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용사례 전무…시장 거품 ‘우려’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에 대한 관심이 날로 더해가는 가운데, 산업 육성을 위한 개발환경 구축에 업계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SDN은 기존 하나의 네트워크 장비를 컨트롤 영역과 데이터 영역으로 나눠 오픈플로우(OpenFlow)라는 프로토콜을 통해 네트워크를 중앙집중형으로 쉽게 제어·관리하는 기술이다.
업계는 벤더별 폐쇄적인 기술이 아닌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한 개방형 개발환경이 마련되기 때문에 현재의 소수 벤더에 좌지우지되는 네트워크 환경을 새롭게 재편할 수 있는 ‘파괴력’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SDN 생태계에서는 네트워크 구조별 전문 개발자 및 업체의 탄생을 기대할 수 있다. 적용 애플리케이션의 가짓수만으로도 매우 큰 시장이 열릴 전망이다.
그러나 SDN이 그리는 청사진 이면에 개발단계에서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높고도 험해 보인다.
SDN 전문 커뮤니티 오픈플로우 코리아가 23일 개최한 정기세미나에서는 업계의 이러한 상황을 엿볼 수 있었다.
가장 큰 문제로 마땅한 테스트베드가 없다는 점이 거론됐다.
개발 장비든 상용 제품이든 실제 네트워크상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적용해볼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지적이다.
검증되지 않은 장비를 상용 네트워크에 적용하기 위해 전체 네트워크를 셧다운 시키는 등의 부담을 질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는 구매자의 입장에서도 해당 장비가 자신이 원하는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는 SDN 장비인지 판단하는 지표로 매우 중요하다.
DMX코리아 서영석 차장은 “어떠한 SDN 장비든 최소한의 기능 구현은 보장돼야 하고, 최소한의 기능은 테스트가 가능해야 한다”며 “기본적인 기능조차 구현되지 않는 SDN 장비를 마케팅적으로만 이용하려는 벤더들에게 자신이 필요로 하는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차원의 SDN에 대한 투자 방향도 공개 테스트베드 구축에 중점을 둘 전망이다.
오픈플로우 코리아의 운영자를 맡고 있는 DMX코리아 류기훈 이사는 “미국과 일본 다음으로 한국이 SDN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며 “선진 시장과 1년 남짓 격차 밖에 나지 않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 이사는 올해 공개 테스트베드 구축을 정부 정책에 적극 반영토록 목소리를 내겠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제대로 된 애플리케이션, 적용사례가 없는데 과도한 기대감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초기 클라우드컴퓨팅이 모든 IT서비스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현재 데이터센터 정도에 국한된 것과 다르지 않다는 의견이다.
이번 세미나의 한 참석자는 “SDN의 데모를 공개한다고 해서 참석했다”며 “SDN 솔루션 개발에 관심이 많은데 그동안 참고할 만한 솔루션, 적용사례를 찾기 힘들었다”고 언급했다.
최근 커뮤니티 측이 발표한 ‘2013년도 한국 SDN 시장전망’에서도 SDN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다양한 적용사례(Use Case)’로 꼽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