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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공간의 정체성이 현실세계를 지배한다
사이버 공간의 정체성이 현실세계를 지배한다
  • 한국정보통신
  • 승인 2001.03.03 09:52
  • 호수 1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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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공간의 정체성이 현실 세계를 지배한다.

근대의 시작은 인간이 스스로를 생각하는 존재일 뿐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행동은 바로 자신의 의지에 따라 이루어진다는 것을 인식함으로 시작됐다. 이것은 마치 우리가 거울을 볼 때, 거울 속의 자신과 실제의 자신의 모습을 구분해 생각할 수 있는 것과 같다.
분명,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은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주는 것이지만, 거울 속의 사람이 실재의 자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즉 표현되는 자기의 모습과 실재의 자신을 나타내는 자기 정체성을 구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과 실제의 자신의 모습을 구분할 수 있게된 근대적 사고는 보여지는 모습 속에서 실재의 자신의 모습을 찾는 사이버 정체성에 대한 사고로 발전했다.
정체성의 변화를 위험스럽게 보는 생각은 중국의 어떤 신화에도 나타나 있다. 이 신화에서는 인간이 거울 속의 세계와 통할 수 있었다고 한다. 거울에 비춰지는 모습만 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세계로 왕래도 할 수 있었단다. 사람이 그 앞에 서면 거울 저편에는 새로운 모습의 인간이 나타났고, 이런 또 다른 모습에 따라 거울 이 편의 사람도 자신의 모습을 원하는 데로 바꿀 수 있었다. 현실 인간들과 저쪽의 거울 인간들은 조금씩 모습은 틀렸지만 서로 통할 수 있었다. 살고 있는 세상은 틀리지만 마치 형제처럼 서로의 모습들이 거울을 통해 왕래를 할 수 있었고 이렇게 서로 다른 자기의 모습에 대해 아무런 갈등 없이 조화를 이루고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거울 속의 인간들이 현실 세계에 예고 없이 쳐들어와 이 세상을 혼돈의 바다로 만들었다. 사람들은 결국 자신들의 스스로의 모습을 바꾸는 것과 자기가 아닌 또 다른 자기를 만드는 것이 아주 위험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이런 혼돈을 보다 못한 황제는 주문(呪文)을 걸어 거울에서 나온 또 다른 인간의 모습들을 모두 거울 속으로 내몰았고, 그때부터 거울의 인간은 단지 현실 인간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만 보이게 된 것이다.
지금우리가 경험하는 현실과 사이버 공간은 마치 거울과 현실 세계만큼이나 다르다. 사이버 공간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모습이나 역할을 마치 새로운 거울 인간들을 만들어 내듯이 변형시키고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내려고 한다. 이것은 사이버 공간에서 바로 또 다른 자신의 새로운 정체성이 된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인간은 혼란은 사이버 공간과 현실의 모습 사이에서 새로운 혼란을 경험한다. 이 경우, 현실의 규칙을 적용하거나 현실에서의 역할을 그대로 기대하기도 한다. 마치, 주문이 풀려진 거울 속의 인간이 현실 속에 다시 나타나 현실의 인간에게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혼란을 일으켰지만, 현실의 인간은 이런 변화를 알지 못하고 여전히 자기의 고정된 모습이 거울 속에 나타나기를 바라는 상황이다.
사이버 공간은 사람들이 다양한 경험들을 조합하고 조작할 수 있는 새로운 환경이다. 이 속에서 사람들은 스스로가 만드는 공간 속에서의 새로운 주인공의 역할을 하게 될 뿐 아니라 현실 공간에서 경험하는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그러나, 환경이나 맥락에 따른 역할의 변신이 얼마나 생생하게 일어나는가를 현실에서 경험하는 것은 그리 흔하지 않다.
대부분 자신이 생활하는 환경을 극적으로 변화시키지 않을 뿐 아니라, 심지어 환경이 변화한다고 하더라도 자신에 대한 뚜렷한 정체성을 유지해 행동의 안정성을 지킨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리학 연구들은 사람들이 특정 환경 속에서 얼마나 급격하게 새로운 사람으로 변신하며 새로운 행동하는 가를 잘 보여준다. 이것은 우리가 자신에 대해 무엇이라고 믿든간에 또는 자신이 누구라고 생각하든 간에, 상황의 힘은 어떤 사람이 완전히 다른 행동을 하게 만든다. 사이버 공간이 현실공간과 또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람들이 비교적 고정적이고 안정적인 자신의 생활 공간 속에서 다양한 내용과 맥락을 지닌 사이버 공간을 매 순간 경험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자신이 아닌 새로운 사람으로 변화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사이버 공간의 주요한 심리적 특성으로 개인의 정체성의 표현이라는 논의를 하는 이유는 바로 사이버공간에서 드러나는 개인의 모습이나 정체성을 그 개인의 객관적 실체로 볼 것인가, 아니면 꿈을 꾸는 것이나 상상을 하는 것과 같은 주관적인 의식이 한 산물로 볼 것인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이버공간에서 이뤄지는 개인의 행동이 우리가 꿈이나 상상에서 경험하는 인간의 의식과 동일하다면 그 표현을 규제나 제한하려고 하는 것이 우스운 일이 된다. 이것은 앞으로 우리가 사이버 공간을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또 이 공간에서 점점 더 많은 인간관계와 사회 생활을 하게 됨에 따라 더욱 뚜렷하게 제기되는 문제이다.
사이버 공간과 현실의 정체성을 통합되는 과정은 비교적 고정된 사회적 역할을 가진 집단보다 아직 뚜렷한 역할이 없는 집단이나 개인에게서 더욱 역동적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면, 청소년들의 경우 사이버공간의 사회적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뿐 아니라 이 공간을 통해 새로운 인간관계를 현실보다 더 많이 형성하고 있다. 이런 경우, 아직 분명한 현실 공간에서의 정체성이 없기에 더욱 사이버 공간에서 이뤄지는 자신의 정체성에 더 쉽게 그리고 더 생생하게 몰두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이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만드는 정체성은 향후 현실 공간에서 형성하게 될 정체성을 미리 규정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마치, 거울 속의 인간이 현실 인간의 모습에 영향을 주었던 옛날 이야기의 상황이 되는 것이다. 심지어, 사이버 공간의 정체성은 때로 현실의 정체성을 대체하기도 하면서 새로운 현실 정체성을 만들어가기도 한다. 이것은 바로 사이버 공간이 새로운 현실 공간의 일부가 되는 것을 보여주는 현상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런 통합과 변화의 과정을 이미 현실 속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는 사이버 공간의 활동을 통해 경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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