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신문=차종환기자]
정부가 자율주행 신기술 도입을 검토하면서 성능 비교시험 결과도 거치지 않고 부처 간 이견을 이유로 결정을 미룬 결과 선진국과의 기술격차가 확대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감사원은 최근 자율주행 인프라 구축실태 감사를 통해, 그간 국토교통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의견 차이로 2021년까지 자율주행을 위한 차량 통신방식을 결정하기로 한 계획이 지연됐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국토부는 2014년부터 자율주행 기술 구현을 위해 차량↔차량(V2V), 차량↔노변기지국(V2I) 간의 정보를 주고받는 지능형 교통체계인 자율협력주행시스템(C-ITS)의 개발‧보급을 추진했다.
C-ITS는 자율주행 구현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서, 당시 유일한 통신기술이던 와이파이 방식을 적용해 시범사업 및 실증사업 등을 추진한 바 있다.
그런데 2017년 C-ITS 통신에 적용할 수 있는 신기술로 LTE가 등장하자 미국과 중국은 와이파이 방식 대신 LTE 방식을 단일 표준으로 채택했다.
이에, 우리나라도 국토부와 과기정통부가 2019년 10월부터 C-ITS에 적용할 직접 통신기술을 결정하기 위해 협의를 진행했다.
과기정통부는 2020년부터 와이파이 방식보다 주파수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LTE 방식으로의 전환을 국토부에 제안했으나, 국토부가 와이파이 방식을 우선 적용하자는 입장을 고수했다.
기재부는 2021년 6월 관련 재정 운용 회의에서 와이파이∙LTE 방식의 성능을 비교∙실증하고 그 결과에 따라 기술을 채택하라는 조정 의견을 제시했지만, 2개 기술 성능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비교 시험이 실시되지 않은 채 2023년 5월 감사 착수 시까지 부처 간 갈등이 지속됐다.
이에 감사원은 2023년 7월부터 9월까지 감사기간 중 한국지능형교통체계협회(ITSK) 등 전문기관이 참여하는 공동작업반을 구성해 성능 비교시험을 실시했다.
시험 결과, 와이파이 방식은 통신 지연시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최대 전송용량이 약간 더 크지만 LTE 방식은 최대유효 통신영역이 최소 2배 이상 넓고 혼잡‧비가시 상황에서의 통신 성능도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유효 통신영역이 더 좁은 와이파이 방식을 적용하면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음영지역이 발생함에 따라 이를 해소하기 위해 노변기지국을 추가 설치해야 하므로 사업비가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따랐다.
이에 국토부·과기정통부는 단일 통신방식을 LTE로 확정했고, 국토부는 2025년까지 LTE 방식을 적용한 C-ITS 실증 사업을 실시하기로 하는 등 4년 이상 지속된 논란이 해소된 바 있다.
감사원 측은 국토부에 앞으로 자율주행 관련 신기술 도입 여부를 검토하면서 성능검증 등을 통해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하지 않은 채 의사결정을 장기간 지연하는 일이 없도록 신기술 도입과 관련한 검토‧심사 절차를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한편, 이번 감사 결과는 이렇다할 C-ITS 성능평가 방법이 국내에 존재하지 않다는 문제점도 노출했다.
안전한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차량이 밀집돼 통신량이 증가하는 혼잡상황, 통신 경로에 대형 차량 등의 장애물이 있는 비가시 상황에서도 자율주행에 필요한 정보가 차량에 안정적으로 제공돼야 한다.
이에 유럽,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혼잡 또는 비가시 상황에서 성능을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혼잡‧비가시 상황의 통신 성능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번 감사기간 중 혼잡과 비가시 상황에서 각 통신방식별 성능이 보장되는지 여부를 검증하기 위한 모의시험을 실시했고, 그 결과 와이파이와 LTE 모두 혼잡‧비가시 상황 시 통신성능이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혼잡 상황에서 ‘차량↔노변기지국’은 차량 200대의 혼잡도(혼잡환경 조성구간 125m)에서도 통신 성능이 보장됐으나, ‘차량↔차량’은 혼잡도 40대부터(와이파이) 또는 120대(LTE)부터 통신 성능이 기준에 미달했다.
비가시 상황에서는 와이파이 방식과 LTE 방식 모두 통신 성능이 보장(차량간 필수통신영역 최대 거리 600m)되지 않았다.
감사원은 혼잡 및 비가시 상황에서 자율협력주행시스템의 통신 성능을 검증할 수 있도록 한국지능형교통체계협회에 관련 표준 마련을 요청하는 등 자율협력주행시스템 표준을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