때문이며 이번 기회에 서로 양보해서 문제가 해결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기분야 전문가들은 전기, 정보통신 융합설비 관련사업에 전기기술자의 참여를 허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전기분야 패널들은 전기·정보통신 융합설비 관련사업에 전기기술자의 참여를 허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건축사도 정보통신 전문성 인정

정보통신업계는 정보통신설비에 대한 설계·감리를 건축사에게만 허용하고 있는 정보통신공사업법 제2조가 근원적인 문제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이로 인해 관련용역에 대한 저가하도급의 수직적 고착화, 설계·감리 품질 저하 등의 심각한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ICT 전문가들이 정보통신설비의 설계·감리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관계법령을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우기 한국정보통신기술사회 회장은 “전기분야를 대표한 김세동 교수의 발제 중 일부 내용이 사실과 다른데, 잘못된 전제에서 시작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남 회장은 “통신은 전기이론이 아니라 전자기학에서 비롯된 것이고 전기사업법보다 전기통신법이 먼저 제정됐으며 통신과 전기는 별도의 사업영역에서 발전해 왔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제기술사 분류는 국내 법령체계와 다르며 국내 기술사는 우리 실정에 맞게 조정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전기와 통신의 융합을 설명하면서 UTP케이블에 전기를 보내는 PoE 기술을 전기기술인 것처럼 이야기 했는데, PoE는 통신케이블을 이용해 통신장비 구동을 위한 직류 전원을 데이터와 함께 보내는 기술로 전기설비와 무관하다”고 짚었다. 더불어 “융합설비는 법령에 규정돼 관련기준에 따라 체계적으로 관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남 회장은 “건축법상 5종의 설비가 정보통신설비가 맞는지, 정보통신설비의 전문성은 누구에게 있는지 건축사에게 질의한 결과, 5종의 건축설비는 정보통신설비가 맞고 정보통신기술사에게 전문성이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분리발주로 비용상승’ 근거 없어

이보우 정보통신기술사사무소협의회 부회장은 “고층 건축물의 생애주기를 관리하는 것은 정보통신 설비이고 이에 대한 전문성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며 “미래 시설물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관리하는 일을 누가 맡는 게 타당한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용안 한국정보통신감리협회 회장은 “기술발전 추세와 미래 발전방향을 법안에 어떻게 담을지 고민해야 한다”며 “과거의 관행을 무조건 유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아울러 “시대정신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는 법은 과감히 개정해야 한다”며 “각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출발해야만 상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순호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산업정책처장은 “정보통신공사업법의 목적에 따라 ICT전문가가 정보통신설비 설계·감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업무 주체에 정보통신 용역업자를 추가하자는 것이지 건축이나 전기가 일을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보통신설비 관련업무를 분리발주하면 비용이 오른다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다는 연구는 얼마든지 있다”며 “개별법령 간 특성을 존중해 각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해 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임정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네트워크 정책과장은 “정보통신공사업법 개정안은 정보통신 설계·감리를 ICT전문가에게 맡기자는 취지로 발의된 것으로 이해된다”면서 “하지만 ICT 비전문가인 전기사업자와 전기기술자도 관련업무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어 법안의 기본 취지와 상충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국민을 위한 법인지, 업계의 이익을 위한 법인지 법 제·개정의 취지와 목적을 진지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라며 “국민들이 ICT 전문가와 비전문가 중 누구에게 서비스 받기 원할지를 먼저 생각해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토론회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홍정민 의원과 토론회 참가자, 업계 대표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업종 간 합의로 접점 찾아야

이날 토론회를 주관한 홍정민 의원은 “정보통신공사업법 개정안을 발의를 통해 정보통신·전기·건축분야의 접점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면서 “특히 정보통신기술자가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트려고 했고 업종 간 교집합 부분을 인정하면서 건축사의 업역도 존중하려 했다”고 말했다.

특히 홍 의원은 “업종 간 합의를 통해 접점을 찾고 정보통신용역업자가 정보통신 설계·감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합법적인 길을 열어 주는 게 필요하다”며 “그렇게 되면 ICT 분야에서 뛰어난 전문성을 지닌 정보통신용역업자가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사업마다 특성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발주처에서 누가 전문성을 지니고 있는지 여부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앞으로도 좋은 의견이 있으면 법안 소위원회 심사과정에서 의견을 개진해 달라”며 “법 시행령 마련단계에서도 다시 한번 이런 자리를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안정상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토론을 마무리하면서 “빠르게 진화·발전하는 정보통신기술을 건축물에서 구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며 “개정안을 둘러 싼 쟁점사항에 대해 상당부분 교집합이 있는 것 같고 일부 미진한 부분은 합의점을 찾으면서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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