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네트워크 장비 입찰과정에서 최저입찰제 도입이 확산되면서 가격이 주요경쟁력으로 부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서비스 사업자가 실시한 장비성능테스트(BMT)에 통과하고도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이 이익을 실현할 수 없는 입찰가격 때문에 곤혹스러워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 KT가 실시한 무선랜 입찰의 경우, 머큐리가 단독으로 BMT를 통과했지만 결국 가격이 맞지 않아 장비공급을 포기하고 말았다.
머큐리 관계자는 "KT, 하나로통신 등 인터넷서비스 사업자가 요구하는 가격은 네트워크 장비 업체가 이익은커녕 상당한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수준"이라며 "무선랜 입찰에서도 볼 수 있듯 가격이 뒷받침 되지 않고서는 적극적인 시장공략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올초 실시됐던 KT의 VDSL 장비 입찰에서도 회선당 VDSL 장비 원가가 15만원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텔슨정보통신, 미리넷이 제시한 입찰가격은 이보다 훨씬 낮은 10만~11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원재료 구입 비용인 12만원에도 밑도는 가격이다.
이처럼 출혈가격 경쟁이 불거지면서 장비업체끼리 협력을 도모, 부품의 공동구매로 원가 비용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저가의 대만 제품이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국내에 대거 쏟아지면서 부품의 공동구매는 대외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부품의 공동구매를 추진하고 있는 한국네트워크연구조합의 도철구 부장은 "대만의 경우, 국가 전략적으로 부품을 한꺼번에 구매해 장비업체들에게 공급하고 있다"며 "대만기업은 공동구매로 인한 원가부담 감소로 해외시장에서 상당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장비업체가 부품을 공동구입하는 데는 해결해야 할 과제물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적시에 부품을 조달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업체 구매담당자의 협력도 미지수라는 설명이다. 특히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외국업체가 아닌 국내 업체간 경쟁으로 이어지면서 '대외경쟁력 증대'라는 명분도 설득력을 얻기 쉽지 않다고 이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도철구 부장은 "네크워크연구조합은 올해안에 네트워크 장비업체간 부품의 공동조달을 이끌어 낼 계획"이라며 "이는 출혈경쟁으로 수익을 찾지 못하는 장비업체들에게 새로운 활로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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