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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기술자가 할 수 없는 이유①
정보통신기술자가 할 수 없는 이유①
  • 정보통신신문
  • 승인 2012.08.2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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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준, 정보통신기술사, 정통협총무, 강원도립대외래교수

건축물 내 정보통신설비의 설계를 정보통신기술자가 할 수 없는 이유①

현대는 전문가의 시대라고들 합니다. 팔방미인이 박복하다는 옛말은 오늘날 전문화 시대를 염두에 두고 말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스포츠에서는 특히 더욱 그러합니다. 이 운동 저 운동 다양하게 잘하는 만능 재주꾼은 실상 아마추어이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프로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 우리나라의 국격을 드높인 선수들은 전국에서 대표선수로 발탁된 이후, 태릉선수촌에서 지난 4년간 집중적으로 땀과 열정을 쏟았기 때문에 이루어진 성과입니다.

스포츠에서도 해당 분야의 프로, 즉 전문가가 동경의 대상이 되듯이, 날로 발전하는 기술 분야에서도 전문가(professional engineer)는 합당한 대우를 받아야 합니다. 이는 전문가를 위함이 아니라, 전문가를 육성하여 국민의 생명과 안전과 생활의 편리성을 꾀하고 서비스를 합리적인 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가에서는 이들 전문가를 위하여, 의사와 약사는 "의료법"으로, 변호사는 "변호사법"으로, 특허 부분은 "변리사법"으로, 세무회계사는 "세무사법"으로, 건축물에 관한 것은 "건축사법"…. 이렇게 전문가 법을 제정하여, 전문가만의 영역을 보장해주고 있습니다. 이는 더욱 나은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기하여 복잡하고 다양한 세상의 흐름에 적절히 대응하고, 나아가 국민의 편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입니다.

주택도 마찬가지입니다. 주택을 건축할 경우, 주 공정인 건축설계는 건축사가 하지만, 주거환경에 필요한 건축물의 3대 설비는 건축설비 전문가가 담당합니다.

상하수도 분야는 건축기계기술자가, 전기분야는 전기기술자가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정보통신분야만이 전문기술자가 배제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정보통신설비의 설치를 규정하는 ‘정보통신공사업법’의 법조문에 건축물의 설계는 정보통신기술자가 할 수 없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아래는 해당 법조문 내역입니다.


「정보통신공사업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8. “설계”란 공사(건축사법」 제4조에 따른 건축물의 건축 등은 제외한다)에 관한 계획서, 설계도면, 시방서(示方書), 공사비명세서, 기술계산서 및 이와 관련된 서류(이하 “설계도서”라 한다)를 작성하는 행위를 말한다.

9. “감리”란 공사(건축사법」 제4조에 따른 건축물의 건축 등은 제외한다)에 대하여 발주자의 위탁을 받은 용역업자가 설계도서 및 관련 규정의 내용대로 시공되는지를 감독하고, 품질관리·시공관리 및 안전관리에 대한 지도 등에 관한 발주자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해서 건축법에 정의된 건축설비 중에서 유일하게 정보통신기술자만이 건축물 내의 정보통신설비의 설계와 감리업무에 참가하지 못하는 상태의 비상식적인 일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진정한 정보통신기술자들의 권익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모순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왜 이런 희한한 법조문이 생기게 되었는지를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1. 건축설비의 정의
먼저, 건축물 내의 건축설비가 어떤 것인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건축법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건축법에는 건축법 제정 당시부터 건축설비를 정의하고 있으며, 제정(1962.1.20.) 초기에는 통신이 없었으나, 1970년부터는 전화설비를 포함하여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건축법」
제2조(용어의 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개정 1963·6·8, 1967·3·30, 1970·1·1>

4. 건축설비라 함은 건축물에 설치하는 전기, 전화, 가스, 급수, 배수(配水), 배수(排水), 환기, 온방, 냉방, 소화 또는 오물처리의 설비나 굴뚝, 승강기, 국기게양대 기타 이와 유사한 설비를 말한다.

본 법령에서 규정된 건축물 내의 설비는 매우 중요하므로, 반드시 전문가들의 설계, 감리, 시공노력으로 완벽하게 이루어져야만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는 건축은 건축사가, 전기는 전기분야기술사가, 수도·배관·냉난방은 건축기계설비나 공조냉동기계기술사가, 소방설비는 소방기술사가 설계를 하도록 법에 규정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보다시피 정보통신설비만이 전문가 규정이 없어 무주공산인 상태입니다. 우리나라는 IT강국이니까, 전 국민의 IT전문가化가 되어서 그런가요? 심지어 건축사도 정보통신설계·감리의 주인이고, 전기분야기술자도 건축물 내의 통신설계는 자신들의 전공분야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왜 이 지경이 되었을까요. 역사적인 고찰로부터 그 원인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2. 기술사법의 폐지 및 부활

먼저, 정보통신공사업법에 건축물 내의 정보통신설비에 대한 설계를 정보통신기술자가 할 수 없도록 법령이 개정된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건축설비를 비롯한 기술용역전문가들을 위한 기술사법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1963.11.11.일, 건축설비의 전문가를 비롯한 기술전문가를 위한 기술사법이 제정됩니다. 그러나 선진화한 서구처럼 기술용역전문가를 위한 기술사법이 있었음에도, 이번에는 1973.2.5일에 기술용역업을 위한 기술용역육성법(훗날 엔지니어링법으로 개명됨)을 제정하게 됩니다. 동일한 목적의 법을 복수화하여 버린 것입니다. 이것이 법적인 심각한 모순이 된다고 인식하였는지 이로부터 3년 후(1976.12.31)에 기술사법을 폐지시키고 맙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아래의 기술용역육성법(현 엔지니어링기술산업진흥법)의 제정 당시의 정의를 보면 이렇습니다.


「기술용역육성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기술용역(이하 "용역"이라 한다)이라 함은 타인의 위탁에 의하여 고도의 과학기술을 응용하여 사업 및 시설물의 계획·연구·설계(건축물은 제외)·분석·조사·구매·조달·시험·감리(건축물은 제외)·시운전·평가·자문·지도 기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


「건축사법」
제2조(정의) ①이 법에서 "건축사"라 함은 건설부장관의 면허를 받아 건축물의 설계와 공사감리등의 업무를 행하는 자를 말한다.


기술용역육성법 제2조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건축물 제외’라는 괄호 문구입니다. 기술용역육성법을 만들어내고 기술사법을 폐지한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엔지니어링협회마저도 건축사법은 차마 건들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건축사법은 기술사법을 만들기 전 이미 1963.12.16일부터 존재하던 탄탄한 법이었고 자칫 그들의 업역을 건들다가는 극심한 반발로 사회적 문제가 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일단 은근슬쩍 괄호조항을 넣어 건축사법과의 마찰을 피하게 됩니다.

기술용역업을 하는 사업자들의 그 당시 절대 목적은 기술전문가를 위한 기술사법을 없애고, 기술사를 회사의 소속된 기술자로 쉽게 부리려는 목적이었을 거로 생각합니다.

어찌되었든 기술용역업자들이 건축물 내의 건축설비에 대한 설계·감리용역업을 하지 않겠다고 건축사에게 양보함으로써 의도하였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때부터 건축사들은 건축물과 모든 건축설비분야에서 전권을 위임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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