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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리뷰 - 1987
영화 프리뷰 - 1987
  • 이길주 기자
  • 승인 2018.01.02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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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웠던 역사의 울림

그날을 기억하시나요?

 

 

"내형제 그리운 얼굴들

그 아픈 추억도

아 짧았던 내 젊음도

헛된 꿈이 아니었으리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우리 귀에 익숙한 '그날이 오면'이 흘러나온다.

영화를 보고난 관객들이라면 명치끝에서 올라오는 묵직한 것들이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 것이다.

영화 '1987'.

이 작품은 1987년 1월 14일, 남영동 대공 분실에서 조사받던 스물두 살 대학생 박종철이 고문으로 사망하고 그의 죽음이 6월의 광장으로 이어지기까지 모두가 주인공이었던 그 해 1987년을 그려냈다.

증거인멸을 위해 경찰은 시신 화장을 요청하지만 사망 당일 당직이었던 검사는 이를 거부하고 부검을 밀어붙인다.

단순 쇼크사인 것처럼 거짓 발표를 이어가는 경찰. 그러나 현장에 남은 흔적들과 부검 소견은 고문에 의한 사망을 가리키고 사건을 취재하던 기자는 '물고문 도중 질식사'를 보도한다.

그런데 무고한 한 젊은이의 죽음을 접했던 모두가 용기 있는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충실했던 이들의 행동이 연쇄적으로 사슬처럼 맞물리면서 거대한 파동을 만들어냈다.

영화 1987은 한 젊은이의 죽음이 어떻게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거대한 흐름으로 확장됐는지, 1987년을 뜨겁게 살아갔던 사람들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기록 속에 박제되기에는 너무나 생생한 사람들의 드라마로 가득 차 있고 오늘의 한국 사회의 주춧돌을 놓은 뿌듯하고 소중한 기억이기 때문이다.

그 지점에서 1987은 시작된다.

졸지에 시신으로 돌아온 스물두 살 아들을 차갑게 얼어붙은 강물 속에 흘려 보내야 했던 한 아버지의 슬픔.

골리앗같이 강고한 공권력의 상징과도 같은 대공수사처장(김윤석), 화장동의서에 날인을 거부한 검사(하정우), 진실을 보도한 기자(이희준), 막후에서 진실이 알려지는데 기여한 교도관(유해진)과 무모해 보이는 선택을 하는 이들을 숨죽이며 지켜보던 평범한 대학생(김태리), 이밖에 박처장의 명령을 받들다 더 큰 목적을 위해 수감되는 대공형사(박희순) 등 각자 다른 위치에서 부딪히고 맞물리며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했던 격동의 6월로 완성된다.

1987은 실재했던 이들의 드라마가 가진 생생함에 덧붙여 그들이 겪었을 법한 사건과 감정의 파고를 손에 잡힐 듯 따라가며 그들 중 한 명이라도 다른 선택을 했다면 6월 광장의 시간은 불가능했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또한 숨죽였던 이들의 용기가 지닌 가치를 드라마틱하게 묘사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이 영화의 '옥의 티'라면 배우 강동원이 나온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직접 영화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관객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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