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업체를 경영하고 있는 A사장은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PC를 켜고 입찰정보 사이트에 접속한다. 최근 공고된 입찰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사내 회의를 통해 직원들과 어떤 사업에 참가하는 게 좋을지 꼼꼼히 따져본다. 낙찰자 선정 기준은 무엇인지, 투찰가격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도 분석한다.
하지만 매번 똑같은 고민에 부딪힌다. “입찰에 참가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사업 수주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구나.”
10년 넘게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A사장이지만 한시도 ‘사업 수주’ 고민에서 자유로웠던 적이 없다.
이런 A사장은 얼마 전 신문을 보다가 눈에 띄는 소식을 접했다. 올해 600대 기업의 투자규모가 작년보다 12.1% 증가한 140조7719억 원에 달할 것이란 내용이었다.
A사장의 얼굴에 일순간 미소가 번졌다. “올해 일거리가 좀 늘어날 수 있겠구나”하는 기대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이런 보도가 이번뿐이었던가. 사업물량 증대에 대한 막연한 기대는 부질없는 것”이라는 생각도 지울 수 없었다.
A사장의 일상은 정보통신업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익숙한 모습이다. 대다수 경영자들이 사업 수주에 대한 고민을 껴안고 산다. “잘 될 것”이라는 기대와 “이번에도 역시”라는 낙담이 수없이 교차한다.
A사장을 진정으로 기쁘게 하고, 그 회사 직원들을 덩실덩실 춤추게 할 수는 없을까?
사실 해답은 간단하다. 일감 걱정을 덜 수 있도록 발주처에서 사업물량을 확 늘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가. 공공과 민간부문을 막론하고 ‘화수분’을 갖고 있지 않는 이상 무턱대고 이 사업, 저 사업 추진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그냥 주저앉을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정답은 하나여도 좋은 답은 여러 개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럼 어떤 게 좋은 답이 될까.
우선 ‘공정한 경쟁의 룰’을 만드는 것이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모두가 원칙과 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평평한 운동장을 조성하는 일이다. 이는 대기업의 일방적인 납품단가 인하나 거래관계 단절 등의 불공정 행위를 불식시키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특히 대기업들은 당장 눈앞의 이익에 집착하기 보다는 거시적 관점에서 선행투자에 힘을 쏟을 수 있는 혜안을 길러야 한다.
정부도 해야 할 일이 많다. 화학비료 같은 자금지원보다 쉼 없는 김매기 같은 합리적 제도 개선에 주안점을 두고 정책의 지속성과 실효성을 확보하는데 힘써야 한다.
이를 통해 당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이라도 성공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을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기업들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연구개발에 매진할 수 있도록 ‘패자부활전’이 가능한 경영 생태계를 만드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A사장은 얼마 전 제안서를 냈던 입찰에서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그는 퇴근 후 직원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쓰린 속을 달랬다. A사장은 이런 일상을 숙명으로 받아들인다. 그는 내일 아침에도 입찰정보 사이트에 접속할 것이다.
A사장이 활짝 웃을 때, IT업계의 주름이 확 펴질 것이다. 그래야만 우리 경제의 근육이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