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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호익 사단법인 통일IT포럼 회장
석호익 사단법인 통일IT포럼 회장
  • 박현일 기자
  • 승인 2015.03.27 1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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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ICT인프라 투자는 언젠가 해야 할 일
인프라 구축비용 막대…발전 기회로 삼아야
통일준비위에 전문인력 부재…업계지원 절실
 
통일 IT강국 청사진 그려야…기술표준화 시급
 

우리나라는 통일문제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분단국가의 가혹한 숙명이다.

남북통일이 이뤄진다면 경제·사회·복지·문화 등 모든 면에서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란 사실에 모두가 공감한다.

그렇지만 통일문제를 어디서에서부터,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명쾌한 답을 하기 힘들다.

풀기 어려운 문제라고 그냥 덮어두면 해결방안이 저절로 생길까. 그렇지 않다. 딱 떨어지는 정답이 아니더라도, ‘최선의 방법’을 찾기 위해 지혜를 모으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사단법인 석호익 IT포럼 회장은 “빠르게 변화하는 21세기 무한경쟁의 시대에 정보통신기술(ICT)부문의 교류와 협력을 통해 남북 상호간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정부 중앙부처와 국책 연구기관, 민간기업을 두루 거치며 우리나라 ICT산업 발전에 큰 족적을 남겨 온 석 회장이기에, 그의 주장엔 남다른 무게가 실려 있다.

석 회장을 만나 남북한 IT관련 교류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통일이 ICT업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들어봤다.


▲통일을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올해 광복과 분단 70주년을 맞았습니다. 이산가족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통일무용론까지 대두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 속에서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많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은 참으로 적절할 때 나왔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비용조달을 비롯한 통일준비 작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특히 남북의 경제협력의 맨 앞에 기술과 산업을 앞세워야 합니다. 인프라 구축에서부터 통일 한반도의 산업지도에 이르기까지 그려야 할 청사진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러나 정부조직에 통일관련 IT전문가가 부재한 게 무척 아쉽습니다. 통일을 준비해야 할 시기에 무척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북한의 IT인력과 장비, 인프라 등의 수준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북한의 정보화 수준은 한국보다 상당히 낙후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일반 주민들의 유·무선 전화 보급률은 1970년대의 한국수준에 불과한 실정으로 파악됩니다.

하지만 변화의 바람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김정일은 ‘20세기가 기계제조산업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정보산업의 시대’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후 북한은 1998년 9월 사회주의 헌법 개정을 통해 과학기술 중시정책을 표방하며 통신산업 현대화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그러나 연관산업의 발달 지체, 투자재원의 부족, 통신환경의 제약 등으로 통신업은 지지부진한 상황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의 인터넷 및 소프트웨어(SW) 수준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북한은 주요 도시에 구축된 광통신망을 기반으로 컴퓨터통신 네트워크를 구축·운영하고 있는데, 기관 및 기업소 중심의 컴퓨터 통신망이 대부분입니다.

컴퓨터 보급 확대에 따라 기관 등의 홈페이지 및 인트라넷 회원 수도 증가세에 있으며, 2010년 현재 인트라넷 가입 회원수도 200만 명 이상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 전용선 등이 없어 일반인들의 인터넷 접속은 거의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SW개발 분야에는 수학실력이 우수한 개발자가 많으며, 이동전화 가입자의 증가세도 높아 약 350만 명이 이동전화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남북 간 IT관련 교류실적은 어떻습니까.

= 1971년 서울과 평양을 연결하는 납북 적십자사간 직통전화가 설치된 이후 현재까지 직·간접적으로 전화교신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직접 연결된 전화는 개성공업지구 통신용, 남북당국 간 연락업무 및 회담지원에 이용됐습니다. 제3국을 경유해 간접적으로 연결된 전화는 금강산 지역에서의 관광과 이산가족 상봉장 건설, 평양실내종합 체육관 시설 관리용으로 활용한 바 있습니다.

이와 함께 남북 간에는 2009년 12월 말 현재 총 1350회선의 전화가 연결돼 있으며, 총 56코어 분량의 광케이블이 구축돼 있습니다.

통일IT포럼은 지난 2007년 11월 중국 연변에서 한국과 북한, 중국의 IT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남북 IT협력 및 기술교류 방안에 대해 협의하고 발표하는 행사를 가진 적이 있습니다.


▲ 현 정권의 통일정책을 어떻게 보십니까.

= 현 정권에서는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구호 아래 통일준비위원회를 구성·운영 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통일준비위원에 IT관련 인사는 물론 과학계 인사도 거의 없어 아쉽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가 제안한 대화의 장으로 북한이 아직 나오고 있지 않아, IT분야에서 가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방송·통신과 관련기술의 교류는 통일준비에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표준화부터 인프라 설계와 구축까지 할 일이 많습니다.

