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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나침반] 도시바 상장폐지의 교훈
[디지털나침반] 도시바 상장폐지의 교훈
  • 이민규 기자
  • 승인 2023.12.22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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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규 편집인.
이민규 편집인

세계 가전·반도체 시장을 호령하던 일본의 전자기업 도시바가 20일 도쿄증권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됐다. 아사히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최근 일본 투자펀드 일본산업파트너즈(JIP) 컨소시엄은 심각한 경영난을 겪던 도시바의 주식을 공개매수 해 인수했다. 매수 대금은 2조엔(약 18조1000억원)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도시바는 비상장사로 전환됐으며 도쿄 증시에서 사라지게 됐다. 1949년 증권거래소에 이름을 올린 후 74년 만이다.

도시바의 쓸쓸한 퇴장을 바라보는 심정은 매우 착잡하다. 1875년 설립돼 무려 148년의 역사를 지닌 도시바는 1980년대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던 일본의 대표기업이었다. 그러나 반도체 시장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는 데 실패하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1990년대 초반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NAND Flash) 반도체를 주력제품으로 키우기 위해 생산설비 투자에 힘을 쏟았지만 도시바는 신규 투자에 소극적이었다.

낸드플래시는 D램보다 데이터처리 속도가 느리지만 한번 입력한 정보는 전원공급이 끊겨도 10년간 저장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미래 낸드플래시 시장이 유망하다고 보고 신규투자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 같은 판단은 제대로 맞아떨어졌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기술을 꾸준히 축적해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데 성공했다. 낸드플래시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도시바 입장에서는 참으로 한탄할만한 일이었다.

도시바의 퇴장은 과거의 성공신화에 취해 경영전략의 중심추를 제 때 옮기지 못한 일본 소니의 모습과 닮아있다. 소니는 평면 브라운관 TV ‘베가’를 비롯해 당시로서는 최첨단 제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1980~90년대 세계 TV 시장을 주름잡았다. 그러나 소니는 자사가 개발한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 방식의 TV에 집착하다 LCD TV 등 신제품 출시를 등한시 했다. 경쟁사보다 디지털 기술 도입도 한참 뒤졌다.

이후 소니는 삼성과 LG에게 세계 TV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기게 된다. MP3와 아이팟의 등장으로 희대의 발명품인 워크맨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은 소니 몰락의 단면이다. 새로운 시장과 기술을 키우는 확장 전략을 세우지 못하고 기존의 제품 라인업을 고수하는 수비형 전략이 실패로 귀결된 셈이다.

도시바와 소니의 실패 사례는 아무리 잘 나가는 기업이라도 변화와 혁신을 게을리하면 어떤 위기에 처할 수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산업 분야와 업종을 막론하고 변화와 혁신의 당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촌각을 다투며 치열하게 신기술 개발 경쟁을 펼쳐야 하는 정보통신산업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당장의 수익과 이어지지 않더라도 짧게는 2~3년 후를, 길게는 10년 후를 내다보면서 미래지향적 경영전략 수립과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정보통신망의 안정적 구축과 ICT인프라 고도화의 중책을 맡고 있는 정보통신공사업계가 짊어져야 할 변화와 혁신의 무게 역시 매우 무겁다. 과거의 성장공식에서 벗어나 사업영역 확장과 새로운 시공기술 개발, 전문인력 양성에 역량을 모아야 할 때다.

밝아오는 새해, 정보통신공사업 종사자 모두가 변화와 혁신의 가치를 가슴 깊이 새기고 첨단 네트워크 구축에 만전을 기해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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