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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가낙찰제 ‘회오리’…업계 시름 커진다
최저가낙찰제 ‘회오리’…업계 시름 커진다
  • 이민규 기자
  • 승인 2011.06.15 14:07
  • 호수 5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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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부터 100억 원 이상 공사로 확대

적자시공 만연-대·중소업체 양극화 등 우려


현재 300억 원 이상 공공공사에 적용되고 있는 ‘최저가낙찰제’가 내년부터 100억 원 이상 공사로 확대된다. 지난해 7월 개정된 국가계약법 시행령 관련조항(제42조 제4항)이 2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2년 1월부터 시행되는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운찰제’ 등의 문제가 있는 적격심사제 대상을 축소하고 건설업계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최저가낙찰제를 확대하기로 방침을 정한 바 있다. 정부 예산절감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도 최저가낙찰제 확대를 뒷받침하는 논리로 작용했다.

하지만 변화된 입찰제도 시행일이 가까워질수록 대다수 건설업체 및 관련 시공업계의 시름은 커지고 있다.

특히 최저가낙찰제 확대에 따른 중소시공업체들의 근심은 매우 깊다. 일부 대형업체가 100억 원 규모의 공사까지 독식할 가능성이 높아 대·중소업체간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더욱이 적자시공이 일반화되면서 각종 부실공사나 산업재해가 증가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업계는 최저가낙찰제 확대의 유보 및 철회를 주장하며 공동대응에 나서는 등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건설·시공관련 주요 단체들이 ‘최저가낙찰제 확대 유보 공동대응을 위한 TF팀’을 구성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공동대응 TF에는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를 비롯해 △대한건설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대한설비건설협회 △한국전기공사협회 △대한건설기계협회 △한국건설감리협회 △한국엔지니어링협회 △건설공제조합 △전문건설공제조합 △설비건설공제조합 △건설근로자공제회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TF는 국회와 정부 등에 최저가낙찰제 확대에 대한 업계의 입장을 명확하게 표명하고, 제도 변화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설명하며 반대 여론을 형성해 나갈 방침이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기획재정부는 최근 최저가낙찰제 확대 계획에는 변화가 없으며, 예정대로 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과당경쟁·저가 수주 부작용 우려

중소 시공업계를 중심으로 최저가낙찰제 확대에 강하게 반대하는 이유는 업체 간 물량확보를 위한 과당경쟁과 이로 인한 저가 수주를 유발해 각종 부작용을 양산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특히 최저가낙찰제가 덤핑입찰과 부실자재 투입을 조장함으로써 공공시설물의 부실시공 위험성을 키울 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저가수주에 따른 악순환 구조가 형성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문제의 핵심은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 “일단 공사를 따고 보자”는 식의 저가수주가 만연할 것이란 점이다. 더욱이 저가수주로 업계의 부담이 커지면서 저임금·미숙련 노동력 투입이 일반화되고 무리한 공기단축을 시도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산업재해가 증가하고 업계전반의 인력고용체계도 부실화하는 악순환 구조가 고착될 것이란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더욱이 현재 건설업 시장 구조에서 보면 100억 원∼300억 원 공사는 지역중소건설업체가 주로 수주하는 공사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가낙찰제에 따른 저가 수주는 원도급자뿐 아니라 하도급·자재·장비업 등 연관 업계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지역경제 위축과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이 밖에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예산 절감 측면에서도 최저가낙찰제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입찰시 점에서는 예산 절감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이지만 시설물 설계에서 유지관리에 이르는 ‘총생애주기’ 측면에서 보면 하자·보수 등에 따른 추가비용이 발생해 오히려 예산 낭비를 초래할 것이란 분석이다.


부실공사 만연-시설물 안전 위협

건설분야 전문 연구기관의 분석자료도 업계의 우려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 4월 발간한 ‘최저가낙찰제의 폐해 및 향후 운용방향’ 보고서에도 공공공사의 최저가낙찰제 확대에 따른 파급효과 및 문제점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연구원은 이 보고서에서 최저가낙찰제 적용대상이 100억 원 이상으로 확대될 경우, 금액기준으로 총 공공공사의 70% 가량이 최저가낙찰제 대상이 될 수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중소기업을 포함한 100여 개 사가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과당·출혈경쟁이 심화되고 낙찰률이 더욱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연구실장은 “최저가낙찰제로 시행된 대부분의 공사 입찰에서 원가를 밑도는 저가 수주가 이뤄져 적자 시공이 일반화되고 있다”며 “이 같은 적자시공 상태에서는 공사비를 줄이기 위해 각종 편법·위법·탈법행위가 늘어나게 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저가 하도급이 증가하면서 부실공사 개연성이 높아진다”며 “이는 시설물 안전에도 위협요인으로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 실장은 “저가 낙찰을 만회하기 위해 무리하게 공기 단축을 시도하거나 불법체류자를 투입하는 사업장이 늘면서 공사 품질이 저하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저가낙찰제 하에서 입찰자가 수주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투찰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는데, 이때 노무비를 삭감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덧붙여 “최근 최저가낙찰제가 널리 적용되면서 건설회사에서는 노무비를 삭감해 저가 낙찰이 일반화됐으며, 이는 건설현장의 산업안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우려도 점차 커져

최저가낙찰제 확대에 대한 정치권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현기환 의원(한나라당)은 15일 국토해양부 업무보고에 대한 질의를 통해 “최저가낙찰제가 확대될 경우 정부 재정투자 측면에서 예산 낭비를 초래하고 부실시공이 만연해 공공시설물의 품질확보 측면에서도 많은 문제점을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저가수주가 만연해 건설산업기반이 붕괴할 우려가 크며 고용감소, 산재증가 등의 문제점도 발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현 의원은 “최저가낙찰제가 확대되면 이 제도에 대한 풍부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대형건설사가 중소건설사들의 수주물량을 잠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로 인해 중소건설사의 줄도산이 우려된다”며 국토부의 대책을 따졌다.

이에 앞서 장광근 국토해양위원장도 최근 취임 후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건설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도입된 최저가낙찰제가 부실시공과 함께 중소건설사들의 경영난을 가중시키는 문제를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면서 “최저가 적용 공사를 100억 원으로 확대·시행하는 방안을 유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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