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9:26 (금)
짝퉁 권하는 사회 '위험수위'
짝퉁 권하는 사회 '위험수위'
  • 한국정보통신
  • 승인 2004.08.21 09:47
  • 호수 113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정상적 명품 선호가 원인
작년 단속 건수 99년의 5배
시장규모 최소 '수천억원'대

유명 브랜드나 상표를 도용하는 이른 바 '짝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상표법 위반으로 적발된 밀수입·수출 건수는 419건에 4875억원 어치로 집계됐다. 이를 기준으로 할 때 국내 짝퉁시장 규모는 최소 수천억원대(진품가격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단속건수와 금액도 꾸준히 증가해 짝퉁시장 규모는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단속 건수는 99년 77건의 5배, 단속 금액도 4년만에 6배가 넘었다.
이에 따라 '한국은 가짜 명품의 천국'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가 붙고 국제사회의 눈총은 물론 통상 문제로 비화하는 등 심각한 부작용까지 생겨나고 있다.

루이비통 위조 가장 많아
가짜 명품을 일컫는 '짝퉁'은 '진품' '정품' '오리지널'의 반대 개념으로 표준어가 아닌 속어로 구분된다. 가짜를 비꼬는 '짜가'라는 말이 '짝'으로 축약된 뒤 품질이 낮다는 의미의 '퉁'과 결합해 이 같은 국적불명의 용어가 탄생했다는 설(說)이 있지만 분명치는 않다.
우리나라가 홍콩에 이어 '짝퉁의 천국'이 된 것은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국내에 대거 진출한 90년대 후반 이후로 알려져 있다.
최근 한국의류산업협회 지적재산권센터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널리 도용되는 외국 명품 브랜드는 루이비통, 샤넬, 구찌, 카르티에, 폴로, 나이키, 아디다스, 페라가모, 프라다, 롤렉스, 비아그라 순이다.
연도별로 보면 2000년에는 폴로, 2001년에는 아디다스가 짝퉁 제조업자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였다. 지재권센터는 소비자들의 유행 패턴에 따라 도용 상표 순위가 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상품 종류별로는 의류가 전체 적발 건수의 40%를 차지해 명품 옷을 살 때 특히 가짜가 아닌지 꼼꼼히 따져 봐야 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업계 맞불…1000만원 포상금도
외국 유명브랜드에만 한정됐던 짝퉁은 최근의 경기불황을 틈타 국내 유명브랜드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보다 못한 국내 의류브랜드 업체들은 최근 짝퉁과의 전쟁을 선포, 강도 높은 자구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의류업체 EXR코리아는 자사 브랜드를 위조한 가짜상품으로 작년 총 매출액과 맞먹는 손실을 입자 이 달부터 1000만원 포상제까지 도입했다. 이 업체는 전화 신고센터를 개설하고 모든 상품에 특수 제작된 위조방지 라벨을 부착해 소비자들이 가짜 상품을 판별할 수 있도록 했다.
신원은 캐주얼 브랜드 '쿨하스'의 유사 로고 사용에 대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현재 브랜드 홈페이지(www.koolhaas.co.kr)에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을 게시해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의류산업협회의 활동도 눈에 띈다. 올 3월 설립된 협회 산하의 지적재산권센터는 의류와 가방, 액세서리 등 위조상품에 대한 적극적인 단속에 나서고 있다. 지재권센터는 최근 동대문과 남대문시장에서 단속을 벌여 2000여점의 위조상품을 적발했다.
특히 지재권 센터는 지난 6월 지적재산권 지도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을 위한 '위조상품 식별 및 단속요령' 안내책자를 발간했다. 이 책은 위조상품 식별시 주의사항, 상표별 진위감정 연락처 등에 대해 자세히 안내하고 있다.
인터넷 경매 사이트들도 '짝퉁과의 전쟁'을 선언하고 단속에 힘을 쏟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과 달리 경매 사이트들은 등록되는 상품들을 검수하는 절차가 없어 짝퉁 판매의 온상처럼 여겨져 왔던 실정이었다.
옥션(auction.co.kr)은 최근 짝퉁 판매 감시 시스템인 '베로(VERO; VErified Rights Owner)'의 가동에 들어갔다. '베로'는 명품을 만드는 제조사가 옥션에 물건이 등록되고 판매되는 과정을 직접 감시하는 시스템으로 의심 가는 상품이 짝퉁임이 판명될 경우 수사의뢰까지 이뤄진다.
온켓(onket.com)은 고객 지원팀 안에 별도의 리스크 관리팀을 두고 짝퉁 판매를 감시하고 있다. 리스크 관리팀은 명품을 올리는 등록자들에게 상품 라벨 등 진품임을 확인할 수 있는 표시를 제품 사진에 담도록 유도하고 있다.

