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9:26 (금)
최저가낙찰제 확대 ‘극명한 온도차’
최저가낙찰제 확대 ‘극명한 온도차’
  • 이민규 기자
  • 승인 2011.09.09 17: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고가치낙찰제 대안으로 대두…시기상조 목소리도

▲ 지난 8일 열린 ‘지역 건설경기 활성화방안 토론회’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최저가낙찰제 확대 시행 방안에 관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업계  경영난 가중-부실공사 등 부작용 우려
정부  당초 방침 변함없어…보완책 마련할 것
국회  업계입장 반영…국가계약법 개정안 발의

최저가낙찰제 확대 시행에 대한 정부와 국회, 관련업계간 기 싸움이 팽팽하다.
정부는 현재 300억 원 이상 공공공사에 적용되고 있는 최저가낙찰제를 내년부터 100억 원 이상 공사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 반해 관련업계에서는 최저가낙찰제 확대에 따른 각종 부작용을 우려하며 정부 방침의 철회 또는 유보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국회도 관련업계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최저가낙찰제 확대에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지난 6월 30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최저가낙찰제 확대 철회 촉구 결의안’을 채택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관련법령 개정도 추진되고 있다. 지난 7월 22일 현기환 의원 외 10명의 의원은 최저가낙찰제의 적용 범위를 축소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가계약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최저가낙찰제 확대 시행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과 맞물려 최고가치낙찰제 도입에 관한 논의도 전개되고 있다. 최고가치낙찰제는 입찰금액 외에 시공품질관리능력, 기술력 및 유지·관리비용 등 비가격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낙찰자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최저가낙찰제의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최저가낙찰제 확대 시행에 대한 정부와 업계 간 명확한 합의점이 도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양한 평가기준이 적용되는 최고가치낙찰제를 도입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 상황에서 정부는 다각적 보완책을 마련하는 등 최저가낙찰제 확대를 둘러싼 갈등을 봉합하고 합리적인 국가계약제도의 기틀을 정립해야 하는 짐을 지고 있다.

관련업계도 최저가낙찰제 확대를 반대하는데 머무를 것이 아니라 ‘차가운 머리’로 현실을 직시하고 일선 현장의 문제점을 최소화할 수는 해법을 찾는데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최저가낙찰제 확대 시행에 대한 정부 방침에 변함이 없고, 그 시기도 내년 1월로 못 박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경기 활성화방안 토론회’서 기 싸움

지난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강길부 의원과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현기환 의원 주최로 열린 ‘지역 건설경기 활성화방안 토론회’는 최저가낙찰제 확대 시행에 따른 이해당사자간 극명한 온도차를 보여주는 자리가 됐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주관하고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등 시공관련 단체가 후원한 이날 토론회에는 국회 및 정부 관계자, 시공관련단체, 건설사 대표 등 300여명이 참석했으며, 정부와 업계·학계·시민단체, 언론사를 대표하는 7명의 전문가가 종합토론을 벌여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의무적 최저가제는 경직적 규제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강길부 의원(한나라당)은 개회사를 통해 “일정 규모 이상의 공사에서 최저가 낙찰제를 의무화하는 것은 경직적 규제이며 금액을 기준으로 입찰방식을 강제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강 의원은 “공사의 성격에 따라 기술제안 입찰, 턴키방식, 대안입찰 등 다양한 입찰방식을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발주자에게 재량권을 줘야 한다”며 “이제는 가격 경쟁이 아니라 기술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국가계약제도의 기본 방향을 경제적으로 가장 유리한 입찰인 최고가치낙찰제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기환 의원(한나라당)도 최저가낙찰제 반대에 힘을 실었다.

그는 “내년 최저가낙찰제의 확대 시행을 앞두고 건설기업들의 불안감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며 “특히 최저가낙찰제가 소규모 공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지역발주 공사에 적용될 예정이어서 지역경제를 더욱 어렵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현 의원은 “이제 우리나라도 실질적인 국가재정의 건전성 유지와 건설산업, 특히 지역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 최저가낙찰제를 최고가치낙찰제로 바꾸는 것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최저가낙찰제 확대, 지역업체에 직격탄

주제 발표자로 나선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연구실장은 최저가낙찰제 확대에 따른 낙찰률 하락이 지역 중소건설업체의 경영난을 가중시킬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최 실장은 “중소건설업체는 대부분 공공공사에 의존하는 영업 행태를 보이고 있으며,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양하지 않은 특성이 있다”면서 “건전한 경쟁 풍토가 정착되지 않고 등급제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 최저가낙찰제가 100억 원 이상으로 확대되면 가장 큰 피해는 지역중소업체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최 실장은 “현재 100∼300억 원 규모의 시장은 적격심사낙찰제가 적용되면서, 지역 중소건설업체의 수주가 집중되고 있으나 최저가낙찰제로 변환되면 각종 저가심의에 소요되는 사유서 작성이 곤란해지면서 대형업체의 수주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최 실장은 “최저가낙찰제가 확대 적용될 경우 무리한 저가 낙찰에 따라 실행원가가 낮아지면서 그 손실이 하도급업체나 장비·자재업체 등에 전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덧붙여 “공사비를 절감하기 위해 편법·탈법행위가 늘어나고 저가 하도급이 증가하면서 부실공사의 개연성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시설물 안전에도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최 실장은 향후 정책 운용 방향과 관련, “최저가낙찰제의 폐해가 상존하고 있고 건설업체의 경영난이 심각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단기적으로 최저가낙찰제의 확대 적용을 유보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가격 위주의 입찰 방식에서 벗어나 간이형 기술제안입찰 등 입찰방식의 다양성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고가치낙찰제, 발주자 혁신 차원서 접근해야

