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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속정보통신건물인증제와 따로 노는 현실
초고속정보통신건물인증제와 따로 노는 현실
  • 정보통신신문
  • 승인 2013.06.24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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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이순종, 정보통신기술사

“무엇하러 특등급 인증요건에 맞게 시설해야 하는지, 사용하지도 않는 광케이블을 왜 비싼 돈을 들여 구축하는지 당최 모르겠다. 구내간선계 광케이블(인터넷용, CATV용)은 그야말로 인증용에 불과하다.” 이런 소리는 공동주택 현장에서 심심치 않게 나오는 초고속정보통신건물 인증제에 대한 볼멘소리이다.

우리나라 공동주택건물에는 정보통신시설의 시설정도에 따라 ‘초고속정보통신건물인증제(이하, 엠블럼제도)’라는 아주 좋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엠블럼제도는 1999년 4월에 최초로 제정되어 지금까지 건물 내에 정보통신설계, 감독, 감리, 시공에서 하나의 기준점과 방향성을 제시해왔다. 그저 전화와 TV설비에 불과하였던 건축물 내 통신설비가 인터넷이라는 강력한 시대의 요구에 맞닥뜨리면서 인터넷을 위한 구내설비가 절실해졌고, 이 시대의 요구를 잘 파악하였던 행정부의 시기적절한 엠블럼제도 도입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엠블럼제도는 애초부터 등급제로 서열화하여 건설사 간 경쟁을 유발하였다. 이 제도는 공동주택에서 마땅한 홍보거리를 찾던 대형건설사들에 아주 좋은 맞춤형 콘텐츠였다.

‘사이버아파트’, ‘스마트아파트’, ‘정보통신특등급아파트’니 하며 정보통신과 건물과의 랑데부를 대대적으로 홍보하였다. 건설사의 홍보는 입주민들의 분양성을 높이는데도 크게 작용하여 웬만한 아파트치고 엠블럼제를 도입하지 않는 곳이 거의 없을 정도이다.

폭발적인 인터넷파급에 힘입어 다양한 건축설비와도 접목되면서 홈네트워크란 새로운 통신 시장을 형성하였고, 급기야 2007년 1월부터 ‘홈네트워크건물인증제도’까지 시행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현시대의 요구를 적절히 담아낸 엠블럼제도가 수많은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박수를 보내는 바이나, 아직도 현장에서는 역기능도 함께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는 기간통신사업자들이 인증요건에 맞게 시설된 통신설비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엠블럼제도는 강제력이 없고 통신설비의 확보여부에 대한 인증등급만 주는 제도라서 구속력이 없다. 따라서 엠블럼제는 인증을 받아야 할 건설사와는 매우 긴밀한 관계이지만, 기간통신사업자와는 별로 관련성이 없다. 엠블럼의 최대의 약점은 시설의 사용여부에 대해서 관여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니 기간통신사업자가 구축된 시설을 사용하지 않아도 달리 규제할 길이 없다. 물론 인증제는 간선케이블뿐만 아니라 제반 통신시설에 대한 최소한의 규정을 둠으로써 공동주택에서의 통신설비확보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순기능을 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중요한 인프라 중 하나인 간선케이블을 지금처럼 인증검사를 받을 때에만 쓰고 인증이 끝난 후에는 방치하고 만다면, 케이블이 무슨 일회용 물건도 아닐 진데 안타깝기가 그지없다. 국가적, 사회적으로 엄청난 낭비라 아니할 수 없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여러분은 혹시 건축주가 수돗물(또는 가스, 전기 등)을 넣어주는 공사(公社)에 수도배관 사용료를 요구한 적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바가 있는가. 들은 바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건축물의 3대 설비에 속하는 통신설비의 경우만 사용료를 요구한다면 어찌하겠는가. 공동주택에서 통신설비에 대해서만 이러한 상황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는데도 행정부처도, 시공주체들도 손을 놓고 있다. 도대체 타 건축설비와 무엇이 다르기에 유독 통신설비만 이러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일까.

공동주택 건축물에 건축설비에는 수도설비, 가스설비, 전기설비, 오수설비, 통신설비… 등이 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건축물 시공 당시 수도설비를 해놓지 않는다면, 건축물이 준공이 된다 하여도 수돗물을 공급받지 못할 것이다. 전기설비도, 오수설비도 다 마찬가지이다.

이렇듯 건축주가 건물 준공 후 수돗물 등을 원활히 공급받기위해 제반 건축설비시설비용을 응당 자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만약 건축주가 건축설비의 주인이라 하여 그 시설에 내용물을 공급하는 주체(한국수자원공사, 한국전력 등)에게 내가 설치하였으니 설비사용료를 달라고 한다면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할 것이다.

표에서 보듯이 공동주택 내에는 다양한 건축설비가 있다. 타 설비의 경우는 공급되는 내용물이 한 개의 공급처로부터만 공급된다. 통신설비와 다른 점이 바로 이것이다. 타 설비는 공급처가 독점체제이기 때문에 건축주는 수도나, 전기 공급을 받으려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 때문에 공급자가 건축주보다 우월적 지위를 갖게 된다.

