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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무섭고 다른 사람이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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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정보통신
  • 승인 2005.06.04 09:42
  • 호수 11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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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방 폐인족' 갈수록 는다
취업난 영향…사회 병리 현상으로 대두
일자리 얻는데 무관심…혼자만의 세계로


참으로 먹고살기 세상이다. 기업의 고용률이 하락하고 불완전취업자, 취업준비자 등을 실업자에 포함시킨 실질실업률이 계속 높아지는 등 고용상황이 악화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수많은 젊은이가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암울한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을 반영하듯 취업시장 안팎에서 청년실업과 관련된 각종 사회적 병리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 방에서만 사는 '히키코모리' =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소위 '히키코모리'라고 불리는 '구석방 폐인족'의 증가다.
70년대 이후 일본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히키코모리(ひきこもり)는 '틀어박힘'이란 뜻으로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안에서만 생활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우리나라에서도 학교 교육이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실업자가 늘면서 일본의 히키코모리와 비슷한 '구석방 폐인족' 증세를 보이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들의 일반적으로 방에 틀어박혀 낮에는 자고 밤새도록 인터넷만 하는 생활모습을 보인다. 식사는 주로 컵라면으로 해결하고 담배나 간식거리를 사러 잠깐 나가는 것이 외출의 전부다.

□ 일하는데 무관심한 '니트족' = '히키코모리'처럼 방에만 틀어 박혀 있지는 않지만 사회 생활에 별다른 의욕을 보이지 않는 '니트(NEET)족'도 있다. 니트는 영어의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머리글자를 딴 약어. 니트족은 의무교육 종료 뒤 진학도 취직도 하지 않고 직업훈련도 받지 않은 젊은이들을 말한다. 말 그대로 취업이나 일자리에 전혀 관심이 없는 젊은이들이다.
영국에서 처음 나온 말이지만 경제상황이 어려운 우리 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취업이 구조적 문제로 인식되기보다는 개인의 능력 문제로 치부되고 취업 실패시 사회적 낙오자로 낙인찍히는 게 현실은 수많은 젊은이들은 니트족으로 만들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발표한 '한국도 니트족이 늘고 있다'라는 보고서에서 "국내 니트족이 작년 18만7000명에서 2015년이면 85만3900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고용 없는 성장'으로 인한 신규 일자리 감소, 산업현장과 괴리된 학교교육, 취업에 대한 이상과 현실간의 괴리 등이 갈수록 심화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보고서는 "니트족은 자신의 소득 감소뿐 아니라 부모의 경제적 부담 가중, 노동 투입량 감소 등 경제적 손실을 유발한다"며 "이 경우 국내총생산(GDP)도 연평균 8500억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 캥거루족·코쿤족도 등장 = 젊은이들이 취업에 대해 절박한 생각을 갖지 않는 것은 가족들의 과잉 보호와도 연관이 있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부모에게서 경제적 도움을 받는 것을 크게 문제 삼지 않는 젊은이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규 학업을 마치고도 부모 곁을 떠나지 못한 채 막연한 이상만을 좇거나 자신의 세계에만 매달리는 이른바 '캥거루족'이 나타났다. 학문에 뚜렷한 능력이나 의지가 없는데도 졸업 후 해외 유학을 준비하면서 고달픈 현실에서 도피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캥거루족의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공간에 머물러 사는 '코쿤족'도 생겨났다. 코쿤(cocoon)이 누에고치를 의미하듯 이들은 외부 세상에서 도피해 자신만의 세계에 몰두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안정된 수입원을 갖고 있으면서 디지털 기기에 심취하는 등 홀로 자신만의 문화를 세련되게 향유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히키코모리'와 구분된다
이 밖에 미래 진로에 대한 구체적인 설계 없이 편·입학시험 등을 통해 무작정 몸값을 올리려는 '에스컬레이터족'이나 한 직장에 정착하지 않고 자신의 가치와 취향에 따라 끊임없이 회사를 옮겨 다니는 유목민이란 뜻의 '노마드(nomad)족'도 있다.
구석방 폐인증세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서울 동남정신과의원 관계자는 "자신만의 세계에 파묻혀 사는 은둔형 외톨이는 특별한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우리 사회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전부는 아니더라도 다수의 '은둔형 외톨이'를 세상으로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규 기자 fatah@ko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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