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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적 감춘 3D 산업
종적 감춘 3D 산업
  • 차종환 기자
  • 승인 2013.05.03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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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영상을 처음 접했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분명 빨강, 파랑의 조악한 셀로판지를 덧붙인 듯한 안경인데 그걸 쓰면 스크린에 비친 침침한 영상이 신기하게도 바로 눈앞에 현실처럼 펼쳐지곤 했다. 관객들은 아이고 어른이고 할 것 없이 한 번씩 허공에 손을 휘저어보곤 했다. 지금으로부터 딱 20년 전, ’93 대전 엑스포 때 얘기다.

3D 영상의 원리는 우리의 뇌가 사물을 인식하는 ‘착각’을 이용한다. 좌우의 차이가 있는 영상을 각각 붉은 색 필터와 푸른 색 필터를 이용해 촬영한 후, 이 영상을 겹쳐놓고 특수 안경으로 보게 되면 마치 입체감이 있는 것처럼 뇌가 느끼는 것이다. 영상 제작기술에 차이는 있을망정 이 기본 원리는 현재까지도 그대로 적용된다.

사실 20년 전에도 있었던, 그리 새로울 것도 없는 기술이 ‘첨단’의 옷을 입고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난 데에는 2009년 개봉한 영화 ‘아바타’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신비의 행성 ‘판도라’의 환상적인 경관이 3D로 펼쳐지는데 세계가 열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 우리 정부 관계자들도 그 중 하나였으리라.
이후 3D산업은 국내에서 손꼽힐 만큼 정부의 투자가 크고 빠르게 진행된 산업이 됐다. 각종 협단체가 줄줄이 문을 열었고, 거기에 삼성과 LG가 자기네 3D방식이 우월하다며 연일 이슈거리를 만들어냈다. 개봉 직전의 한 블록버스터급 영화가 부랴부랴 3D방식으로 다시 제작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로부터 불과 2, 3년이 지났다. 현재 3D산업의 모습은 어떤가.
3D채널을 운영했던 KT스카이라이프는 적자 누적으로 사업 종료를 선언했고, 지상파 KBS마저 3D실험방송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중소 콘텐츠 제작업체의 3D영상 제작을 지원하겠다던 3D방송차엔 먼지만 쌓여하고 있는 상태다.
세계 시장에선 이미 3D산업이 종적을 감춘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서 열린 NAB 2013 전시회에는 3D제품을 선보인 업체가 손에 꼽을 정도였다는 후문이다.
오히려 요즘 ‘실감미디어’라는 타이틀을 달고 각광받는 분야는 초고화질(UHD) 영상산업이다. 일본이 우리보다 4년 앞서 정규 방송을 시작할 태세다.

3D산업이 처한 현실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소비자’가 배제됐기 때문이다.
우리가 왜 3D에 관심을 가지게 됐는지 돌이켜봐야 한다. ‘아바타’, 즉 콘텐츠다. 직접 즐길 3D콘텐츠 없이 인프라만 갖춰놓는다고 수요가 일리 만무하다. 이제 막 태동 중인 UHD 산업이 잊지 말아야 할 교훈이다.
콘텐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우리나라에서 ‘아바타’를 기대하기엔 콘텐츠 제작환경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장비업계는 더하다. 지상파 디지털전환 후 수요가 전무한 내수시장을 떠나 해외 개발도상국으로 눈을 돌릴 뿐, UHD 관련 기술개발에 돌입한 업체는 손에 꼽을 정도다.
정부와 산업계, 소비시장이 엇박자를 달리는 모습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UHD 시대로의 전환이 우리에게 기회가 될지 아닐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최소한 3D산업에서처럼 헛다리짚는 투자는 다시 반복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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