그러나 통신의 경우에는, 하나의 시설을 여러 개의 통신사업자가 공유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통신설비에서의 공급자 다(多)경쟁체제는 건축주한테 우월적 지위를 내주고 만다. 경쟁이 치열하면 할수록 상대적으로 열등한 입장에 놓이게 된다. 내 서비스제공을 위해 오히려 건축주에게 굽실거려야 한다.

업자들 간 서로 서비스 경쟁에 치우치다 보니 건축주의 요구에 무조건 순응하고 마는 것이다. 급기야 건축주는 설치된 통신시설의 사용료까지 요구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통신사업자들은 시설된 구내간선계를 사용하는 것을 꺼리고 차라리 사용료를 매달 내느니 자체망을 구축하는 것이 훨씬 이롭다고 생각한다. 자율권 측면에서도 유리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자가망을 고집하게 된다.

사실, 입주민들의 해괴한 사용료 요구의 빌미는 다름 아닌 통신업자들 간 과당경쟁이 한몫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인터넷이 갓 들어온 초기에는 기축건물에 신기술인 인터넷을 서비스하기 위해 인터넷사업자들이 과당경쟁을 했던 때가 있었다.

기축건물의 통신설비는 하나의 업체만 수용할 수 있는 구조였기 때문에, 그 시절에는 건물에 서로 진입하여 선점해야만 했고, 선점을 위해 관리사무소의 무리한 요구도 감수해야만 하였다. 그래야 비로소 공동주택에서 기득권의 권리를 누릴 수 있었던 승자독식의 논리였던 시절이었다. 때로는 금품이나 물품을 관리사무소에 제공해야만 진입을 허락받을 수 있었다. 그런 나쁜 관행이 오늘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이제 바야흐로 인터넷시대이다 보니 통신인프라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이 없고, 건축물 설계당시에부터 정보통신설계는 중요한 시설물 중의 하나이다. 웬만한 공동주택 정보통신설계는 엠블럼제를 도입하여 통신 인프라 측면에서 보았을 때 가장 최상의 통신설비를 선택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현재의 인증요건에 입각한 통신설비는 다수의 공급원(현재 기간통신사업자 4개사)을 모두 수용하여 통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하나의 케이블에 모든 사업자를 수용할 수 있도록 광코어를 확보해놓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서비스를 위한 통신설비에 사용료를 요구하는 것은 탐욕으로 눈이 먼 자들의 억지이며, 봉이 김선달식 물장사에 다름 아니다. 공동주택에 시설되는 통신설비는 입주자가 사고파는 물건이 아니다. 서비스를 받기위한 필수 조건인 것이다.

수도설비나, 전기설비처럼 통신설비도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간통신사업자가 주체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건물에서 전기를 받으려면 건물 내 기 포설된 전기선을 이용해야 하듯이, 건물에서 통신서비스를 받으려면 건물 내 기 포설된 통신선을 이용해야 한다.

왜 스스로 권리를 포기하며 비싼 돈을 들여가며 자가망을 구축하려 하는가. 이 문제에 관한 한, 기간통신사업자간 ‘건전한 담합’을 하여서라도 통신설비를 서비스제공자가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과거처럼 관리사무소에 냉장고, 에어컨을 사주어가며, 자가망을 구축하는 것이 더 편하게 갈 수 있는 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행위는 자기만 살기위해 정보통신을 죽이는 이적 행위임을 알아야 한다. 결국, 자가망에 투자된 돈은 애먼 가입자의 주머니에서 받아올 것이 아닌가. 사회적으로 일고 있는 가계통신비절감운동에도 역행하는 행위이다. 기간통신사업자는 오로지 인터넷 품질로만 서로 경쟁해야 한다.

엠블럼제도를 관장하고 있는 초고속정보통신건물인증심사센터(미래창조과학부 산하)에서도 좀 더 적극 나서서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여 잘못된 부분을 계도하고, 홍보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저 심사 해주고 심사료만 받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엠블럼제도가 현장에서 잘 이식될 수 있도록 다양한 대응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최소설비확보규정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그 시설이 잘 활용될 수 있도록 선도적 역할을 해주기를 주문하고 싶다.

현장에서 생기는 다양한 문제점에 대한 대응책 등을 매뉴얼로 작성하여 보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엠블럼제도가 인증센터만 이로운 것이 아니라, 건물주, 기간통신사업자, 시공사, 통신소비자에 이르기까지 모두에게 환영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기간통신사업자나 엠블럼제도를 탓할 일이 아니다. 통신 주체들 모두의 책임을 가져야 한다. 인증센터를 비롯하여 발주처의 감독, 시공감리원, 시공사, 기간통신사업자 등 모든 관련 주체들의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관련 주체들이 사회적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너나없이 과다한 통신요금에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를 방관한다면 그 부메랑은 결국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공동주택에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는 엠블럼제가 퇴색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한다. 엠블럼제가 통신인들에게 망망대해에서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음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이 엠블럼제도를 지키는 것은 제도 자체가 아니라 통신관련 주체들의 실천의지이다.

우리가 다음 세대 정보통신의 전범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일이다.

공동주택 내 건축설비와 공급처

건축설비 공급물
(서비스)
공 급 처
수도설비 수돗물 한국수자원공사
가스설비 가스 한국가스공사
전기설비 전기 한국전력공사
오수설비 오수처리 하수종말처리장
통신설비 인터넷 KT, SKT, LGT, 지역CATV업체
  CATV 지역CATV업체(복수)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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