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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속의 CEO 리더십
불황속의 CEO 리더십
  • 한국정보통신
  • 승인 2001.10.20 09:54
  • 호수 1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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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충우 칼럼

IT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서울 테헤란밸리에서 점쟁이들이 때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벤처기업 CEO들이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점집을 찾기 때문이다. 이런 벤처인들은 자신의 기업이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지부터 IT 경기가 언제쯤 바닥을 칠 것인지까지 역술인들에게 의뢰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의 불황은 산업화시대에서 정보화시대로 가는 과정에서 패러다임이 바뀌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게 구조조정을 하는 것만이 기업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는 길이다.

한국 기업이 불황을 타파해 나가기위해서는 경쟁력 향상을 통해 수익성을 회복해야 한다. 한국 기업이 겪는 어려움은 세계적 불황이라는 대외요인도 있지만 경영 잘못이라는 대내적 요인도 크다. 가장 큰 원인은 기업가정신의 부족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기업가정신은 미래 통찰력에 기초를 두고 사업비전을 설정하며 수익성없는 사업은 과감하게 버리면서 자기가 하는 사업에 일생을 걸고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만들어보겠다는 열정을 말한다.

조남신 한국전략경영학회장은 "변신이 어려우면 다른 사람에게 CEO 자리를 물려줘라. 그만큼 상황이 급박하다"고 강조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서울 상의회관에서 연 '불황은 새로운 기회다'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불황이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CEO의 혜안과 의지에 달렸다"고 입을 모았다.

주제발표에 나선 노부호 서강대 교수는 "작금의 불황을 고통의 긴 터널로만 받아들일 게 아니라 평상시 힘든 기업체질 개선을 과감히 추진해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기업들은 대개 CEO의 강력한 결단 아래 사업구조를 소프트(지식경영)위주로 재편하고 공세적 구조조정에 나선 공통점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기회포착은 CEO에서 출발한다. 모니터를 만드는 한솔전자는 적자누적으로 1998년 종업원 수가 전성기의 5분의1(200명)로 줄어드는 등 청산을 각오할 처지였다. 이 때 부임한 전대진 사장은 오전 6시 출근하고 1주일 중 닷새를 충북 진천공장과 서울 용산전자상가, PC방을 누비는 부지런함으로 생산성 향상과 고객 만족경영을 진두지휘했다.

그 결과 지난해 6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전사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의 모니터 브랜드 인지도를 어차피 따라잡기 어렵다고 보고 원가절감을 통한 가격경쟁력으로 업무·영업용 PC시장을 파고든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교세라·오므론·롬·무라타제작소·일본산전 등 일본 교토 인근의 기업들은 규모는 작지만 세계 1등제품을 만드는 곳이 많아 '교토기업 모델' 이란 말이 생길 정도이다. 이들의 공통점 역시 수십년 이상을 이어온 강력한 오너십에 있었다. 일본산전은 오너의 빠른 의사결정으로 변신을 거듭해 소형 정밀모터 시장의 세계 1등 기업이 됐다.

양보다는 질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생산기술은 머지않아 중국에 추월당할 판이어서 선진국처럼 소프트쪽 경쟁력을 기르는 구조조정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노재범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인력·조직의 감축, 자산매각 등 양적 구조조정은 과거 제너럴 모터스(GM)·제록스처럼 실패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무엇을 먹고 살 것인지 방향을 잡아 힘을 모으는 질적 구조조정을 생각할 때라는 지적이다.

가전업체인 소니가 엔터테인먼트와 금융서비스를 통해 e-소니라는 이름의 종합 멀티미디어 기업으로 변신하는 과정, IBM이 하드 중심에서 서비스 위주로 사업구조를 바꿔 옛 영화를 되찾은 일 등에 주목하라는 것이다.
사업구조조정을 공격적으로 하라는 조언도 나왔다. 인텔은 혹심한 반도체 불황에도 중국에 20억달러의 칩 생산공장을 짓기로 했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삼성전자 등 세계 유수의 정보통신·전자업체들은 불황이라도 설비투자는 줄이되 연구개발 투자는 줄이지 않고 있다.

사업구조 조정은 안되는 사업은 철수하고 기업전략에 따라 새로운 사업을 전개하는 것을 말하므로 공격적인 투자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삼성전기는 저부가가치에서 고부가가치로 사업 구조를 과감히 전환함으로써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한국전기초자는 중소형 유리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인 대형유리로, 새로운 성장산업인 모니터로 사업을 전환하고 필요한 기술도 자체적으로 개발함으로써 적자기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CEO의 혜안과 의지에 따라 달라 질 수 있다. 불황은 새로운 기회다. 불황을 기회로 삼는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CEO의 강력한 리더십이 요구된다. 그 다음은 전략적·질적 구조조정, 맞불을 놓을 히트상품, 중국등 해외시장 개척, 하드에서 소프트로 사업중심 변경, 호황에 대비한 연구개발 등이 요구되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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