이상호 GS건설경제연구소장은 ‘최고가치 낙찰제 도입방향’에 관한 주제발표를 통해 “최고가치낙찰제는 발주자 혁신을 통한 공공건설사업의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전면적인 제도 도입에 앞서 시범사업을 통한 시행착오 축소, 발주청의 재량과 책임 확보 등의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이 소장은 “제도 시행을 위한 세부기준 정비가 필요하며 조달청과 수요기관, 기획재정부 등 연관기관의 권한과 역할 분담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LH(한국토지주택공사)·한국도로공사·한국수자원공사 등 건설공기업부터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공사금액이 아니라 공사특성을 기준으로 적용대상을 선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 소장은 “최고가치낙찰제 도입으로 공사품질 향상 및 총생애주기비용 차원에서의 사업비 절감, 공공시설물의 가치 증대 등의 효과가 기대되지만, 이 제도가 최저가낙찰제 회피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고 비가격요소 평가 시 턴키심의와 동일한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저가낙찰제’ 놓고 각계 전문가 공방

주제발표에 이은 종합토론에서는 각계 전문가들이 날선 공방을 벌였다.
건설업계를 대표한 유현 남양건설 이사는 “최저가낙찰제를 통해서는 수익성을 보장하는 입찰을 볼 수 없으며 채산성 확보도 어렵다”면서 “최저가낙찰제 적용에 따른 부실공사 등 그 폐해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이사는 또 “최저가낙찰제가 확대되면 중소건설사의 경영난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에서는 최저가낙찰제를 당초 방침대로 확대한 후에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하지만 보완대책을 만든 후에 확대 여부를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신영철 경제정의실천연합 국책사업감시단장은 “공공공사의 예정가격 자체가 이미 부풀려져 있는 상황에서 발주 방식의 변화를 통해 가격거품을 뺄 수 밖에 없다”며 “업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고려하지 않고 최저가낙찰제 자체를 폄하시켜서는 안된다”고 맞섰다.

특히 신 단장은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는 관리상의 문제이지 발주 방식의 문제가 아니며 덤핑낙찰에 대한 우려는 안전장치를 마련해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성일 국토연구원 건설경제전략센터장은 “최저가낙찰제 등 입찰제도 전반에 관한 객관적 자료를 갖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제한 뒤 “최저가낙찰제는 투명성과 공정성 측면에서 긍정적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공사 품질 등 제반 문제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명수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가낙찰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입찰제도를 선진화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가격을 낮추는 데만 몰두하고 있으며, 입찰 참여업체의 기술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등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기존 방침 변함 없다”

정부는 최저가낙찰제 확대에 대한 기존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박재식 기획재정부 국고국장은 “최저가낙찰제 확대는 재정효율성을 높이는 데만 목적이 있는 게 아니다”라면서 “일정 수준의 낙찰률을 보장하는 공공입찰제도는 운찰제로 변질될 소지가 크며, 페이퍼 컴퍼니를 양산하고 경쟁력 없는 업체도 업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건설업계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의 원인을 모두 정부 계약제도에 돌려서는 안된다”며 “최저가낙찰제 확대에 따른 보완책이 만병통치약은 아니겠지만 10월 중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박 국장은 실무검토단계 임을 전제로 “등급별 입찰제한을 적용하고 대형사의 공동수급체 구성 시 중소업체의 지분을 확대하는 등의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국장은 최고가치낙찰제 도입에 대해서는 “최저가낙찰제 확대도 어려운 현실에서 최고가치낙찰제를 시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앞서 박민우 국토해양부 건설정책관은 “최저가낙찰제가 적격심사제보다 더 나은 제도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다만, 사전 필터링과 저가심의를 합리화하는 방향으로 최저가낙찰제를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정책관은 최고가치낙찰제 도입과 관련, “최저가낙찰제 시행에 따른 저가심의도 제대로 못하는 상황에서 주관적 요소가 더욱 강한 최고가치낙찰제를 시행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인터넷 신문 등록 사항] 명칭 : ㈜한국정보통신신문사
  • 등록번호 : 서울 아04447
  • 등록일자 : 2017-04-06
  • 제호 : 정보통신신문
  • 대표이사·발행인 : 함정기
  • 편집인 : 이민규
  • 편집국장 : 박남수
  •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대로 308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정보통신신문사
  • 발행일자 : 2024-04-26
  • 대표전화 : 02-597-8140
  • 팩스 : 02-597-822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민규
  • 사업자등록번호 : 214-86-71864
  • 통신판매업등록번호 : 제 2019-서울용산-0472호
  • 정보통신신문의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1-2024 정보통신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oit.co.kr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인터넷신문위원회 abc협회 인증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