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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충우 칼럼 - 구원투수 낙마한 한글과 컴퓨터
신충우 칼럼 - 구원투수 낙마한 한글과 컴퓨터
  • 한국정보통신
  • 승인 2001.10.06 09:42
  • 호수 1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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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적으로 IT산업의 불황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민기업 한글과 컴퓨터의 '선장'이 물려났다. 애석한 일이다.
최고 경영자란 CEO는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말못할 심적 고통이 많다. 해본 사람만이 안다. 매일 수없이 고독한 결정을 해야한다. 모험이 수반되는 의사결정을 하거나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을 땐 피가 마른다. 의사결정이 잘못될 경우 죄없는 직원과 주주들이 엄청난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리한 판단력과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이 이에 요구된다.
"주주와 직원의 이익을 지킬 수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체적인 손실에 대한 책임은 분명히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글과 컴퓨터 전하진 사장이 지난달 26일 전격 사임하면서 한 말이다.
전 사장은 98년 8월 한컴 매각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이찬진 사장의 후임으로 한컴 사장직을 맡았다. 공개모집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통해 영입된 만큼 전하진 사장은 업계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전 사장은 대표이사 취임 이후 무리한 인터넷사업 추진 등 중요한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꾸준한 매출증가를 이뤄 회사를 안정적으로 이끌어왔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전 사장의 퇴임은 그동안 철저하게 보안이 지켜진 채 전격적으로 이뤄졌지만 한컴 내부에서는 상당 기간 동안 준비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컴은 올초부터 6월까지 전사적인 컨설팅을 받았다. 아직 컨설팅 결과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한컴 관계자에 따르면 '과감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한다.
한컴은 89년 창립 후 ?글이 국산 소프트웨어의 대명사로 자리잡으며 성장했다. 그러나 후속 모델을 제때 내놓지 못하고 소프트웨어 복제성행, 마이크로소프트 파상공세 등으로 경영난에 봉착, 97년 아래아 한글을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한다는 발표를 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후 국민주 모집으로 위기를 넘긴 한컴은 전 사장이 취임하면서 공격적으로 전환, 사업을 추진했지만 닷컴기업의 몰락으로 인터넷 사업이 부진, 적자가 누적됐다.
그동안의 실적을 보면 98년 16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후 99년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단속의 계기로 105억원의 흑자를 냈지만 다시 작년 순이익이 마이너스 203억원으로 급락한 후 올해도 상반기에만 102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한편 전 사장의 퇴진이 한컴의 근본적인 전략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컴은 지난달초 CEO를 비롯해 CTO·COO·CFO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는 인사를 통해 조직강화를 도모했기 때문에 전 사장의 퇴진이 한컴 경영에 누수가 일어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한컴은 전 사장의 퇴임발표 이후 곧바로 이사회를 소집, 최승돈 상무를 임시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CEO 영입위원회를 구성하는 기민함을 보였다. 특히 오는 9일 한컴의 대표 상품인 한글2002 출시를 앞두고 최고기술책임자가 임시 대표이사를 맡은 것은 소프트웨어 개발에 주력하겠다는 한컴의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애물단지로 전략한 한컴의 인터넷 사업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네띠앙, 예카스테이션 등 인터넷 관계사들이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지만 시장이 얼어붙은 상태에서 마땅히 매각할 대상을 찾기 어려울 것이며 청산하기에는 더욱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한컴의 미래는 단기간의 주가변화나 임시 조직정비가 아닌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에 달려있다고 본다. 지난 2년간의 불법복제 단속으로 잠재 수요가 상당히 충족됐고 막강한 자금을 등에 업은 마이크로소프트의 공세가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컴이 생존 해법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한컴이 전 사장 퇴임에 발빠른 대응을 한 것처럼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을 밝히지 못하면 한국 소프트웨어의 자존심인 한컴은 냉혹한 시장의 논리에 맡겨질 것이다.
한컴은 부실 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창업주 이찬진 사장에 이어 구원투수로 등판한 전하진 사장마져 낙마하고 말았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에 한컴이 나아갈 길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패는 지적재산이자 성공의 어머니다. 현명한 CEO는 같은 실수를 2번이상 하지 않는다. 전 사장의 낙마가 한컴의 재기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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