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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불공정 공공계약 어떻게 개선할까
<심층진단> 불공정 공공계약 어떻게 개선할까
  • 이민규 기자
  • 승인 2013.05.31 2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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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절감 명목 설계가격 감액-제경비 누락 비일비재

예정가격 고의 삭감 금지-외부기관 검증 바람직
입찰자 이의신청제-저가낙찰자 구제방안도 필요

○…몇 해 전 A시는 여성회관 및 노인복지회관 리모델링 공사를 발주하면서 간접노무비와 기타경비, 일반관리비 등 제경비를 조달청 기준보다 낮게 책정했다. 해당 지자체의 예산절감을 도모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B시도 같은 이유로 관내 공공공사에 소요되는 사급자재비와 폐기물처리비 등 제비용을 삭감했다. C시 역시 공공사업을 추진하면서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 표준품셈에 정해진 것보다 낮은 훨씬 낮은 직접공사비를 적용한 것이다.

○…D업체는 공공공사 시공과정에서 실수를 범해 당초 예정했던 것보다 늦게 공사를 준공했다. 이에 대해 발주처인 E군은 계약금액 대비 연 100%가 넘는 지체상금을 부과했다.

한편, E군은 다른 공사를 시공한 E사에게 공사대금을 당초 기일보다 늦게 지급했다. 하지만 E군이 적용한 지연이자율은 공사대금의 6%에도 미치지 못했다.

▲ 28일 열린 ‘건설경제민주화를 위한 공공계약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부당한 갑을문화 개선에 대한 경제·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가운데 공공계약제도의 합리적 개선을 촉구하는 관련업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공발주처의 경우 민간부문보다 더욱 엄격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제반사업을 추진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관련규정에 어긋나게 일처리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더욱이 일부 공공발주처에서는 ‘갑’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을’의 위치에 놓인 중소시공업체에게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예산절감을 명목으로 공사비를 대폭 삭감하는 등의 무리수를 두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공공 계약제도의 합리적 개선을 통해 시공업체의 권익을 보호하고 시공품질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 같은 공감대 위에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이이재 의원과 기획재정위원회 이재영 의원은 지난달 28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건설경제민주화를 위한 공공계약 개선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대한건설협회가 공동으로 주관한 이날 세미나는 발주기관의 불공정 행위를 살펴보고 이에 대한 합리적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가 됐다.

□ 불공정행위의 유형 = 이날 세미나에서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발주기관의 불공정 행위 실태와 개선 방안’에 관한 발제를 통해 발주자의 불공정 행위를 유형별로 분석하고 이에 대한 문제점을 상세하게 지적했다.

우선 발주기관의 예산에 맞추거나 실적홍보를 위해 설계가격을 고의로 감액해 발주하는 경우를 문제로 꼽았다. 또한 계약단가를 활용해 실적공사비를 축적한 후, 이를 예정가격 산정에 반영하고 다시 가격경쟁을 유도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와 함께 관련기준에 따라 책정해야 하는 제경비를 누락시키거나 정해진 것보다 경비를 적게 반영하는 것도 바로잡아야 할 문제로 꼽혔다.

예를 들어 시공사 잘못으로 계약이행이 늦어지면 계약액 대비 연 35∼183%의 지체상금이 부과되지만 발주기관이 대금을 늦게 지급할 경우 적용 이자율은 5.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다 상당수 발주처에서 최저가낙찰제를 확대 적용해 시공업체의 가격경쟁을 유도함으로써 업계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원도급 단계에서 발주자가 고의로 적자 수주를 강제하더라도 시공업체에 대한 실질적인 구제 대책은 미흡한 것으로 분석됐다.

□ 무리한 부당특약 비일비재 = 발주자가 무리한 부당 특약을 강요해 생기는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지자체의 경우 지역주민의 50%를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거나 발주자가 부담해야 하는 신기술 사용료 등을 시공자에게 전가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예정가격 산정 시 과다 계상된 항목에 대해서는 공사 낙찰 후 계약금액을 감액하는 특약을 강제로 적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반해 예정가격 산정 시 과소 계상된 항목의 경우, 낙찰 후 계약내용을 변경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당초 예상치 못한 추가공사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을 시공업체에 전가하면서도 공기 연장에 따른 간접비 보상은 매우 미흡해 업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밖에도 부실한 유지관리에 따른 하자까지 시공업체에 책임을 부과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 예정가격 검증제 도입 필요 = 최 연구위원은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해법으로 도급 공사비 적정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 내용을 보면 적정 예정가격을 책정하기 위해 발주기관에서 예정가격을 고의로 삭감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칙적으로 원가 산정과정의 계산착오나 누락, 오류만을 수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최 연구위원은 예정가격에 대한 외부 전문기관의 검증제도를 도입하거나 입찰자를 위한 이의신청 제도 및 저가낙찰자 구제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실적공사비 제도의 현실화를 위해 낙찰자격(계약가격)이 아닌 평균 입찰가격으로 실적공사비를 축적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공사 유형이나 물가변동을 고려해 주기적으로 실적공사비를 수정하거나 가공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밖에도 그는 적정 공사비를 책정하기 위해 △제경비 현실화 △최저가낙찰제도의 폐지 △발주자 귀책에 의한 공기연장 시 간접비 지급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우월적 지위 남용 차단해야 = 발주자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해법도 제시됐다. 특히 사업예산과 낙찰금액 간의 차이를 공사예비비로 편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눈길을 끌었다.

또한 하자담보책임 기간을 현실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시됐다.
하자와 결함을 구분해 하자담보책임기간을 재해석하는 것이 필요하며, 유지관리상의 정상적인 기능 저하나 마모에 대해서는 발주자에게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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