특히 ICT분야 협력은 북한도 원하고 있고 통일의 물꼬를 가장 먼저 틀 수 있는 분야입니다. 체제와 이념이 달라도 기술만큼은 중립적으로 여기는 덕분입니다. 남북한 공동운영으로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한 평양과학기술대학교 학생들의 전공이 80%가 정보통신인 것이 단적인 사례입니다.

ICT산업이라면 이해관계까지 일치합니다. 북한도 대한민국이 IT강국이라 것은 무척 부러워합니다. ICT산업은 남북 모두에게 미래의 성장동력입니다.

비교우위가 달라 협력 여지도 많이 있습니다. 남한은 기술력이, 북한은 우수한 실력의 인력이 있습니다. 더욱이 북한의 SW 코딩역량은 구글의 에릭슈미트 회장도 검증하고 감탄한 적이 있습니다.

정보통신 인프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보통신망은 전력·도로·철도·에너지 등과 함께 사회의 기간인프라입니다. 이에 북한 ICT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북한의 산업발전 뿐만 아니라 주민 삶 개선을 활용한 남북격차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특히 아무리 많은 비용이 들어도 언젠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미리 준비하고, 인프라를 통합 구축하면 비용을 확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고민할 사람이 통일준비위에 전혀 없습니다.


▲통일이 남북한 IT업계에 가져올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세계적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올해 초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남북통합이 시작되면 전 재산을 북한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의 발언처럼 통일이 되면 IT업계에 대규모 투자기회가 생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IT는 경제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기간산업입니다. 이에 방송·통신 서비스, 인터넷, SW, 정보통신공사업, 에니메이션 등 전 분야에 걸쳐 엄청난 투자기회가 생길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가 오늘날 정보통신 강국이 된 것은 유·무선 통신과 방송 등 정보통신인프라 구축에 많은 투자를 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1980년대 초부터 매년 3조 원 이상을 투자해서 통신시설의 현대화를 실현하고 세계 최초로 자동화·전자화를 이룩한 바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초고속 정보통신망과 세계 최고의 이동 통신망을 구축했습니다.

여기에 투입된 투자액만 130조 원이 넘을 것입니다. 통일이 되면 북한지역의 유·무선 통신·방송 등 정보통신인프라 구축을 위한 비용은 기술발전과 장비가격의 하락 등을 감안해도 50~60조 원을 능가할 것입니다.

이는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정보통신공사업계에도 큰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통일과 관련해서 IT업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 통일은 누군가 거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는 데 대부분 동의할 것입니다.

이런 인식의 토대 위에서 IT업계도 정책 아이디어를 발굴, 정부에 합리적 의견을 제시하고 여론을 조성하는 등의 노력에 동참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북한은 자본도 열악하고 전기·교통 등 생산기반시설이 부족합니다. 이에 정보통신을 통한 ‘단박 도약’에 관심이 아주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남북 ICT교류에 대해서는 상반된 시각이 있습니다.

먼저 남북 ICT교류가 북한의 사이버 군사능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정적 시각이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남북 ICT교류가 남북한 민간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핵심열쇠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 시각도 존재합니다.

그런데 남북 간 방송통신기술표준을 보면, 같아야 할 것은 다르고 달라야 할 것은 같습니다.이대로 통일이 된다면 많은 혼란이 일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예산도 통일독일 이상으로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보통신신문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

= 북한 지식인층과의 유대 및 협력을 더욱 강화해 북한을 정상국가로 만드는 것이 통일IT포럼의 목표입니다.

구체적으로, 북한의 지식인과 지배층을 설득해서 인터넷 개방을 유도하는 것이 1차 목표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북한의 경제발전을 위한 교류협력을 촉진한다면 북한은 정상국가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한반도 통일은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며,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갈수록 통일이 어려워 질 것입니다. 국민들의 마음과 지혜를 모아 남북교류를 활성화 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오리라 생각합니다. 이처럼 열린 마음을 갖고 남북교류에 함께 동참해야 한다고 봅니다.

정보통신공사업계도 통일IT포럼에 관심을 갖고 적극 참여해서 통일에 대비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석호익 회장은 ....

제21회 행정고등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후 옛 정보통신부에서 전파방송관리국 국장, 정보통신지원국 국장, 서울체신청 청장, 정보화기획실 실장, 기획관리실 실장 등을 역임하며 국내 ICT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다.

2006년엔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원장으로 자리를 옮겨 국내 정보통신정책의 틀을 만드는데 힘을 보탰다. 이후 2009년부터 2011년까지 KT부회장을 지내며 정보통신인프라 고도화를 위해 맹활약을 펼쳤다.

ICT발전과 함께 해온 그는 2007년부터 사단법인 통일IT포럼의 회장을 맡아 남북한 통일IT국가를 만들기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다.

통일IT포럼은 2000년 9월, IT부문의 남북한 상호 균형발전 및 정보화를 통한 남북 경제협력에 기여할 목적으로 설립됐다. 그동안 IT기업과 학자, 연구자, 정책담당자의 정보공유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수행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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