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주파수 할당시 우려 현실화
좁은 보호대역…재난망 ‘먹통’될 수도
관계부처 이달 중 검증 결과 발표
우여곡절 끝에 본방송을 시작한 지상파 UHD방송이 또 다른 암초를 만났다. 지상파 UHD방송이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이하 재난망)과 전파간섭을 일으킨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상파 UHD방송이 시작된 수도권 일대에 민간 차원에서 700㎒ 전파 간섭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재난망이 UHD방송 전파로부터 심각한 간섭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 어떤 통신 보다 망 생존성이 보장돼야 하는 재난망이 평상시 이미 방송 전파의 방해를 받고 있는 모양새다.
게다가 재난망은 철도망(LTE-R), 해상망(LTE-M)까지 아우르고 있어 지상파UHD의 전국단위 서비스가 계획된 2020년까지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이는 사실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라는 점에서 정부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2015년 지상파 UHD방송용 주파수를 할당할 당시, 방송용 주파수의 일부(753~771㎒)가 재난망용 주파수와 혼신이 발생할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두 주파수 간 보호대역이 2㎒에 불과해 간섭의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었다.
보호대역이란, 서로 다른 용도로 쓰이는 주파수 영역 간 간섭을 막기 위해 사용하지 않는 대역으로 남겨두는 구간을 뜻한다. 대표적으로 TV 채널간 간섭을 방지하는 TV화이트스페이스(TVWS)를 들 수 있다.
보호대역이 넓을수록 주파수가 간섭을 일으킬 가능성은 적어지는데, 방송망과 재난망 간 보호대역으로 남겨둔 2㎒는 그 폭이 상당히 좁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지상파 UHD의 방송 출력은 5㎾로, 약 40W인 재난망의 100배 이상에 달한다. 좁은 보호대역으로는 방송주파수가 재난망을 먹통으로 만들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UHD 방송의 재난망 간섭을 막기 위해 관련 무선설비 기준을 다시 손보는 한이 있더라도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며 “주파수 할당 당시, 정부는 필터를 적용하면 기술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제대로 진행이 됐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지상파 UHD방송과 재난망의 전파간섭 현상을 면밀히 파악해 이달 중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미래창조과학부, 국민안전처, 국토해양부, 해양수산부 등 재난망과 관련된 부처가 합동으로 서울 남산, 관악산 등 지상파 UHD방송이 송출되는 지역에서 전파간섭의 유무와 서비스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