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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서] 아둔한 포식자는 쉽게 병든다
[창가에서] 아둔한 포식자는 쉽게 병든다
  • 이민규 기자
  • 승인 2022.07.16 1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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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규 논설위원.
이민규 논설위원.

새롭게 바뀐 정보통신공사업법 및 하위법령이 12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개정법령의 핵심은 국가와 공공기관 등에서 발주하는 10억원 미만 소규모 정보통신공사를 대기업이 수주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이다. 중소 정보통신공사업자를 보호·육성하자는 취지다.

이번 개정은 정보통신공사업 시장의 양극화를 완화하는 데 지렛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간 소수의 대기업이 소규모 정보통신공사까지 독식하는 일이 빈번했다. 다수의 중소기업이 일감을 찾지 못해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는 동안 극소수 대기업은 적은 금액의 공사까지 쓸어 담으며 이윤을 키웠다.

하여 시장의 균형을 맞추고 선순환적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런 목소리들이 큰 울림으로 이어져 정보통신공사업 및 하위법령 개정이라는 값진 결실을 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보통신공사업 연관업종 및 여타 산업분야 법령과 비교하면 이번 개정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 다른 산업분야에서는 이미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갖추고 있다.

정보통신공사업과 가장 연관이 깊은 전기공사업을 보자. 공공 전기공사의 경우 대기업은 10억원 이상의 것만 도급받을 수 있다. 지난 2019년 하반기부터 이런 내용을 담은 전기공사업법 및 하위법령이 시행되고 있다.

건설분야의 경우 건설산업기본법령에 이와 비슷한 조항이 있다. 국토교통부 장관은 중소건설업자를 지원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대기업 인 건설업자가 도급받을 수 있는 건설공사의 공사금액의 하한을 정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SW)진흥법은 중소 SW사업자의 사업참여 지원에 대해 명시하고 있다. 국가기관 등의 장은 SW사업 발주 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정해 고시하는 사업금액 미만의 사업에 대해서는 대기업인 SW사업자의 참여를 제한해야 한다.

혹자는 이들 법령이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불필요한 규제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규제혁신 차원에서 해당 조항을 없애거나 완화해야 한다고 강변하기도 한다. 그러나 규제혁신은 역동적이면서도 공정한 시장을 지향해야 한다. 특정 기업에게만 편익을 주거나 승자독식의 불합리한 산업 생태계를 용인하는 수단이 돼서는 안된다. 

힘의 논리가 아닌 공정한 룰이 지배하는 시장에서만 선의의 경쟁이 가능해진다. 기업 간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는 토양을 일궈야 기술개발을 촉진하고 첨단서비스를 발굴할 수 있다. 그런 토양에서만 경제활력을 되찾고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 선순환적 산업 생태계 조성의 기본원리다.

물론 어떤 시장도 강자 중심의 정글의 법칙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러나 무자비해 보이는 정글에도 나름의 절제와 균형이 있다. 먹이사슬의 최상위 동물도 과도한 포식은 화를 부르기 마련이다. 아둔한 포식자는 사냥능력이 떨어지고 쉽게 병든다. 그만큼 빨리 죽는다. 어리석은 포식자가 아닌 지혜로운 강자가 군림할 수 있는 정글을 꿈꾼다면 헛된 욕심일까.

정보통신공사업법령 개정에 환영의 박수를 보낸다. 물가와 금리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고공비행을 하는 데 돈 벌기는 참 어렵다. 이번 개정이 중소 시공업체의 숨통을 트는데 크게 기여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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