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신문=성원영기자]
최근 로보택시 등 도로 위 자율주행 차량이 상용화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바다에서는 자율운항선박이 주목받고 있다. 자율운항선박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활용해 선원의 개입을 최소화해 해상 물류의 패러다임을 바꿀 기술로 평가된다. 특히, 올해 1월 3일부터 자율운항선박법이 시행되면서 시장 조성을 본격화되고 있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바다 위 자율주행 혁신
4차 산업혁명시대에 급부상한 인공지능(AI) 기술을 바탕으로 자율주행 차량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에 사람이 수행하던 임무를 대체하는 연구가 지속되는 추세다. 해상 분야에서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자율운항선박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지고 있다.
어큐트 마켓 리포츠(Acute Market Reports)에 따르면, 2032년 기준 자율운항선박의 세계시장 규모가 1805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유망 신산업으로 평가받는다.
자율운항선박은 크게 부분자율운항과 완전자율운항으로 구분되며, 국제해사기구(IMO)의 경우 선원의 탑승 여부 및 기술 수준에 따라 4단계로 분류했다.
레벨(Level) 1은 자동화된 프로세스를 갖추고, 선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수준에 머문다. 레벨 2는 선원이 탑승하되, 원격제어가 가능한 단계다. 레벨 3부터는 선원이 탑승하지 않는다. 이 단계의 선박은 선원 없이 원격제어가 가능하다. 레벨 4는 선원 없이 선박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는 완전 자율운항 단계다.
레벨 1부터 3까지는 부분자율운항에 속하며, 레벨 4는 완전자율운항으로 구분한다.
이러한 자율운항선박은 인적 오류로 인한 해양 사고를 예방, 최단기 경로 및 화물 처리 최적화를 통해 연료를 절약 및 노동인구 고령화로 인한 인력 수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유럽 선도, 한국 추격…후발주자 시장 노려
자율운항선박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곳은 유럽이다. 유럽연합(EU)은 자율운항선박을 운영하기 위해 경제적, 기술적, 법적 타당성을 평가하는 ‘무닌(MUNIN) 프로젝트’를 지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실시한 바 있다.
노르웨이는 ‘오토시(AUTOSEA) 프로젝트’를 통해 자율운항선박의 충돌회피를 위한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다종 센서 간 정보 융합을 진행했다.
핀란드는 오는 2030년까지 원양선의 무인화를 목표로 기술개발과 함께 제도, 서비스 측면까지 연구 중이며, 영국 자동차 기업 롤스로이스(ROLLS-ROYCE)와 연안 해역에서 운영되는 완전 자율운항선박의 개발을 위해 공동 산업 프로젝트인 ‘AAWA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국내에서는 해양수산부가 산업통상자원부와 공동으로 지난 2020년 6월 ‘자율운항선박 기술개발사업 통합사업단’을 구성했다. 2025년까지 6년간 약 1600억원을 투입해 자율운항선박의 수준을 3단계로 높이고, 오는 2030년까지 자율운항선박 4단계 수준의 ‘완전 무인 자율운항 선박’을 개발해 자율운항선박 시장의 50% 선점을 목표로 한다.
특히, 해수부는 지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145억원을 투자해 ‘해양 고정밀 위치정보서비스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위성정보시스템(GPS)에서 수신하는 위치정보의 오차를 당초 10㎝에서 5㎝로 대폭 개선했다. 현재 MBC 방송망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인터넷 통신망을 통해 서비스되고 있다.
자율운항선박에 이 서비스를 적용할 경우 ㎝급 오차범위 내로 정확한 목적지로 이동이 가능하며, 안전하게 항만에 자동으로 이·접안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이 서비스는 스마트 항만, 자율운항선박, 해양조사 등 해양 분야뿐만 아니라 자동차, 육상 물류 등에서도 폭넓게 활용될 전망이다.
한편, 국내 조선사들은 원격운항이 가능한 2~3단계의 자율운항선박 기술을 중점으로 개발 및 실증 작업을 통해 상용화를 앞당기고 있다.
