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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깨우는 영물 '닭'
새벽을 깨우는 영물 '닭'
  • 한국정보통신
  • 승인 2005.01.03 10:32
  • 호수 11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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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년 띠풀이
울음소리로 '밤 귀신' 쫓는 역할
화려하나 氣 분산시키기도 쉬워
욕심버리고 신중하게 처신해야


새해가 밝았다. 2005년은 간지로 을유년(乙酉年)이니 닭의 해다.
닭은 인간과 가장 친숙한 동물 중의 하나다. 닭은 매우 부지런할뿐더러 예로부터 복을 가져다주는 동물로 여겨져 왔다. 그래서인지 닭의 해에 거는 사람들의 기대는 사뭇 크다. 말 그대로 만사형통(萬事亨通) 하길 바라는 게 우리네 인지상정이다.

□ 김알지 설화에도 등장
= 사람이 언제부터 닭을 가축으로 길렀는지는 정확치 않다. 하지만 신라의 경주 김씨 시조인 김알지(金閼智) 설화에 닭이 등장하는 걸 보면 선사시대부터 닭과 인간은 매우 가까운 관계였다는 걸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설화에는 "신라왕이 어느 날 밤에 경주 서쪽 시림(始林) 숲 속에서 크게 닭 우는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 사람을 시켜 알아보니, 금빛의 궤가 나뭇가지에 걸려 있고 흰 닭이 그 아래에서 울고 있었다"고 나온다. 그 궤를 내려서 열어보니 사내아이가 그 속에 들어 있었다. 그 아이가 자라 경주 김씨의 시조인 김알지가 됐다는 것이다. 이 때부터 시림은 계림(鷄林)으로 불리었다고 전해진다.

설화에 나타나 있는 것처럼 닭은 울음소리로 날이 밝았음을 알리고 무언가 새로운 일이 시작되고 있음도 깨우쳐 줬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새벽이 밝았는데도 닭이 울지 않으면 매우 불길하게 여겼다. 닭의 울음소리가 밤의 귀신을 쫓는 역할을 하는데 닭이 울지 않는 것은 밤 귀신이 동이 터 오는 새벽까지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으로 생각했다.

이러한 점에서 닭은 어둠 속에서 활동하는 음귀(陰鬼)를 쫓아내는 능력까지 지닌 영물로 여겨졌다. 이렇듯 사람들은 닭을 상서로운 동물로 대하고 닭이 울면 기쁜 일이 일어난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


□ 지나친 욕심 삼가야
그렇다면 올해의 운세는 어떠할까.
역술인들은 닭띠 해에는 지나친 욕심을 부려 터무니없는 계획을 세우는 일을 경계하라고 조언한다. 닭은 화려한 자태만큼이나 밝고 즐거운 일들을 가져오지만 동시에 기(氣)를 분산시키기 쉬우므로 현실적이고 확실한 길을 가는 것이 좋다는 의미다.

아울러 큰일을 하려면 요행수를 바라기보다는 어느 해보다도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게 역술인들의 일반적인 충고다.

한편으로 닭은 자신의 권위를 과시하길 좋아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닭띠 해엔 갖가지갈등이 일어나기 쉽다는 얘기도 있다. 정치 경제인들에게 각별히 신중한 처신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듯하다.

하지만 역술적으로 볼 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닭띠 생은 빈손으로 태어나는 일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닭띠 해엔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길운이 찾아오는 만큼 땀흘려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천마총에서도 달걀 출토
역사 문화적으로도 닭은 우리 선조들의 삶과 같이 한 흔적을 곳곳에 보이고 있다. 경주 천마총에서는 많은 달걀이 발굴됐다. 사자(死者)를 위한 음식이었으리라는 설이 유력하다.

고구려 고분벽화에도 닭을 형상화한 모습이 더러 보이거니와 백제 유적에서는 비록 중국 수입품이긴 하나, 닭을 형상화한 각종 도자기가 자주 출토되고 있다.
닭은 또 입신출세와 부귀공명, 자손번창을 상징하기도 했다.

조선시대에 학문과 벼슬에 뜻을 둔 사람은 서재에 닭 그림을 걸어두곤 했는데 그렇게 하면 입신출세를 하고 부귀공명을 얻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닭의 해에 태어난 사람들을 살펴보면 조선조의 단종과 권율 장군, 송도삼절의 하나로 꼽히는 서경덕 등이 있다. 또 천도교를 일으킨 손병희와 '표본실의 청개구리'를 쓴 사실주의 작가 염상섭, 근대의 대표적인 작곡가 홍난파도 닭띠로 알려져 있다.

이민규 기자 fatah@ko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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