모방 넘어 패러디까지
'짝퉁'과는 별개로 유명 브랜드의 상표를 유머러스하게 패러디한 제품도 티셔츠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명품 때문에 카드빚을 지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명품을 못사면 짝퉁이라도 걸쳐야 하는 세태에 대한 비웃음이다.
현재 가장 많이 나와 있는 것은 독일 스포츠 브랜드인 푸마(PUMA)의 패러디 시리즈다. 푸마(PUMA)를 '파마(PAMA)' '다마(DAMA)' 등으로 교묘하게 바꿔 놓았다.
명품브랜드도 패러디의 대상이다. 구찌(GUCCI)를 패러디한 '9UCCI'와 프라다(PRADA)를 패러디한 '구라다(9RADA)'가 인기다.
국내 브랜드로는 빈폴(BEAN POLE)을 패러디한 '빈곤(BEAN GONE)'이 눈에 띈다. 빈폴의 자전거 로고를 남자가 힘겹게 리어카를 끌고 가는 그림으로 바꿨다.
현재 패러디 티셔츠가 주로 팔리는 곳은 인터넷 쇼핑몰과 서울 동대문 및 남대문 시장이다. 특히 온라인 매출이 꾸준히 늘어 최근에는 패러디 티셔츠를 전문으로 파는 인터넷 쇼핑몰까지 생겨났다.
이에 대한 정품 제조 업체의 반응은 각각 다르다. "그 만큼 인기 있다는 증거이고 어차피 패러디는 패러디 일뿐"라는 업체도 있고 "브랜드 이미지를 손상하기 때문에 제재를 검토 중"이라는 업체도 있다.

한국인은 '호모 아파런투스'
우리나라에서 짝퉁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명품에 대한 선호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은데 기인한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일부 부유층만이 명품을 이용하며 명품을 구매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상대적인 열등감을 느끼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에 반해 한국에서는 소득수준이 구매력에 못미치는 '보통사람'들도 대책 없이 명품을 선호하고 있는 추세다. 자신의 분수나 내면보다는 남에게 어떻게 비치는가를 더 중요시 하는 한국인의 사회 심리적 특성을 반증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이태주 한성대 교수는 "모방과 흉내내기는 일종의 식민지 근성이며 차이와 다양성을 만드는 창조 정신이 가장 중요한 삶의 가치이고 무한 자원이라는 것을 어린시절부터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서울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이호윤씨(36)는 "프랑스의 문명비평가인 기소르망은 한국인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호모 아파런투스(Homo apparentus·겉모습 지향적 인간)라고 지적한 바 있다"며 "비정상적인 명품 선호 현상이 없어지지 않는다면 짝퉁의 인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규 기자 fatah@koi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인터넷 신문 등록 사항] 명칭 : ㈜한국정보통신신문사
  • 등록번호 : 서울 아04447
  • 등록일자 : 2017-04-06
  • 제호 : 정보통신신문
  • 대표이사·발행인 : 함정기
  • 편집인 : 이민규
  • 편집국장 : 박남수
  •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대로 308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정보통신신문사
  • 발행일자 : 2024-04-26
  • 대표전화 : 02-597-8140
  • 팩스 : 02-597-822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민규
  • 사업자등록번호 : 214-86-71864
  • 통신판매업등록번호 : 제 2019-서울용산-0472호
  • 정보통신신문의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1-2024 정보통신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oit.co.kr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인터넷신문위원회 abc협회 인증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