국내 대형조선사 HD현대의 자회사인 자율운항 전문기업 아비커스는 자율운항솔루션 ‘하이나스컨트롤2.0’(HiNAS Control2.0), ‘하이나스SVM’(HiNAS SVM) 등을 개발했다.
하이나스컨트롤2.0은 각종 항해장비 및 센서를 통해 수집된 정보를 AI가 융합하고, 증강현실(AR)을 활용해 선박을 자동으로 최적 항로·속도로 운항하게 하거나 충돌회피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다.
하이나스SVM은 선박 주변에 설치된 여러 대의 카메라가 360도 촬영한 정보를 리얼리티 영상으로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선박 주변의 서라운드뷰모니터링(SVM)을 통해 사각지대가 없는 영상을 구현할 수 있다.
국내 대형조선사 삼성중공업은 지난 2023년 1만5000TEU 급 대형 컨테이너선에 자체 개발한 원격자율운항시스템(SAS) 등을 적용하고, 거제에서 제주도를 거쳐 대만까지 총 1500㎞를 운항해 자율운항기술 실증에 성공한 바 있다.
해당 실증테스트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 레이더, 카메라 센서 및 센서융합 등 최신 자율운항기술로 구성됐으며, 운항 중 반경 50㎞ 내 선박, 부표 등 9000개 이상의 장애물을 정확히 식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에는 설계 단계부터 완전자율운항 기능이 탑재된 자율운항 연구 선박 ‘시프트오토’(SHIFT-Auto)를 선보였다.
기존 자율운항선박은 장애물 식별, 우회 경로 안내 등 제한 범위 내 실증만 가능했다. 하지만 시프트오토는 설계 단계부터 자동접·이안, 음성기반 제어 등 다양한 자율운항 요소기술을 적용해 추후 기술개발의 확장성도 용이하다는 차별점이 있다.
■자율운항 실증·특례 지원…생태계 가속
선박은 자동차와 다르게 건조 기간이 길고 수명주기가 긴 만큼, 자율운항시스템 도입에 민간의 노력뿐 아니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지난 1월 3일부터 자율운항선박법이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정부 부처에서 지원 및 실증을 통해 시장 토대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율운항선박법은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촉진하고자 제정됐다.
주요 내용으로 △자율운항선박의 5개년 기본계획 수립·시행 △자율운항선박 성능실증센터 등을 통해 성능실증 지원 △해상물류체계 구축 및 연구개발 사업 활성화 등이 있다.
해당 법에 따라 별도 지정된 운항해역 안에서 안전성 평가를 거친 후, 일반 선박에 적용되던 ‘선박안전법’, ‘선박직원법’ 등 관련 규제에 대한 특례를 부여할 계획이다.
한편, 해수부는 2025년 완전 자율운항선박 기술 개발에 착수해 초격차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자율운항선박법에 따라 민간실증에 특례를 지원한다. 또, 선박검사 및 설치시설 기준과 승무기준을 완화한다.
또한, 스마트항만 국산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오는 7월 광양항에 테스트베드를 착공할 계획이다.
스마트 항만장비 핵심부품 기술개발에도 착수할 예정으로, 사업 기간은 2028년까지이며 총사업비는 310억원이 투입된다.
이 밖에, 항만 장비·시스템에 AI를 접목한 AI 항만 조성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연구에 돌입하며, 선박위치정보 등 공공 빅데이터·AI를 활용한 첨단 해양교통 플랫폼을 구축한다.
한편, 해수부는 스마트 해운물류 통합관리체계 구축 지원을 통해, 자율운항선박에 상황인식, 충돌회피 등 개발 중인 자율운항시스템 핵심기술을 1800TEU 컨테이너선에 탑재해 국제항로에서 올해까지 실증을 진행한다.
올해까지 진행되는 1단계 기술개발과 연계해 완전자율운항선박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2단계 예비타당성 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안정적인 고정밀 위치정보 제공을 위해 정기점검을 실시하고, 장애 발생을 대비해 세계위성항법시스템(GNSS) 수신기, 서버 등을 확보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